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Rental Family(렌탈 패밀리: 가족을 빌려드립니다)>(2025)

내가 좋아하는 브렌단 프레이저 배우의 최신작이라고 해서 봤다. 배경이 일본이고 일본 배우들이 나와서 일뽕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렇다고 왜 굳이 일본이어야 했는지 이유는 딱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추리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렌탈 패밀리’(가족인 척해 주는 역할 대행 서비스직)로 일하는 이들에 관한 것이다. 필립 밴더플로그(브렌단 프레이저 분)는 일본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단역 일을 간신히 구해 하며 먹고사는 무명 배우이다.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우연히 고인(인 척하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할 ‘토큰 백인(token white guy)’ 역을 맡게 된다. 진짜로 죽은 것도 아닌데 죽었다 치고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 연설을 하는 이들은 전부 ‘렌탈 패밀리’를 빌려 주는 회사의 직원들이다. 이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타다(히라 타케히로 분)는 필립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필립은 자신이 타인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필립이 연기하는 배역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 근사한 역할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볼 그런 것들이다. (알고 보니 레즈비언인) 신부가 캐나다로 가서 가족을 떠나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신랑 역할, 한 혼혈 아이의 아버지 역할,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은퇴한 배우를 인터뷰하는 기자 역할 등. 솔직히 보다 보면 ‘앗, 이러다가 정 들어서 아주 난리가 나겠군’ 하고 예상 가능한 그런 줄거리로 흘러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썩 나쁘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딱히 이 영화가 일본이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야 ‘렌탈 패밀리’ 같은 기괴한 일은 일본에야 있으니까, 그걸 배경으로 해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백인 ‘외국인’을 통해 그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극 중 대사 몇 마디로라도 ‘일본은 이러이러해서 가족인 척하는 배우를 빌려 주고 빌려 쓰기도 하는 상업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이 고유한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지 않아? 그런 거 없이 그냥 영화를 진행해 나가는 게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국 이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 개인의 본능인 타인과 교류하고 싶은 욕망, 타인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을 긍정하는 것뿐 아니라) 일본 사회에 대한 코멘터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사회적 문제나 의미 같은 건 전혀 없고 그냥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걸 일본답다고 해야 할지… 아니, 이렇게 좋은 코멘터리감이 있는데 이걸 무시해? 사회고 나발이고 그냥 좀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를 찾는 분에게는 권할 만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의미 있는 작품을 원하는 분에게는 많이 아쉬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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