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강착원반(지은이), 사토(그림), <데드미트 패러독스>
좀비는 인간인가? 그렇다면 좀비는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을 제공하는 만화. 본편 <데드미트 패러독스>와 단편 <시간 죽이기>를 합쳐서 총 260쪽밖에 안 되는데, 적은 분량에도 꽤 흡인력 있게, 독자를 잘 몰입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올랜드 왕국은 원인 불명으로 죽은 지 30일 이내에 되살아난 이들을 좀비라고 부른다. 이들은 잠도 자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으로 여겨지고 차별받는다. 변호사 ‘골드’는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릴리 아르테미아라는 (이제 막 좀비가 된) 여성이 자신의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그녀를 돕는다. 이야기가 짧으니까 조금만 더 이야기했다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시놉시스는 이 정도로만 해 두겠다.
좀비물이라는 장르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이 만화는 좀비를 차별받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림으로써 좀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뭐긴 뭐야, 소수자들이고 차별받는 이들이지. 좀비라는 말 대신에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 이 사회의 소수자 정체성을 아무거나 집어넣어 봐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성별이나 인종, 신체, 종교, 성적 지향 등등의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줄어들면, 좀비물의 인기도 사그라들까? 괜히 궁금하다.
이 괜찮은 작품에 굳이 정말 흠을 찾는다면, 올랜드의 화폐 단위가 ‘실링’이어서 20억이라는 큰돈조차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 작화도 좋고, 이야기도 딱히 거슬리는 곳이 없다.
보아하니 작가는 한국인인데 이 작품은 일본에서 먼저 인기를 끈 듯하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용 가능하니 관심이 있다면 한번 보시라. 물론 만화라서 PDF 형태로 제공되기에 스마트폰보다는 최소한 태블릿 PC로 보는 게 읽기에 더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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