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나누기] 아이들이 책을 읽게 만들려면? 책 읽고 피자 먹기! - 피자헛의 ‘북잇’ 프로그램
얼마 전에 뉴욕타임스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독서를 시킬까? 피자를 주라(How Do You Get Kids to Read? Give Them Pizza.)”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미국 피자헛이 40년간 해오고 있는 ‘북잇(Book It)’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었다.
‘북잇’은 1984년에 시작해 올해 40주년을 맞는, 미국 피자헛의 독서 장려 프로그램이다. 피자헛과 초등학교가 연계해서 진행되는데, 아이들이 한 달에 정해진(=선생님이 정한) 권 수의 책을 다 읽으면 선생님이 ‘인증서’에 사인을 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걸 피자헛에 가져가서 (토핑 1개를 얹은) 1인용 팬 피자와 바꿔 먹을 수 있다. 현재까지 총 7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해 15억 개가 넘는 피자를 받아갔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레딧에는 이 ‘북잇’을 언급하며 이렇게 책을 읽을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 자기에겐 통했다며, 이 사진을 보기만 해도 피자가 먹고 싶어진다는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글(여기)이 있다. 적어도 이 글에 댓글을 단 사람들 대다수는 이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나라도 좋아했을 것 같다. 나는 피자를 안 줘도 책을 읽었는데, 피자까지 준다? 완전 땡큐지.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었다면 나는 아마 거의 매달 피자를 먹었을 거다.
물론 이 ‘북잇’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이들을 너무 어린 시절부터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든가(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피자를 먹는 입맛에 길들여진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 테니까), 피자는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든가, 아이들을 볼모로 잡아서 부모도 피자헛에 가게 만든다든가(애만 피자헛에 데려다주고 보호자는 아무것도 안 시켜 먹는 건 좀 뭣하니까), 독서 같은 행위는 본인이 마음에서 우러나, 순전히 즐거움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인데 그걸 이렇게 피자를 준다고 하면서 시키면 오히려 독서를 싫어하게 되지 않겠느냐 등등. 앞의 세 가지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우려는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어차피 책을 안 읽을 애들은 뭘 해도 안 읽을 텐데, 독서에 따른 ‘상(賞)’이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 순간(예컨대 초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안 읽을 거면 그런 식으로 초등학생 때 조금이라도, 한 권이라도 더 읽히는 게 이득 아닌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히면 아이가 그걸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알게 된다든가, 아니면 하다 못해 살면서 그 책을 통해 쌓은 지식(맞춤법이든 뭐든)을 평생 써먹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게 더 유용하지 않을까. 게다가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아이가 있다면 이걸 이용해서 한 달에 한 끼라도 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아이뿐 아니라 성인의 문해력도 문제가 되는 요즘,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들을 위한 ‘북잇’ 프로그램도 만들어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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