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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7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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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7월에 읽은 책들

 

2025년 7월에 읽은 책들은 총 15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쑨디, <너무 오래 오타쿠로 살아서> ⭐️⭐️⭐️
본인 입으로 ‘너무 오래 오타쿠로 살아서 오히려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케이팝 러버, 고경력 오타쿠, 트위터 NPC’라고 말하는 X (구 트위터) 유저 쑨디의 에세이. 정말 케이팝을 비롯해 영화나 애니 등 ‘오타쿠’라고 부를 만한 건 다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니. 제목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냥저냥 읽었다. 본문에 쑨디는 덕후들의 감상, 분석, 마음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 “이해가 안 된다면 이해하지 않는 것도 좋다. 오타쿠의 세계는 역시 오타쿠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니.”라고 썼는데, 내가 이걸 퇴근 후에 읽어서 그런지 피로가 내 마음을 지배해 딱히 주제에 몰입을 못 했달까… 이해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내가 애초에 오타쿠가 아니어서 이렇게까지 과몰입을 못 하는 걸까? 어쨌거나 글을 평가할 생각은 없고, 그냥 내가 이 글에 몰입해서 막 흥미진진하게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지는 못하고 그냥 읽었다고만 말해 두겠다.
오오타 게이코, <앞으로의 남자아이들에게> ⭐️⭐️⭐️⭐️
일본의 변호사 엄마가 쓴, 남자아이들을 성범죄자로 키우지 않는 방법.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자아이에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언어화’하는 법을 가르치고 연습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걸 위해서라도 남자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번 읽어 봄직하다.
심너울, <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
심너울 작가의 신작. 이 소설의 제목은 극 중 죽지 않는 약을 개발하는 한 생명공학 기업의 대표가 던지는 질문이다. “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이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인 사람들. 하지만 정말로 그게 정당한가? 더 이상의 내용은 리부에서 확인하시길(그래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였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좋았다.
정해연, <홍학의 자리> ⭐️⭐️
이 책은 이미 잘 알려진 것 같아서 딱히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내 감상은 이렇다. 고작 그 반전을 위해 내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을까? 애초에, 그게 중요하기나 한가? 자극적인 소재에 자극적인 워딩(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은 반전까지… 대실망이었고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리뷰는 대놓고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주의하시라.
서귤, 범유진, <천재 본색> ⭐️⭐️⭐️⭐️
서귤 작가와 범유진 작가가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을 키워드로 해서 쓴 소설이 한 편씩 실려 있다. 서귤 작가의 <오피스 추노>는 직원들의 행복을 회복한다는 명목으로, 무단 결근한 직원들을 관리하는 부서 이야기이고, 범유진 작가의 <봄버>는 폭발물 사건에 휘말리게 된 한 바둑 천재의 이야기이다. <오피스 추노>가 좀 더 밝고 유쾌한 느낌이라면 <봄버>는 어둡고 긴장감이 넘친다. 개인적으로 <오피스 추노>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요즘 화두인 챗GPT 같은 생선형 인공 지능이 우리의 읽기와 쓰기 능력뿐 아니라 그 행위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살펴본 논픽션. 내가 100%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모든 이들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
단연코 이번 달에 읽은 픽션 중에서 최고. 정세랑 작가가 쓴 9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2025년 개정판은 기존 구판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남성이 화자인 한 편(<해피 쿠키 이어>) 빼고 전부 여성 서사이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웨딩 드레스44>와 표제작인 <옥상에서 만나요>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민음사TV에서 세문전 독서 클럽 다음 회 책이 이거라고 해서 읽었는데, 음…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이 좋다, 나쁘다를 평하기 전에 뭐랄까, 공감되는 구석이 없다고 할까, 나에게 ‘관련 있다(relevant)’라는 느낌이 안 든달까. 이게 나랑 무슨 상관? 정확히 말하자면 2025년에 내가 이걸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지금의 나와 이 작품을 이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아직 이 시대에, 나라는 개인에게 이 작품이 유효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못 찾겠다. 이걸 끝내기 전에
정세랑 작가의 <옥상에서 만나요>를 읽어서 그런가. 동시대 여자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와닿고 나랑 ‘관련 있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1백 년 전 작가의 알쏭달쏭한 공포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동태 눈을 하고서 겨우 끝냈다. 딱히 감상이라고 할 것은 없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정도만이 그나마,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때) 약자의 복수극으로 읽혀서 조금 와닿는다는 느낌. 나머지는 뭐… 세문전 독서 클럽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다룰지 한번 봐야겠다.
마이클 이스터, <가짜 결핍> ⭐️⭐️⭐️
모든 것이 부족하기는커녕 대체로 넘쳐나서 문제인 현대에도 인간은 결핍감을 느낀다. 왜일까?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답을 찾았다. 이것 역시 내가 100%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리뷰 본문에도 썼지만 마지막에 조금 ‘읭?’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신뢰도는 약간 하락.
케이트 샤츠,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
제목 그대로 전 세계의 멋진 여성들을 소개하는 아동/청소년용 책. 히파티아(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나 몬테소리(’몬테소리’ 교육법을 만든 이탈리아의 교육학자이자 의사),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나이지리아 출신 작가)처럼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도 있고, 추근(청나라 시대 페미니스트 운동가)이나 페 델 문도(필리핀의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과학자)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참고로 멕시코의 학자이자 작가인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수녀도 소개되는데,
과달루페 네텔의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의 ‘이네스’가 바로 이 위인에게서 이름을 따 왔다(소설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우리나라 여성은 소개되지 않고, 뒤에 짧게 세 명만 올라 있는데 선덕(여왕), 유관순(독립운동가), 나혜석(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예술가), 딱 이렇게만 되어 있다. 선덕 여왕을… ‘이렇게 많은 멋진 여자들’에 올려도 되나? 세 명밖에 안 골랐는데 선덕 여왕을 먼저 올리기엔 다른 인물들이 더 우선순위로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저자가 외국인이라 잘 몰랐을 수도 있고, 고대-중세에서 한 명을 고르고 싶었던 걸 수도. 한국 아이들에게 보여 줄 거면 단연코 한국의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도 같이 보여 주는 게 좋겠다.
앤절라 네이글, <인싸를 죽여라> ⭐️⭐️⭐️
온라인에 극우주의가 판을 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인 문화연구자가 2010년대에 급부상한 온라인 극우주의자들의 ‘온라인 전쟁’을 추적했다. 아무래도 배경이 미국이나 영어를 쓰는 문화권의 온라인(예를 들어 ’레딧’ 같은 커뮤니티)인지라 한국인으로서 모든 세부사항을 이해하거나 뉘앙스를 파악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역자가 ‘옮긴이의 말’에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적절히 갈무리해서 잘 설명했고, 국내의 예시도 같이 배치해 두었기에, 이 책을 다 읽기가 어렵다면 ‘옮긴이의 말’만 ‘리더스 다이제스트’ 느낌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사치 코울,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건 의미없겠지만> ⭐️⭐️⭐️
인도계 캐나다인 저널리스트의 에세이. 자신이 인도계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 이 두 가지 ‘마이너함’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저자가 찾아내는 삶의 이야기도 자신의 마이너함과 무관하지 않다. 흥미로워서 읽어 볼 만하다.
정세랑, <아라의 소설> ⭐️⭐️⭐️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작가가 정말 여러 군데에 다양하게 기고한 엽편 소설들(과 시 두 편)을 모은 작품. 많은 매체에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글들 중에 유일하게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아라’ 캐릭터는 정세랑 작가를 닮기도 했고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아라의 소설>과 <아라의 소설 2>라는 작품들이 있는데 거기에서 이 작품집의 제목이 나온 듯. 각 작품의 길이가 워낙에 짧고 딱히 연관돼 있지도 않아서, 출퇴근길이나 짧은 흐름이 될 수밖에 없는 시간에 한두 편씩 읽기 좋다.
강지영, 민지형, 배예람, 양은애, 최세은,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
이지북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YA, Young Adult) 앤솔러지인데 다섯 편 모두 별로다. 다른 작품집이었으면 그냥 ‘괜찮다’, ‘그럭저럭’이라고 평할 만한 작품이 이 앤솔러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녀처럼 보인다. 말하려는 바는 알겠지만 작품 내에서 딸랑 이야기 하나를 하기 위해 쓸데없이 과하고 규모가 큰 설정을 지어넣었다는 게 내게는 제일 불호감이었다. 리뷰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양각색으로 별로다.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
미국 아이다호 산간벽지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공부를 해서 브리검 영 대학교에 입학하고, 케임브릿지 대학의 교환학생이 되었으며 마침내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방문 연구원도 했다. 이 회고록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하면 이렇게 뛰어나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심지어 홈스쿨링도 하지 않은 (집에서 글 읽는 법 정도는 배웠고 모르몬 교도와 관련한 글, 성경 정도만 읽었던) 소녀가 무엇을 연료 삼아, 어떤 가정 환경에서 어떤 괴로움을 딛고 이를 이겨냈는지, 공부란 무엇이며 특히 ‘역사’를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개인적으로 풀어낸 감동적인 회고록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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