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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마리-헐린 버티노, <외계인 자서전>

by Jaime Chung 202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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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마리-헐린 버티노, <외계인 자서전>

 

 

이상한 외계인 소녀가 주인공인, 이상하고 쓸쓸한 소설. 나는 이 소설을 뉴욕타임스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마침 국내에 번역되어 나와 있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책을 2025년 8월의 ‘베스트북’으로 선정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해 있는 좋은 작품”이라 평했다(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아디나는 지구 엄마 테레즈를 통해 태어났다. 네 살이 되자 그는 자신의 고향인 외계의 행성에서 인간과 지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곳에 보내졌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그는 “엄마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팩스 기계”를 통해 외계와 통신한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글로 쓴 후, 팩스를 보내서 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녀가 가장 먼저 쓴 말은 이것이다. “나는 아디나입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어제 나는 잔디밭에서 토끼를 보았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이것을 송신하자 기계는 끽끽거리며 답장을 뱉어낸다. “토끼에 대해 묘사해보라.”

아디나가 떠나온 행성의 이름은 영어로 대응할 표현이 없다. 대강 말하자면, 쌀이 담긴 접시에 귀뚜라미가 껑충 뛰어들 때 나는 소리의 단어다. 그녀는 인간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서 지구로 보내졌다. 이 문제 많은 행성으로부터 몇 세기 떨어진 곳에서 은은히 빛나는 ‘귀뚜라미 쌀 행성’에 사는 그녀의 종족에게 그 기록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의 평생을, 외계의 존재들에게 인간과 지구에 대해 설명하며 보낸다. 아디나는 토니라는 친구를 사귀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자신이 쓴 글, 즉 팩스로 보냈던 문구들을 전부 모아 <외계인 자서전>이라는 책으로 묶어 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외롭다, 쓸쓸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게 이 소설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구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겠지만. 이 소설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부분이 아마 이 문단이 아닐까 싶다.

칼 세이건의 글에 따르면, 그녀의 그리움은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녀의 종족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어 훨씬 발전했을 것이고 그래서 시공간과 인과관계의 개념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선 위의 점들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 하나의 몸짓이다. 이렇게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슬퍼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사건을 애도하는 것과 같다. 은하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디나는 끝없이 뻗은 무한의 도로를 내려다보며 차가 올 기척을 찾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먼지가 일기를, 도로 위의 자갈이 흔들리기를. 하지만 세상은 꿈쩍도 않고, 자신의 종족과 시간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조차 그녀는 모른다. 광막한 우주에 던져진 그녀의 슬픔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 어디 있어요? 데리러 와주세요. 여기서 데려가줘요. 그녀는 가지고 있는 모든 필립 글래스의 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듣지만 소용없고 초라하고 위험하고 슬프고 반항적인 감정이 들 뿐이다.

 

참고로, 원제는 <Beautyland>인데, 국내에서는 극 중에서 주인공 아디나가 쓰는 책 제목인 <외계인 자서전>으로 바뀌어서 출판된 게 재미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이 ‘뷰티랜드’는 지구 또는 지구에서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쓸쓸하고 외롭고,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읽으면 딱 알맞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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