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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도훈,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by Jaime Chung 202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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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도훈,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부산 지하철의 기관사인 저자가 쓴 에세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부분은 정말 잘 쓰였고 감동적이고, 어떤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별로다. ‘이 정도로 괜찮게 균형을 잡아 가며 쓰던 사람이 이 꼭지는 왜 이렇게 못 썼지?’ 싶을 정도로. 도대체 이 글들을 쓰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썩 잘 쓴 부분은 감동적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나름대로 깨달음도 있다.

이렇듯 지하철에서는 승객인 당신 몰래 별일이 다 벌어지고, 열차 운전실에 홀로 앉은 기관사인 나는 종종 자아와 인간다움을 상실하는 경험을 한다. 내가 기관사로서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지하철에서 오만 가지 사건사고가 고요히 터지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지하철 빌런들이 수없이 타고 내리더라도, 기관사인 나는 내 승객들에게 그 혼돈을 결코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승객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인생에서 기다리는 대부분의 것들이 더디 오거나 결국 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지하철은 매일 정확히 와서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나를 늦지 않게 데려다줄 것이라고. 세상이 나를 내팽개쳐버린 것 같은 날, 거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에도 지하철만은 나를 집 근처 역까지 어김없이 데려다줄 것이라고.

 

부산지하철 구내 식당의 영양사 K에 대한 ‘찬기파랑가’ 뺨치는 꼭지는 또 어떤가.

그러던 약 1년 전, 비로소 이 식당에 내려앉은 모든 어둠을 끝내줄 영웅이 돌아왔다. 한때 호포차량기지 구내식당의 최전성기를 이끌었으며 기관사들을 살찌웠던 전설의 영양사 K가 말이다.

약 8년 전 그녀는 한정된 예산을 활용해 회사 구내식당 점심메뉴로 오향장육과 블루베리 케이크 등을 선보였으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나 백제의 근초고왕과 신라의 진흥왕이 그러했듯 호포차량기지 구내식당의 최전성기이자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직원게시판에는 그녀에 대한 칭찬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고, 구내식당 운영위원회는 그녀에 대한 칭찬으로 점철되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회사 전체 구내식당 총괄업무를 위해 본사로 떠난 후 호포차량기지 구내식당은 상대적 침체기를 맞았고, 해가 거듭되다 최근의 암흑기에 이른 것이었다.

약 8년 전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들을 살찌웠던 그녀. 그녀가 떠난 후 기관사들은 야위어가기 시작했고, 그녀가 다시 돌아온 1년 전부터 기관사들은 다시 살찌워지고 있다. 대체 그녀의 어떤 부분이 우리 기관사들을 살찌우는 것일까? 그녀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특히 여름에 큰 문제가 되는 냉난방 조절에 대한 꼭지도 웃기고 재미있다.

그리고 기관사로서 특별히 두려운 부분은 운전실의 냉방을 따로 설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객실의 냉방을 설정하면 운전실은 그걸 공유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승객들은 더울 수 있지만, 하루종일 꺼지지 않는 냉방기 아래에서 드라이에이징●을 당하는 기관사로서는 고역이다. 바람이 나오는 모든 구멍을 막아보지만 이 망할 바람은 또 어디선가 새어나온다. 나는 그저 잘 숙성된 찰진 고기가 되어갈 뿐이다.

● 고기를 일정 온도,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 노출시켜 숙성하는 방법.

반대로 뜨거운 여름날 태양 아래서 태닝을 즐기다 계획과 달리 갑작스레 출고되어 일하러 끌려나온 애먼 열차들은 자연 불가마 상태이다. 그 불가마 열차로 승객들을 운송해야 하는 기관사는 그 순간부터 열차 아이싱을 시작해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기관사는 익어간다. 정확히 기관사 시어링●을 위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 고기의 겉부분을 강한 불에 재빨리 굽는 것. 드라이에이징에 시어링까지…… 소금과 후추로 시즈닝만 추가하면 기관사는 고든 램지가 구운 완벽한 스테이크에 버금가게 맛있어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까 승객들은 열차를 이용하러 온 것이 아니라 ‘기관사 스테이크’라는 메뉴가 시그니처인 ‘부산지하철’ 레스토랑을 이용하러 온 손님인 것이 확실해진다. (기관사가 고기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한우투쁠 넘버나인급의 우수 육질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고로 우리 ‘부산지하철’ 레스토랑은 오로지 기관사 스테이크로만 승부하는 곳이므로, 파스타 손님은 사절이다.)

 

그렇지만 별로인 부분은…. 굳이 예시까지는 가져오지 않겠지만, 글은 균형을 잃은 듯하고 재미가 없다. 다행인 점은, 이 별로인 부분은 후반에 집중돼 있어서 적당히 펄럭펄럭 넘기면 책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알라딘 만권당에서 이용 가능하니, 도서관 도는 만권당을 통해 보실 것을 권한다. 사서 읽을 정도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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