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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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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

 

2023년 4월 읽은 책들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은 총 13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수줍음을 타는 내향인(저자 말마따나 ‘신트로벌트(shintrovert; shy+introvert)’)인 저자가 일 년 동안 눈 딱 감고 미친 척 외향인이 되어 보려고 노력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 저자는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기, 무대에 오르기, 스탠드업 코미디, 동성 친구 사귀기, 즉흥 연기 등등 외향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일을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귄다. 내향인이지만 조금 더 인간관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이들이 읽어 보면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될지도. 저자의 유머 감각도 독서에 재미를 더한다. 추천할 만함!

‘배달의 민족’ 앱을 만드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내는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에 실린 여러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소소하게 읽을 만하다. 좋아하는 작가가 한두 명 정도 끼어 있거나 새로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고 싶을 때 한번 읽어 보셔도 괜찮을 듯.

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저자가 ‘과학’이라는 순수한 학문에서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등으로 인한 잘못된 해석을 떼어내기 위해 쓴 책이다. 예컨대 수정(受精) 과정에서 정자는 열심히 헤엄쳐 난자에게 다가가고, 난자는 그중 제일 빠른 정자와 결합해 수정한다는 설명을 우리는 많이 들어 왔는데, 사실은 이 이야기와 다르다. 난자는 단순히 정자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화학 신호를 보내 스스로 선택한 정자를 끌어들인다. 여태껏 우리는 이렇게 ‘물리적 세계의 현실’과 다른, 과학자들과 비과학자들이 여성 혐오적으로 잘못 해석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이 책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과학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물리적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추천!

  • 후지타 유이코, <퇴근은 없습니다>: ⭐️⭐️⭐️

여기에서 퇴근이란 ‘집안일 및 육아 퇴근’을 말한다. 요즘 여성은 결혼을 해서도 일을 하고, 직장이 끝나 집에 와서도 집안일과 육아를 거의 도맡아 한다. 여성에게 퇴근, 즉 휴식이란 없다. 이런 현상은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전 세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전에 호주 저널리스트 애너벨 크랩이 쓴 <아내 가뭄>을 읽은 적이 있는데, 호주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 세계가 다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나 이 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만연한 문제니 남성들이 정신 차리고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내 말은, 이 주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책들이 아주 많다는 뜻이고, 다 거의 비슷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책을 봐도 다 비슷할 것이기에 씁쓸해져서 딱히 이 책에 관해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책 내용은 좋다.

제목 그대로 덕후 여자 넷이 의기투합해서 셰어하우스를 빌려 같이 사는 내용의 에세이이다. 저자를 빼고 나머지 세 명은 모두 가명이지만 그래도 정말 죽이 잘 맞아서 잘 지내는 듯. 애인 아닌 타인(친구나 지인)과 같이 살고 싶을 때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 박서련, 정영롱, <제사를 부탁해>: ⭐️⭐️⭐️

‘소설x만화 : 보이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소설 반, 만화 반’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장(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장은 소설이고, 두 번째 장은 만화다. 한 편의 이야기가 앞부분은 소설로 전개되고, 후반부는 만화로 진행된다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권수현은 ‘제사 코디네이터’라는 다소 특이한 직업을 가진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고객의 제사를 대신 지내 주는 일을 한다. 학교 동창이자 친한 친구였던 박정서에게 자신이 죽고 나면 제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들었던지라, 그녀가 죽은 지 1년이 되는 첫 제삿날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정서의 집으로 가는 길에 다른 동창의 전화를 받고, ‘정서가 죽기 전에 자기가 큰병에 걸려 아프다고 했던 말이 그러면 사실이었구나’ 하는 말을 듣는다. 그 말에 그녀가 얼마나 뻥을 잘 쳤는지, 이런저런 사소한 거짓말로 자기를 위로해 주었는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정서의 집에 도착해 정서의 딸을 만나게 되는데… 종이책 기준 144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인데 그중 절반은 만화라서 (소설 담당 박서련 작가와 만화 담당 정영롱 작가의 후기 모두 만화로 되어 있다) 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이들도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 소설에서 이렇게 표현한 것을 만화에서는 저렇게 표현했구나, 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진중한 편인 권수현과 가볍고,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박정서, 이렇게 친구가 될 법하지 않은 인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박정서의 죽음 후에도 이어지는 우정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만화라 중고등학생에게도 권할 만하다.

소재는 좋으나 그걸 풀어내는 힘이 약한 책. 처음엔 저자 본인이 비혼주의면서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운 이야기를 하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엉뚱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위에 링크한 서평에 길게 썼으니 여기에서는 간단히만 말하자면, 전문가가 아닌데도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이러쿵저러쿵 늘어놓는다거나, 딱히 글의 주제와 크게 연관이 있지도 않는 TV 프로그램, 영화, 책을 언급한다거나, 역시나 전문가도 아닌데 양육법을 논한다. 책의 앞부분은 꽤 감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뒷부분은 완전히 다른 책 같다. 추천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혁명적으로 신선한 등장인물을 보게 해 준 소설이다. ‘레모네이드 할머니’라고 불리는 성격 괴팍한 할머니가 한 요양 병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 각 장(章)의 서술자를 다르게 함으로써 사건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고 독자의 기대를 깨는 게 퍽 신선하고 재미있다. 약간 아쉬운 면도 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위에서 언급한 <요즘 사는 맛>의 후속작. 역시나 다양한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모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정지음 작가가 끼어 있어서 그거 읽으려고 샀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이것도 읽어 볼 만하다. 한 작가에 네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 네다섯 편을 아껴 가며 읽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안현진,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

결국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내향인이라고 해서 성격을 (외향인처럼) 바꿀 필요가 없다.”가 될 것이다. 저자는 내향인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니 (예컨대 배려심이나 섬세함 등)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기술을 조금 더 연습하기만 한다면 삶이 더 편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향인이라고 발표나 인간관계 등을 아예 포기할 수 없으니, 이런 면에서 조금 더 노력하자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몇 가지 주는데,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아직까지도 결정을 못 내렸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쓱 훑어보시고 판단을 내리셔도 될 듯.

중독을 유발하는 문화를 가진 우리 사회에 대한 사회 비평서. 갓생, 배민맛, 방 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라는 아홉 가지 문화를 살펴보는데 통찰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저자가 참고하는 책이나 논문들도 무척 흥미로워 보여서 나는 이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들도 다 읽어 보고 싶어졌다. 사회학 분야에서 읽을 책을 찾을 때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이러나저러나 강력 추천.

  • 박기연, <여사친의 다이어리>: ⭐️⭐️⭐️

‘빻은 말들’ 대잔치. 오해는 마시라, 저자가 빻은 말들을 한다는 게 아니라, 저자가 ‘여사친’으로, 때로는 ‘여친’으로 만난 많은 남자들이 그랬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냥 그 말들을 모아서 만화로 그렸을 뿐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남친과 헤어질 때 남친은 자신이 상대(=여친=저자)에게 많이 맞춰 주었으며, ‘여자 혼자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철없기는’이라며 저자를 깎아내린다. 남사친들은 어차피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할 거면서 굳이 술자리에 여자인 저자를 불러 앉힌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은 거리낌없이 여학생들의 다리를 무에 비유하며 비웃는다. 딱히 지은 죄가 없어도 이런 빻은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그냥 여자인 게 죄인가.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

2017년 도쿄에서 처음 열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기획한 PD가 쓴 책. 이 요리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치매 (알츠하이머 병) 환자인 어르신들이 서빙을 하느라 ‘주문을 틀리는’ 일도 흔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상시 운영되는 곳은 아니고 치매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된 단기 이벤트이다. 주문이 틀려도 불쾌해하기는커녕 재미있다고 여기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흐뭇했고,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 생각했다. 감동받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2023년 4월 읽은 책들 통계

와, 2023년 첫 넉 달간 읽은 책이 52권이나 되니 목표는 다 채웠다. 이제 더 이상 책 안 읽어도 될 듯 🤣 그럴 일은 없겠지만.

12권-15권-12권-13권 하는 식으로 각 달에 읽은 책 권 수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재미있다.

이번 달에는 밀리의 서재 결제하는 걸 잊어버려서 중단됐는데 어차피 리디 셀렉트 끊기 전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가능한 한 많이 읽으려고 거기에 집중해서 딱히 불편하거나 아쉬운 걸 느끼지 못했다. 읽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플랫폼에 없는 책들은 4권이나 사기도 했고.

이번 달은 정확히 딱 세 가지 분류의 책만 읽었다. 100번대 철학 한 권, 300번대 사회과학 다섯 권, 800번대 문학 일곱 권. 문학에 픽션도 있지만 대개 논픽션, 그러니까 에세이가 대부분인 듯. 음. 다음 번엔 다른 분야도 꼭 한 권씩이라도 찾아서 읽어 보자(매달 하는 결심인 듯).

 

2023년 4월 독서 챌린지 및 빙고

세 항목 달성, 빙고는 한 줄 더 생겼다!

챌린지 / 해당 작품 / 완료일 / 블로그 기록 여부

  • 가족에 관한 책 읽기 / 백지선,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 04/10/2023 / Yes
  • 절친이 좋아할 만한 책 읽기 (읽고 나서 친구에게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주거나 책을 추천해 주면 금상첨화) / 도우리,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04/25/2023 / Yes
  • 노인이 주인공이거나 노인 저자가 쓴 책 읽기 / 현이랑, <레모네이드 할머니> / 04/15/2023 / Yes

 

노란색이 1월, 보라색 2월, 연두색 3월, 남색이 4월이다. 한 줄 더 만들 수 있었는데 내가 아직 책 한 권을 못 끝내서… 그래서 현재는 총 빙고 두 줄이다. 다음 달에 한 줄 더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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