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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추천

[추천 영드] Hard Cell(하드 셀)

by Jaime Chung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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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일단 이 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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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네이버 웹툰인  <모죠의 일지>  122화 ‘과몰입 후유증’ 편

 

위 짤들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나도 그렇다. 뭔가 몰입해서 재미있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이나 책 등을 즐기고 나면, 끝이 나는 게 그렇게 아쉽고 안타깝다. 최근에 그런 영드를 한 편 만나서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다. 왜냐? 좋은 건 다 같이 봐야 하니까.

 

 

제목은 <Hard Cell>(하드 셀)로,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제목은 물론 ‘강매, 끈질긴 판매술’을 뜻하는 ‘hard sell’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친 말장난이다). 캐서린 테이트(Catherine Tate)가 주연을 하는 동시에 제작도 했고 각본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선 <Doctor Who>(닥터 후) 시리즈에서 도나 노블(Donna Noble)이라는 컴패니언 역을 맡은 배우로 잘 알려져 있는 그 배우다. 나도 도나 노블이 닥터 후 시리즈 중 최애 컴패니언이라 이 배우를 참 좋아했는데 사실 그녀는 <닥터 후>에 출연하기 전부터 유명한 배우이자 코미디언이었다. 나는 며칠 전 넷플릭스를 스크롤하다가 캐서린 테이트의 썸네일을 보자마자 ‘응? 뭐지?’ 바로 호기심이 일었고, 그래서 정말 별 생각 없이 <하드 셀>을 플레이했다.

 

왼쪽 여성이 로라, 오른쪽 양복쟁이가 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영국에 있는 여성 교도소의 이야기를 다룬 모큐멘터리인데 캐서린 테이트가 맡은 로라 윌리스가 그 교도소장이다. 그녀는 ‘(여성 소재자가) 창의성을 통해 삶의 주권을 되찾는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언젠가 TED 강연을 할 것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여성인데, 자신이 운영하는 여성 교도소에서 여성 재소자들이 뮤지컬을 공연하게 함으로써 획기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

딘(크리스천 브레싱턴 분)은 그런 로라를 곁에서 보좌하는, 자칭 ‘2인자’이다. 로라랑 티격태격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이 척척 맞는다. 아니, 애초에 죽이 잘 맞으니까 티격태격하는 싸움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그냥 개싸움이 아니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싸움은 티키타카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어쨌든 이 둘은 그렇게 손발이 잘 맞는 상사와 2인자 사이이다.

 

오른쪽이 게리
앞에서 웃고 있는 여성이 셰릴

 

게리(피터 싱)는 성격이 밝고 명랑한 교도관으로, 로라가 재소자들의 공연을 지도해 줄 감독 및 연출자로 데려온 셰릴 퍼기슨(셰릴 퍼기슨 분)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East Enders>(이스트 엔더스)의 엄청난 팬이라 그녀와 말 한마디 나누는 것도 엄청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거지만, 좋아한다는 표현도 틀린 건 아니니까.

 

 

이 모큐멘터리 시트콤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캐서린 테이트의 일인다역이다. 캐서린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매 편 다섯 명의 등장인물 역을 소화한다. 앞에서 말한 교도소장 로라 외에 중성적인 교도관 마르코, 이제 막 교도소에 들어온 신참내기이자 엄청나게 소심한 앤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 껌딱지여서 엄마가 자기 면회 올 날만 손 꼽아 기다리는 재소자 로즈, 그리고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재소자 빅 비브까지. 4화에서는 로즈의 엄마인 앤 마리 역도 캐서린 테이트가 소화했다. 신기한 건, 분장이나 옷 같은 외적인 건 물론이고 성격이나 행동, 목소리까지 이 다섯 캐릭터들이 진짜 다 다르게 보인다는 것. 이 미친 원 우먼 쇼를 보며 감탄했다. 진짜 캐서린은 못하는 게 없구나!

2022년에 나온 시즌 1이자 유일한 시즌은 6화밖에 안 되는데 한 편이 25분짜리다. 그래서 한 시즌을 통으로 다 봐도 150분, 그러니까 2시간 30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시트콤은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게 진행되고, 연기도 쩔어 주며, 전반적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려서 이걸 알게 된 지 2시간 30분 만에 나는 가슴이 아파졌다. 왜냐, 그 짧은 시간에 끝이 나 버렸으니까…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으니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재미는 물론이요, 나름대로 아주 은은한 러브 라인도 있고, 훈훈한 감동도 있으며, 충격적인 반전도 있다. 정말 내가 보증한다. 하, 2시간 반 만에 내 마음을 빼앗아 가 놓고서 내 마음을 이렇게 텅 빈 듯 슬프게 만들다니… 이제 나는 이 영드 없이 어떻게 살라고 😭

그래서 여러분들께 이 영드를 소개하러 온 것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평이 좋으면 시즌 2를 고려라도 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사실, 방금 말했듯 6화밖에 안 되고 전체 길이가 2시간 반밖에 안 되는데도 이야기가 완벽하게 잘 짜여 있어서 이것 이상의 더 적절한 마무리는 상상할 수 없다. 여기에 시즌 2를 만든다 해도 괜히 어울리지 않게 어색하게 덧댄 꼴이 날까 염려되는 것도 있는데, 그래도 여기서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좀 구질구질하게 캐서린 바짓가랑이라도 잡아 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니 여러분, 제발 이 영드 좀 봐 주세요. 너무너무 재미있답니다. 다 보고 나서 같이 시즌 2를 요구합시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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