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8월에 읽은 책들

[월말 결산] 2023년 8월에 읽은 책들

 

2023년 8월에 읽은 책들

2023년 8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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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미성,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

대학부터 프랑스에서 다니고 직장 생활까지 한 저자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데 도전했다. 이탈리아어를 프랑스어로 배운다니, 제2외국어를 무려 두 개나 배우다니 대단하다고 감탄하며 읽었다. 저자는 이탈리아어 수업에 등록하는 왕초보 시절부터 시작해 일단 수업 한 학기를 끝내고 두 번째 학기를 들으며, 볼로냐에 2주간 어학 연수까지 다녀온다.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왕도가 없으니 그저 꾸준히, 매일 틈틈이 공부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탈리아의 문화까지 배우게 되는데, 그것도 자못 흥미롭다.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없는 나도 이 에세이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제2외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

• 송동화, <산부인과툰> ⭐️⭐️⭐️

현직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쓰고 그린 만화다. 처음엔 저자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던 것이 인기를 얻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성인 여성이나 여성 청소년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몸을 더 잘 알고, 더 잘 챙기는 데 도움이 될 듯. 추천한다.

• 레슬리 컨,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내게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용어를 알려 준 책. 여성 건축가가 여성의 입장에서 도시가 어떻게 설계되고 관리되는지를 살펴보고 내린 결론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초에 조성익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을 읽고 ‘여성을 위한 건축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는데, 이 책이 그 부분을 잘 해결해 주었다. 페미니즘은 재생산권이나 동일 임금 같은 한두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말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책이라 하겠다. 추천.

• 신견식, <콩글리시 찬가> ⭐️⭐️⭐️

15개 언어를 해독할 수 있다는 ‘언어 괴물’인 저자는 콩글리시도 이제 한국어의 한 부분이며, 한국어를 풍부하게 해 주는 요소이기에 콩글리시를 (대체로 미국 영어에 기반한) ‘정통 영어’를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어 화자들에게 통하는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많은 콩글리시 표현의 유래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정통 영어’ 앞에서 자신감을 잃고 콩글리시를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주장이 썩 마음에 든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 보셔도 좋을 듯.

• 김동식, <현실 온라인 게임> ⭐️⭐️⭐️

리디 셀렉트에서 읽은 단편 소설. 제목 그대로 현실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 이야기이다. 사내에서 짝사랑하던 여자를 통해 현실에서 MMORPG처럼 진행할 수 있는 ‘현실 온라인 게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은 한동안 ‘마법사’인 자기 캐릭터를 즐겁게 키워 나간다. 그러다가 과연 이 게임은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고, 어떻게 이런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는데… 아이디어는 참신하다고 할 수 있으나 단편소설로 풀어내기엔 좀 벅찬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차라리 장편소설로 갔으면 이 게임의 진실을 알게 되고 큰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깊게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자고로 단편소설이란 길이는 짧아도 (또는 짧아서) 마지막에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뙇 남겨 주는 게 매력인데 이건 단편소설이라는 길이의 한계 때문에 이야기를 허겁지겁 진행시키느 벅찼다는 느낌이다. 리디 셀렉트를 이용하는 독자라면 가외돈을 주지 않고도 리디 셀렉트를 통해 그냥 다운 받아 읽을 수 있으니 별로 손해 볼 것도 없으므로 끌린다면 읽어 보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2,700원(소장)이나 1,500원(90일 대여)을 써 가면서까지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 카라타치 하지메, <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

어릴 적부터 늘 ‘남자가 되고 싶다’고 바라 온 저자가 기나긴 고뇌 끝에 결국 자신은 ‘논바이너리’임을 깨닫게 된 과정을 만화로 그렸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봐도 좋고, 논바이너리를 이해하고 싶은 성인이 봐도 좋다. 아주 짧아서 부담이 없으니 누가 읽어도 좋을 듯.

• 제시 싱걸, <손쉬운 해결책> ⭐️⭐️⭐️

자존감, ‘그릿’, ‘넛지’, 파워 포즈 등 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들이 주장하는 심리학적 ‘손쉬운 해결책’이 실제로는 그것들이 홍보하는 만큼의 효과가 없음을 여러 근거를 들어 밝히는 책. 본인이 심리학에 다리를 걸친 자기계발서를 좋아하거나 자주 읽는다면 혹시 이런 ‘손쉬운 해결책’에 속은 건 아닌지 돌아보는 의미로 읽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읽고 ‘이젠 TED 강연을 한 사람도 믿을 수 없겠군’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뭐, 대사기극을 벌인 ‘테라노스(Theranos)’의 엘리자베스 홈즈도 TED 강연을 한 적이 있으니… 강연자의 업적이 모두 확실하게 검증되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믿지 말아야 하나 싶다. 어쨌거나 ‘손쉬운 해결책’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자세를 가진 이런 저자가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덕분에 나도 ‘손쉬운 해결책’에 미혹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 김아미,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구하는 저자가 청소년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며 청소년들이 어떻게 온라인에서 생활하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했다. 너무 길지도 않고 적당한 분량에 (종이책 기준 188쪽)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진짜로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는 좀 더 청소년(=약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이전에도 써 본 적은 없지만) ‘잼민이’라는 말도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청소년과 접하는 일이 많은 교사라든지 상담사 등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양다솔, <아무튼, 친구> ⭐️⭐️⭐️⭐️

이 작가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요조, 정지음, 이슬아 작가들과 친구인 분이다. 친구들이 유명해서, 또는 잘나서가 아니라 친구들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자기소개를 할 때도 “양다솔입니다. ○○의 친구입니다.”라고 할 정도다. 끔찍하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서 본인 몸이 아프거나 힘들 때도 친구가 부르면 달려가고 부탁도 거절하지 못한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우정도 분명히 사랑의 한 종류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 김영옥, 김소민 외 3인, <그런 나이는 없습니다> ⭐️⭐️⭐️

리디 셀렉트에서 읽을 수 있는 ‘어스 라이크’ 시리즈 중 하나. 노년, 그것도 여성 노년에 대한 글을 모았는데 솔직히 주제만 놓고 보면 내가 흥미로워하고 관심 있어 할 그런 글이어야 한다. 그런데 다 읽고 난 지금,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단 하나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게 있다면 어떤 학자가 쓴 글인데 (무슨 교수님이라고 했던 것 같다) 너무나 학자 느낌이 만연해서 글이 딱딱한 데다가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만 들었다. 리디 셀렉트를 이미 사용 중이기에 가욋돈을 내지 않고 읽었기에 망정이지, 이걸 내가 사서 읽었다면 너무 허무했을 것 같다. 리디 셀렉트에서 이 책에 달린 댓글은 거의 다 호평이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 권진영, <부부의 영수증> ⭐️⭐️⭐️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돈을 적게 쓰며 여유롭게 살고 싶었던 저자 부부가 남해에서 지내며 경험한 지출과 수입 이야기를 <한겨레>에 연재했다. 시골은 병원이나 학교, 도서관처럼 있으면 이로운 시설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처럼 삶에 필수적인 시설조차 접근하기 어려워 삶의 난도가 상승한다. 대중교통이 1시간에 한 대 있는 수준이면 감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저자 부부도 어쩔 수 없이 중고차를 구입하고 운전을 배워야 했다. 시골에서 돈을 적게 쓰기는 생각보다 어렵고, 천상 도시 사람인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음, 역시 도시가 최고야’라고 생각했다. 귀농에 환상을 가진 분들, ‘나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시골에서 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시골의 현실을 확실히 인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으시는 게 좋겠다. 시골에 살지 말라는 게 아니고, 현실을 알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시라는 이야기다.

 

2023년 8월 읽은 책들 통계

이번 달엔 11권을 읽었다. 5월에 8권을 읽은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가 ‘좋은’ 작품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감흥이 덜하고 눈이 높아진 걸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고, 나는 죽을 때까지 그걸 추구하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볼 것이다.

 

2023년 8월 독서 챌린지 및 빙고

야호, 모든 빙고를 다 채웠다! 내가 이번 달에 신견식의 <콩글리시 찬가>를 읽은 것은 이 마지막 빙고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맨 왼쪽 마지막 줄, 진한 주황색) ㅎㅎ 이걸 다 채우고 나니 너무 뿌듯하다. 아직 챌린지 몇 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것까지 또 빙고로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음 달부터는 월말 결산 포스트도 조금 다르게 꾸며 볼 예정이다. 아이 신난다!

챌린지 / 해당 작품 / 완료일 / 블로그 기록 여부

•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언어를 다루는 책 읽기 / 신견식, <콩글리시 찬가> / 08/09/2023 /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