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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썩어라 수시생,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by Jaime Chung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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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썩어라 수시생,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오빠에게 별 생각 없이 노트북을 사 달라고 했는데 오빠가 의외로 선뜻 노트북을 사 줘서 어떻게 감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피피티를 만들어 감사를 표현한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신 적 있으신지? (여기) 이 귀여운 일화를 그린 만화를 나도 인터넷에서 보고 흐뭇해한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바로 그 만화를 그린 작가의 만화를 모은 것이다.

‘썩어라 수시생’이라는 필명은 작가가 음악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게 썩어가던 시절에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며 울고 웃었던 이야기를 비롯한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만화를 그려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는데, 이게 인기를 얻어서 최근에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나는 이 만화를 몰랐으나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고, 읽다 보니까 내가 예전에 인터넷에 봤던 그 만화가 이 사람 만화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되어 있는 만화 말고도 20편 정도의 만화를 새로 그려서 넣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로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감성의 만화가 많다. 프롤로그에는 ‘죽어라 열심히 하지 말고 살아라 열심히 하세요 ❤️’라는 제목의 짧은 글(두 페이지 분량)이 딸려 있는데, 본인이 예나 지금이나 그림 그리는 것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기에 이 책에 담긴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초입부터 너무 따수워…☺️

만화는 8년 동안 그렸지만 노래를 전공한 지는 10년이 넘어간다고. 그래서인지 성악을 전공했고 또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왔는데도 아직도 자신이 노래를 못한다며 슬퍼하는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나로서는 ‘엣… 음대를 그냥 들어간 게 아닐 텐데, 전공자 입장에서 자기는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전공자 일반인보다는 훨씬 잘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공자니까 보고 들은 게 비전공자보다 더 많아서 기대치라고 할까, 수준도 높을 테고, 그래서 자기가 생각한 그 경지까지 닿지 못하면 좌절감이 들 수도 있지…

또한 본문에 현지라는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의 우정이 혁명이었다고 표현한 만화가 있는데, 정말 너무 따숩고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간지러웠다. “현지는 나에게 다정함의 혁명이었고, 나 역시 현지에게 다정함의 혁명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혁명이었다.” 아, 너무 좋다… 그리고 노래를 못한다는 자책이 올라오면 친구들, 교수님들, 가족, 지인들이 해 준 다정한 말(”너는 절대로 바보가 아니고 인생 천재야 - 친구들이”, “세상에 공짜 없듯이 의미 없는 헛고생도 없단다. 네가 쏟은 진심은 꼭 너의 음악 속에서 빛을 발할 거야. 유학 생활 힘들겠지만 그동안 노래가 더 좋아지길! - 성악 문헌 교수님이”, “항상 고맙고 사랑해 ❤️ - 룸메 언니들이” 등)을 다시 마음속으로 소환해 보면서 힘을 내는 만화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받은 응원과 사랑의 말을 한쪽 벽에 붙이고 뿌듯하게 바라보며 “자, 이제 누가 바보지? 일단 난 아님ㅋ”이라고 말하는 마무리 컷도 완벽하고.

세상살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뭔가 따뜻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보면 좋을 만화다. 위에 링크한 저자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먼저 몇 편을 보며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도 좋다. 아니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그 에너지가 그립다면 책에 담기지 못한 다른 만화들을 인스타그램에서 정주행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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