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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TV에는 머릿니 약 광고가 나온다

by Jaime Chung 201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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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TV에는 머릿니 약 광고가 나온다

 

며칠 전에 TV를 보다가 아이들(그리고 물론 어른들)을 위한 머릿니(head lice, 이) 치료제 광고를 봤다.

잠시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광고였다.

내가 이곳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처음 왔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스포츠 도박 광고가 버젓이 TV에 나온다는 거였다.

(그 이야기는 이 포스트에 썼다. 2018/06/23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스포츠 도박 광고가 허용되는 호주 TV)

그런데 이번에는 머릿니 광고라고? 한국에서는 이런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 블로그는 여러분의 시신경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단 한 마리의 머릿니 그림 또는 사진도 싣지 않았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머릿니가 급증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머릿니는 1960~1970년대에 흔했던 기생충이며 위상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자주 발생해 후진국형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한국건강관리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머릿니 감염률은 평균 2.8%인데, 특히 서울 강남 일대의 감염률은 9%에 달했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도 머릿니는 있었던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나한테 있었으니까(ㅠㅠ).

내 머리를 잘라 주시던 미용사 아주머니가 그걸 발견하고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 머릿니 있는 애라니, 하시면서(이미 오래 지난 일이지만 그래도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변명을 하자면 그때 내가 딱히 안 씻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가 쟤는 목욕탕에서 사냐고 할 정도로 목욕을 길게 하는 걸 좋아하는데,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 이게 바로 머릿니가 생기는 원인이라고 하더라.

나는 어머니가 사 오신 머릿니 죽이는 약과 참빗의 효과를 봐서 머릿니 박멸에 성공했다.

 

어쨌거나, 내 이야기는 이쯤 하고, 왜 호주에서는 머릿니 약 광고가 나올까?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지 2015년 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초등학교마다 약 1/4의 학생들이 머릿니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https://www.smh.com.au/national/nsw/head-lice-busting-the-myths-so-we-can-nab-those-nits-20150303-13thml.html)

그래서인지 머릿니에 대한 정보도 많다. 그냥 호주 구글에서, 아니면 그냥 구글에서 (head) lice Australia 뭐 이런 식으로 검색해 보시라.

그중 이 사이트(https://www.pregnancybirthbaby.org.au/head-lice-in-children)에 따르면 머릿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흔하며, '불결한 상태의 신호로 보아서는 안 된다(should not be seen as a sign of poor hygiene)'고 쓰여 있다(독자분들이여, 제발 나의 청결 상태를 믿어 주시라).

호주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더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고 자는지, 아니면 모자를 돌려 쓰는지 하는 건 모르겠다.

그런 건 도대체 어떻게 밝혀낼 방법이 없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조사를 해야 하나?

 

그렇다면 왜 호주 TV에는 머릿니 약 광고가 나올까 궁금해하던 중, 내 룸메이트가 이런 말을 해 줬다.

"처방제 없이도 살 수 있는 어떤 약들은 까다로운 의약품 광고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되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광고할 수 있어."

오호라! 찾아보니 광고에 나온 그 머릿니 제거제 샴푸/로션은 울워스(Woolworths)나 콜스(Coles) 같은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파머시(pharmacy)나 케미스트(chemist)에 가면 그곳 약제사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두 마디 얻을 수 있을지언정, 마트에서도 이 제품을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호주는 마트에서도 아스피린, 진통제, 감기약 같은,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약들을 파니까, 머릿니 제거 제품을 마트에서 살 수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듯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머릿니 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만 살 수 있지만, 호주에서는 아예 마트에서 살 수 있으니까 광고도 흔하게 나오는 거였다. 이런 게 일종의 문화 차이겠지.

이로써 나름대로 궁금증을 해결했다. 아이 개운해~!

 

(추신: 전 세계어린이 여러분, 머리는 꼭 말리고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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