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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콜린 마샬, <한국 요약 금지>

by Jaime Chung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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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콜린 마샬, <한국 요약 금지>

 

 

한 나라에 대해 딱 깔끔하게 떨어지는 평가를 내리기는 참 어렵다. 국가라는 게 작은 물건도 아니고, 너무나 다양한 측면이 있고 또 그를 구성하는 개인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이러이러하다 하고 단정지어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문화 안에서 자란 사람들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게 있고, 그 밖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더 잘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과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한 나라에 대한 평가라는 게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오해는 마시라. 내가 딱히 저자의 한국 비평에 반대하거나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몇몇 부분은 크게 공감하고 어떤 부분은 웃기기까지 한다. 예컨대 이런 부분.

나는 이 문제가 한국의 좋은 점은 정확히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에만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인식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지인들은 나와 만날 때마다 한국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몇 년 동안 그 질문에 단 한 번도 딱 부러지게 대답한 적이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국의 불평 문화만큼 나를 괴롭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랜든 리가 한국인의 삶, 적어도 서울 사람들의 삶에서 세계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런 경험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한국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던 사람이 겨우 한 달간 한국에 머물면서 말이다.

북카페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사의 참석자들 대부분은 여자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여자인 날도 많았다. <빨간책방>의 녹화에도 여자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후에도 일종의 ‘문화 행사’에 여자만 보이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문학과 관련된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이국적이거나 신선한 커피숍이나 식당이 생겨도 가장 먼저 방문해 경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다. 성별에만 주목하지 않더라도 나는 한국에 살면서 문화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인상도 받았다. 어쩌면 그 인상은 문화에 대한 관심보다 문화의 힘에 대한 믿음이라 달리 표현할 수 있겠다. 책을 포함한 많은 문화적 작품을 통해 자신과 타인, 세계와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여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러한 모임이나 행사, 또는 문화 관련 한국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에서 가끔씩 남자들도 발견할 수 있다. 팟캐스트를 녹화 중인 이동진과 독서 모임의 장소였던 책방의 남자 주인이 그랬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한국 남자들이 일을 제외하고는 대체 무엇을 하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중들에게 자기 자신을 안아주라 제안한다. 나아가 혹시 사죄의 마음을 전해야 할 사람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면서 힐링(healing)의 길로 안내한다. 한국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은 ‘힐링’은 한국어가 이전에는 정확히 명명하지 못해 생겨났던 여러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단어로 보인다. 힐링은 소통, 일상, 그리고 사회적 치유라는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세바시의 미션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소셜 미디어에 능통한 혜민 스님의 트윗이나 특히 한국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떠올려보라.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세상을 바꾸고(종종 1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뒤이어 자신까지도 바꿔버리겠다’는 과열된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 그중 일부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재탄생한 미국식 자구책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정확히는 ‘딱 이거 하나로 (적어도 한 주제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명쾌한 설명’을 기대하는 마음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느낌? 저자가 하는 한국 비평이 틀리다는 게 아니라,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일이 없다고 할까… 그래도 “한국 남자들이 일을 제외하고는 대체 무엇을 하는지 의문이다.” 이건 크게 공감했다. 이거 빼고 없달까… 좀 아쉽다. 사실 책 제목이 너무 사기 수준으로 매력적이어서 기대가 커진 것 같다. 아니면 이 책이 다루는 한국의 이모저모가 내가 관심 있는 ‘한국 비평’의 주제와 거리가 멀어서일까? 좀 더 흥미로운 주제, 예컨대 한국 공교육 체계나 세대 차이, 낮은 출생률 등을 골랐다면 내가 눈을 더 빛내고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관심이 간다면 한번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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