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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아는 것 나누기] 푸시 버튼의 발명 - 버튼이 우릴 멍청하게 만든다?

by Jaime Chung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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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푸시 버튼의 발명 - 버튼이 우릴 멍청하게 만든다?

 

오늘날 눌러서 작동시키는 버튼(push button)은 어디에나 있다. 세탁기, 집 전화, 인터콤, 엘리베이터 등등, 작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기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동작한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사소하고 별것 아니어 보이지만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고 놀라운 물건이다. 그런데 이 푸시 버튼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놀라운 발명품에 감탄하면서도 ‘이것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면 믿기시는지?

 

이미지 출처 Unsplash

 

<인터페이스에서: 전기 푸시 버튼의 경우, 1880-1923(At the Interface: The Case of Electric Push Button, 1880-1923)>이라는 논문의 저자 레이첼 플로트닉(Rachel Plotnick)은 도입부에 이렇게 썼다.

1916년 교육자이자 운동가인 도로시 캔필드 피셔(Dorothy Canfield Fisher)는 이렇게 한탄했다. ”현대 미국에서는 대체로 버튼 하나만 눌러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버튼 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아야 할 책임의 필요성을 없애 주는 듯하다.” 그녀는 “전기 버튼과 그 노예들에 너무나 의존하게 되어서 진취성의 바퀴가 고장 나거나, 최소한 오랫동안 쓰지 않아 녹슬게 되는 일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라고 경고했다. 피셔는 푸시 버튼의 인터페이스가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를 사용하는 경험을 손쉽고, 불투명하고, 따라서 소비자들이 의문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는지를 인지했다. 그녀와 다른 이들은 버튼을 눌러 기계를 작동시키는 사용자들이 버튼 뒤에서 일어나는 기계적 과정을 마음속에 그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세상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모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저자의 말은 20세기 초반에 전기 기계 서비스를 관리하고 일상의 기계에 관한 지식을 얻는 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한다.

 

즉, 당시 사람들은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를 동작시킬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없게 되다 보니 사람들이 멍청해질 거라고 우려했다는 내용이다. 지금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방 안의 전깃불을 켜기 위해 전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 필요 없이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큰 자유와 편리를 주었는데! 물론 모든 이들이 전기나 기계의 작동 원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있다면 참 좋을 것이고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노인들이나 미취학 아동들, 발달 장애 장애인 등,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지식을 얻기 어려운 사람들이 그런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여전히 현대 문물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이라는 게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뭐든지 어렵게 해야만 소중한 게 아니고, 편리함이라는 게 낮게 여길 가치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가 알던 것과 조금만 달라지면 큰일이 날 것처럼 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큼 긴 글을 읽지 않고 영상만 봐서 어휘력이 형편없다고 우려하는 모습도 어떻게 보면 같은 ‘꼰대’의 전통일까? ㅎㅎ 나중에 한 백 년쯤 지나고 보면 이것도 ‘책/문자가 있으니 사람들이 기억하려 하지 않고 책/기록된 문자에 의존하려 든다’며 혀를 끌끌 차던 것처럼 우스워 보이려나? 미래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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