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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3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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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3월에 읽은 책들

 

2025년 3월에 읽은 책들은 총 15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심너울,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

SF 작가 심너울이 생각하는 작가 되기, 글쓰기, 글을 써서 밥 벌어먹고 살기 등등에 대한 시시콜콜한 에세이. 다 읽고 나서는 자기 자신을 ‘돈미새(돈에 미친 새끼)’라고 말해도 사실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저자 개인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기보다는, 저자의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케이트 포크, <심장이 뇌를 찾고 있음> ⭐️⭐️⭐️⭐️⭐️
아직 2025년이 1/4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다 끝내자마자 내가 올해 기억할 최고의 책들 중 한 권이 되리라는 느낌이 찌르르 왔다. 기괴하고 신기한 바디 호러를 다룬 ‘기묘한 이야기’들인 단편소설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심하게 징그럽거나 무서운 건 없으니 걱정 마시고 한번 읽어 보시라. 강력 추천한다.
심민아, <키코게임즈: 호모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 ⭐️⭐️⭐️⭐️⭐️
’키코게임즈’라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한 게임 기획자 조유라가 주인공인 소설. 진짜 재미있다. 작가가 말을 어찌나 재치 있게 하는지 거의 매 쪽 웃음이 난다. 게다가 소설 안에 현대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비판까지 맛깔스럽게 잘 녹여 냈다. 기가 막히다. 역시 강력 추천한다.
문지혁, <중급 한국어> ⭐️⭐️⭐️
작가의 전작 <초급 한국어>에 이어지는 속편. 한국으로 돌아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지혁’에게는 이제 아이도 있다. 아이를 양육하며 강의도 다니고,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장이 된 그. 전작처럼 슴슴하고 담백한 책이라 전작을 읽지 않으셨거나 좋아하지 않았다면 굳이 권하지 않는다.
캐럴라인 냅, <욕구들> ⭐️⭐️⭐️⭐️
여성들의 욕구는 어디에서 기원하며 어떻게 표현되는가 하는 것을 자신과 여러 여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솔직하게 쓴 에세이. 이제 이 책이 있는데 ‘여자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같은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걸 읽으면 다 알 수 있다. 여자들은 다 공감하며 읽을 만한, 진짜진짜 좋은 에세이.
이디스 워튼, <징구> ⭐️⭐️⭐️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받은 작가 이디스 워튼의 단편소설 네 편이 실려 있다. <징구>, <로마의 열병>, <다른 두 사람>, 그리고 <에이프릴 샤워>. 시간만 넉넉하고 집중력만 받쳐준다면 앉은자리에서 다 끝낼 수도 있을 정도로 짧다(종이책 기준 160쪽). 다시 읽고 곱씹어 볼수록 더욱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들이다.
박민주 외 4명, <여성질환이라는 악명> ⭐️⭐️⭐️
리디셀렉트에서만 읽을 수 있는 ‘리와일드’ 시리즈 중 마지막 호. 각각 임신 중단에 대한 제도와 담화, ADHD 진단에 존재하는 성(性) 편향, 여성 청년의 자살, 20대, 30대 젊은 여성들의 부인과 검진, 갱년기를 주제로 하는 짧은 글을 실었다. 깊지는 않아도 어렵지 않고 평이한 수준의 난도라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자 강점이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도 모두 읽어 보면 좋겠다.
패멀라 폴,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 전, 그러니까 대략 2000년대를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에세이. 지루함이라든지, 마침표(카카오톡이나 왓츠앱 같은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짧은 메시지를 보낼 때 한국어나 영어 사용자들은 마침표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전화 등등, 인터넷의 도래로 우리가 잃어버린, 또는 놓아버린 것들이 100가지나 된다는 게 놀랍다. 가끔 노스탤지어에 빠지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이예은, <콜센터의 말> ⭐️⭐️⭐️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일본 여행사의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콜센터의 말’에 대해 되돌아보는 에세이. 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같은 민음사의 브런치북 선배 수상자들, 즉 <젊은 ADHD의 슬픔>의 정지음 작가와 <동생이 생기는 기분>의 이수희 작가의 추천사가 들어 있다(민음사TV 애청자라면 너무나 잘 알 듯).
일본도 사는 사람 곳이라 저자가 만난 고객들 중에는 물론 친절한 고객도 있고 진상 고객도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하고, 위에서 내려온 지침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뭔가 우당탕탕하고 ‘에라이 진상들 때문에 못해 먹겠네’ 같은 느낌(내가 상상한 것)보다는, 조금 더 잔잔한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상상한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콜센터상담원이라는 익명의 작가가 쓴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을 읽어 보시라.
멀리사 브로더, <오늘 너무 슬픔> ⭐️⭐️⭐️
X(구 트위터)에서 ‘@sosadtoday’라는 아이디로 트윗을 하던 저자의 에세이. 제목 그대로 ‘오늘 너무 슬픔’한 이야기들이다. 맨 끝에 옮긴이 후기를 보면 저자의 솔직함(예컨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솔직하게 드러낸 글)과 ‘여성-정병러’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이라고 말하며 이 글을 높이 평가한다. 뭐, 개인적으로 이 글을 ‘똥글’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나라면 이런 글(출간까지 된, 그래도 나름대로 인정받는 글)을 쓰면서 살래, 아니면 그냥 살던 대로 살래, 하고 묻는다면 단연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고르겠다. 저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너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일단 저자는 약물과 술에 중독됐었는데, 술은 후에 끊었지만 약물은 계속 찾았다. 담배를 피우다가 니코틴 껌에 중독됐고, ‘이런 형편없는 나라도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낭만적인 꿈을 꾸며 연애와 섹스에 중독된 모습을 보인다 . 그게 어느 정도인지 예를 들어드리고 싶은데 그 예시조차 19금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여기에다가는 쓰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이 진짜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보다는, 그냥 ‘중독 자체에 중독된’ 한 개인을 상상해서 쓴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게 도움이 됐다. 성적인 표현들도 많이 나오는데, 이건 19금이 아니라 25금쯤 되어야 할 거 같다(왜 25살이라는 구체적인 나이냐면, 그때쯤 자기 인식, 행동 계획, 정보 통합 등등 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저자 지금 살아 있어?’ 같은 생각을 계속했다. 신체 건강도 걱정되지만 정신적으로 엄청 불안정해 보이는데 과연 저자 괜찮은가…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는 거다. 읽으면서 저자의 건강을 이토록 걱정하게 만든 글은 처음이다. 이쯤 말했으면 충분한 것 같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정신적 타격은 자기 책임임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제가 받은 충격조차 책임질 수 없거든요…
오혜민, <당신은 제게 그 질문을 한 2만 번째 사람입니다> ⭐️⭐️⭐️⭐️
저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다들 줄여 말하듯 ‘한예종’)에서 ‘예술가의 젠더 연습’이라는 교과명으로 페미니즘을 가르쳤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가 들어야 하는 온갖 종류의 (어떤 것들은 최소한 그럴듯하게 들리고, 어떤 것들은 완전히 헛소리이다) 질문들에 대답해 준다. 본인이 페미니스트라면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는 의미에서 읽으면 좋고, 아니라면 본인이 그런 질문을 앞으로는 하지 않기 위해 배우는 의미에서 읽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누구든 다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정대건, <GV 빌런 고태경> ⭐️⭐️
30대 ‘여자’ 영화 감독이 50대 ‘남자’ GV 빌런(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인 GV에서 분위기를 깨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다큐 영화를 찍는다는 줄거리의 소설인데, 나는 이 기본 설정부터가 너무 이해가 안 가서 애를 먹었다. 30대 여자가 왜 50대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어야 하나요? 30대 여자가 잘 지내야 할 50대 남자는 본인의 아버지 말고는 없는데, 왜 외간 남자에게 이렇게 쓸데없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며 독자로 하여금 께름칙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더 자세한 비평은 책 리뷰 본문을 참고하시라.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이나 <나의 아저씨> 같은 류의 작품들을 좋게,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과 나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돌리 앨더튼,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
동명의 영드를 탄생시킨 바로 그 에세이! 여러 여자 연예인도 읽었다고 들었다. 제목은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이지만 그렇다고 저자를 남미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사랑’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을 동성 친구들을 통해, 우정을 통해 배웠다는 게 핵심이다. 여자들간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하고 따뜻한지 아는 분들은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듯.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상)> ⭐️⭐️⭐️⭐️
이번 달 중순에 시작했다. 이 기나긴 3권짜리 장편소설을 두 달 내로 끝내겠다는 다짐을 하고서. 하루에 nn쪽씩 읽어서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까지는 잘해내고 있다. 부정 타고 싶으니 더 말하지는 않겠고, 총 감상평은 (하)권까지 끝낸 후에 몰아서 쓰겠지만 여튼 진짜 재미있게 잘 읽고 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종종 나와서 몰입을 좀 깨긴 하는데, 이토록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가는 저자의 솜씨는 부정할 수가 없다. 책이 긴 건 사실이지만 이야기는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고(어떻게 이렇게까지 많은 사건과 이야기의 흐름을 구상해 낼 수가 있지?), 아주 술술 읽힌다.
과달루페 네텔,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
결혼과 출산, 양육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면에서 쿡쿡 찔러 보는 소설. 소설 속 화자는 라우라라는 외국에서 유학한 후 모국 멕시코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며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비혼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알리나라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는데, 아이를 원치 않았던 그녀는 몇 년 후 남편 아우렐리오와의 합의하에 아이를 가진다. 문제는 그 아기가 소실뇌증이라는, 아주 희귀하고 치료법도 없는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의사들은 이 아이는 순전히 알리나 덕분에 살아 있는 것이라며, 태어나 봤자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알리나 부부는 그렇다면 이 아이를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어차피 죽을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출산해서 키워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단 줄거리를 이렇게 요약해 봤는데 이것만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분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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