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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아는 것 나누기] 2024년 최고의 책들 (feat. 뉴욕타임스)

by Jaime Chung 202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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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2024년 최고의 책들 (feat. 뉴욕타임스)

 

이쯤 되면 꼭 등장하는 게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최고의 책을 꼽아 보는 콘텐츠. 나도 (읽을 책이 쌓인 주제에) 어디 또 좋은 책 없나 어슬렁거리다가, 내가 책을 찾을 때 자주 참고하는 뉴욕타임스에서 이런 포스트를 발견했다. “2024년 최고의 책 10권(The 10 Best Books of 2024)”. 이걸 어떻게 참아요? 그래서 당장 클릭했다. 그 명예로운 책 10권을 사견을 덧붙여 소개한다.

 

미란다 줄라이, <All Four>
미란다 줄라이는 영화 <미 앤 유 앤 애브리원(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2005)으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작가이다. <All Fours>는 줄라이의 두 번째 소설로, 정말 놀랍게도 이 책은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곳(예컨대
펭귄 랜덤하우스뉴요커)에서도 올해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꼽혔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란다 줄라이의 소설집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을 읽고 ‘엥…?’ 하는 혼란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호평에 약간 놀랐다(미란다 줄라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죄송). 하지만 만약에 이 소설이 내년쯤 번역되어서 나온다면 한번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
돌리 앨더튼, <Good Material>
돌리 앨더튼은 자신의 청춘 시절 연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에세이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최근에 애인과 헤어진 35살짜리 런던 출신 코미디언이 이별에 대처하는 이야기이다. 노라 에프론(<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1989) 등을 감독한 영화감독이자 작가) 스타일 클래식 로맨틱 코미디 느낌이라고. 이것 역시 번역되어 나온다면 읽을 의향이 있다(그 전에 일단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부터 읽어야지…)
퍼시벌 에버렛, <James>
이 책은 당장 알라딘에 검색해도 ‘2024년 부커상 후보작이자 커커스상 및 전미도서상 수상작, 뉴욕타임스 2024 올해의 도서’라는 소개 문구를 달고 뜬다. 이 정도면 국내에 번역돼 출간될 예정이 확실한 게 아닌가 일단 설레발을 쳐 볼 수 있겠다. ‘고전’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현대적으로 다시 쓴 책인데, 허클베리 핀이 아니라 그를 따라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려가는 흑인 노예의 시점에서 쓰였다. 제목의 ‘제임스’(즉 ‘짐’)가 바로 그이다. 개인적으로 허클베리 핀이라는 인물을 싫어해서(백인 남자애가 제멋대로 구는 것도 싫은데 이모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도 꼴뵈기 싫다. 어린 게 여성 혐오에 물들어서 아주 버릇이 없어!) 이건 얼마나 신선하게 그 원작과 캐릭터를 뒤집었을지 기대된다.
카베 아크바, <Martyr!>
이 책 역시 알라딘에서 ‘뉴욕타임스 2024 올해의 도서’라는 소개말을 달고 있으니 곧 번역되어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사이러스 샴스라는 이란계 미국인이 주인공인데, 그는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중인 시인 지망생이다. 줄거리를 좀 더 읽어 봤는데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이 ‘순교자!(martyr!)’라는 것일지 감이 안 잡혀서 한번 읽어 보고 싶다.
알바로 엔리게, <You Dream of Empires>
16세기 테노치티틀란이 배경인데, 에르난 코르테스가 몬테주마의 성에 도착해 몬테수마와 ‘딜’을 하는 이야기인 듯? 물론 제국주의를 비꼬는 내용일 거라 상상할 수 있다. 흥미롭긴 하지만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을 잘 고증했는지 인간의 피부 거죽을 베일처럼 쓰는 성직자들의 모습이나 심장을 도려내는 인간 제물, 고문 등의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꽤 고어한 모양이다. 그런 건…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조세프 데브레제니, <Cold Crematorium>
여기서부터는 논픽션이다. 일단 저자의 성(姓)을 제대로 읽었는지 자신이 없다. 이 책은 1950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실제로 저자 본인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피해자였고, 그는 수용소 안의 처절한 현실을 본인이 목격한 대로 진솔하게 써 내려갔다고 한다. 아주 생생한 논픽션인 듯.
조나단 블리처, <Everyone Who Is Gone is Here>
이 책은 ‘미국의 남쪽 국경선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분석'이라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내 관심 분야는 아니어서 이 이후에 줄거리 읽기를 포기했다. 대충 중앙 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망명자들과 관련한 문제(그들이 제대로 미국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하는 것 등)를 다루는 것 같다.
루시 산테, <I Heard Her Call My Name>
부제가 '성전환 회고록(A Memoir of Transition)'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60대 후반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선택했다. 이유라고 할지, 기폭제라고 할 만한 일화가 흥미롭다. 2021년 초반에 그(녀)는 우연히 페이스앱이라는 앱을 발견했는데, 이 앱에는 성별을 반전한 사진을 만들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여자 사진이면 남자로, 남자면 여자로. 그(녀)는 이 기능을 사용해서 자기 사진을 여자 버전으로 만들어 봤는데, 딱 그걸 보는 순간 ‘그녀가 바로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의 길을 갔고, 여성으로 성전환했다.
뉴욕타임스에 이 책의 리뷰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면 한번 읽어 볼 의향이 있다.
맥스 부트, <Reagan>
맥스 부트는 국내에도 소개된 전쟁 및 외교에 대한 책을 쓴, 국사사학의 대가이자 미 외교관계위원회의 국가안보 분야 선임연구원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레이건의 전기를 썼고, 이게 뉴욕타임스 2024년 올해의 도서에 오르다니 놀랍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레이건을 곱게 보지 않는 편인데 어쨌든 이 정도 지식인이 쓴 전기라면 뭔가 통찰이 있을 것 같긴 하다. 뉴욕타임스가 쓴 이 책의 평은 심지어 제목부터 ‘
로널드 레이건이 도널드 트럼프를 위한 길을 닦았는가?(Did Ronald Reagan Pave the Way for Donald Trump?)’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리뷰도 참고하시라.
햄프턴 사이즈, <The Wide Wide Sea>
이건 또 버락 오바마 전(前) 미대통령의 2024년 여름 독서 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2024년 올해의 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항해를 쫓아가는 이 역사서는 유럽계 항해자들뿐 아니라 태평양 제도민들의 생생한 구전까지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것 역시 나는 패스.

 

그리고 이 목록에는 없지만 샐리 루니의 <Intermezzo>도 상당히 호평을 받아서 종종 올해 최고의 책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예컨대 호주 방송국 ABC의 이 목록처럼). 2022년 피습 이후 이 경험을 정면으로 마주한 살만 루슈디의 <나이프>도 (이건 벌써 10월에 번역 출간됐다!) 호평을 받아서 읽어 보고 싶다. (위에 링크를 달았지만) 펭귄 랜덤하우스는 내가 리뷰를 쓴 홀리 그라마치오의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도 2024년에 출간된 책 중 꼭 읽어 봐야 할 책 중 한 권으로 꼽았다(개인적으로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느낌인데…).

이 외에, 아예 통 크게 2024년에 출간된 것 중 눈여겨볼 만한 책들을 알아 보고 싶다면 뉴욕타임스의 “2024년 주목할 만한 책 100권(100 Notable Books of 2024)”을 살펴보시라. 아니면 그냥 인터넷에서 2024년 최고의 책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국내 사이트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책을 포함해 많은 목록이 뜬다. 취향대로 찾아보시라.

그럼 2025년에도 즐거운 독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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