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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일에 마음 없는 일>

by Jaime Chung 202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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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일에 마음 없는 일>

 

 

내가 여러 번 권한 적 있는 뉴스레터 <인스피아>의 발행인 김지원 작가가 4년간 <인스피아>를 발행하며 무엇을 어떻게 쓰기로 결정했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풀어내는 에세이. 분량도 종이책 기준 152쪽밖에 안 될 정도로 아주 짧다. 그래서 더 편하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자신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저자의 이 철학에 공감한다. 자신의 글은 중립을 표방한 적도 없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말. 나 역시 그냥 책이나 영화를 감상한 후 내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솔직히 표현할 뿐이다. 누구나 내 취향과 100% 일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같은 작품을 접해도 나와 똑같은 감상을 가질 수도 없다. 내가 그 작품에 대해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평을 할 거라고 믿으신다면… 안타깝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요. 애초에 그럴 의도도 없고.

나의 글은 당연히 중립을 표방한 적도 없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소한 문제를 머리에 넣고 글을 쓸 여유도 없다. (내 경우 가장 중요한 목적은 쓰면서 내가 재밌는 글을 쓰는 것이다.) 즉, 나의 글은 나의 편견의 소산이며 표현이다. 이런 글을 두고 누군가가 남기는 감정적인 비평(?)은 나의 편견과 자신의 편견이 서로 부닥치고 있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런 글을 만날 때 나는 만약 그 사람이 나의 눈앞에 있다면, 혹은 그 평에 댓글을 달 수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지금 당신의 그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말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맥락을 제공하자면 이렇다. 저자는 <인스피아>를 발행하면서 독자의 피드백을 받아 보았는데, 그때 독자들이 보내는 평을(호평이든 악평이든) ‘텍스트’로 바라보기로 했다며, “무엇에 대한 텍스트는, 특히 강렬한 감정을 담은 것일수록 대상보다도 오히려 필자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A라는 주제를 어떻게 B 따위로 다룰 수 있느냐’ 하는 공격적인 반응이 오면 저자는 타격을 거의 입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강렬한 감정이 그 피드백을 쓴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서 흥미를 느꼈다고.

 

또 하나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작가로서 독자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 피드백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순간이 있다.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해놓고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피드백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순간이 있다는 것은, 단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피드백을 모조리 흡수해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개성과 욕망이 담긴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재밌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다음 인용문도 같은 맥락이다.

무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청중의 의견을 구하며 두리번거리는 배우를 본 일이 있는가? 주방에서 어떤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우왕좌왕해서 손님들에게 무엇을 만들면 좋겠느냐고 묻는 요리사를 본 일이 있는가? 비록 우리가 쓰는 글이 예술품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오마카세 식당의 주방에 선 셰프처럼, 무대에 선 배우처럼 나의 글-콘텐츠를 완성된 형태로 내놓아 이용자 경험에 반드시 프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바쁜 세상에 내가 쓴 글을 읽기 위해 누군가가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기적’이다. 창작자라면 모쪼록 그 기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아니 이렇게 속시원할 수가.

 

‘글을 이렇게 써라’ 하는 구체적인 조언은 없지만, 저자가 어떻게 <인스피아>를 발행하게 되었는지를 읽다 보면 저자의 글쓰기 철학도 알게 되고 글쓰기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통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읽어 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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