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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미역의효능, 작가1, 정재윤, 들개이빨, 투비닷, <여자는 왜 늘 설명해야 할까?>

by Jaime Chung 2026.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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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미역의효능, 작가1, 정재윤, 들개이빨, 투비닷, <여자는 왜 늘 설명해야 할까?>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운영하는 자유 연재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에 연재된,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앤솔러지. 내가 일전에 소개한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에 참여했던 작가들 셋(미역의효능, 정재윤, 들개이빨)이 이번에도 작품을 보탰다. 작가1은 낯선 이름이라 찾아보니 <탈코일기>와 <대학생 엄마가 정신병동으로 출근했다>를 그리신 분이었다. 아하! 이분이시군! 어쨌거나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각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참고로 투비닷은 그냥 이 플랫폼의 PD 또는 편집자 역할로, 미역의효능 작가 작품 뒤에 실린 짧은 ‘작가의 말’에 작가에게 하는 질문으로만 참여했다.)

 

미역의효능 작가의 단편 <3만 원짜리 우정>은 기혼과 미혼 친구들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그리고 실제로 작가에게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미역 캐릭터에게는 한 인형이 있었는데, 미역의 기혼 친구 갈치의 자식 칼치가 이 인형을 보고 반해서 갖고 싶다고 떼를 쓴다. 갈치는 칼치를 혼내도 보고, 다른 인형을 사 주겠다고 달래도 보지만 도저히 들어먹지 않고 그저 미역 이모의 인형을 갖고 싶다고만 한다. 갈치는 미역에게 이 인형을 원가 3만 원을 주고 사겠다고 제안하는데 사실 그 인형은 얼굴 리페인팅 비용만 10만 원이 든 작품이다. 원가만 주고 팔기엔 가격도 적당하지 않다고 느낄 뿐더러, 정이 든 인형을 팔 수 없었던 미역. 미역은 갈치와의 관계를 끊기에 이르는데…

 

작가1의 단편 <눈 사람 속의 돌부리>는 비혼주의자와 한 레즈비언 여성의 사랑을 그린다. 상대를 사랑하지만 같이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비혼주의자와 레즈비언 여성은 과연 평행선을 그리며 계속 같이 함께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게 될까?’ 싶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대가 결혼(또는 그에 준하는 동거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데 본인이 못해 줄 거 같으면 그냥 상대를 놔주는 게 맞지 않나… 뭐, 개인들의 삶의 방식이니까 내가 입을 댈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정재윤 작가의 <정재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이 앤솔러지에서는 제일 마음에 든다. 작가는 건강 검진을 받고 자신의 난소에 작은 낭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제를 처방받는데, 이 호르몬제가 하는 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난소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뭐라도 (예술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틈틈이 만화를 그렸던 것처럼, 자신의 자궁도 ‘뭐라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매달 아기집을 만들었다 부수었다 하는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무려 깜찍한 ‘정재궁(’정재윤의 자궁’을 줄인 말)’이라는 이름도 붙여 주고서. 이 발상이 너무 신선하고 귀여워서 무척 재미있게 봤다.

 

들개이빨 작가의 <도둑 맞은 비밀>은 비밀을 알려 주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는 보이스 피싱에 낚여 자신의 수치스러운 비밀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비밀의 강도가 뒤로 갈수록 점점 세지는데 마지막은… 말잇못… 작가님, 이거 현실 기반이 아니라고 믿을게요… 제발…

 

각 작품은 아무래도 ‘투비컨티뉴드’에서 공개된 바 있으므로 원한다면 개별 작품을 ‘투비컨티뉴드’에서 읽어 볼 수도 있고(다만 마지막 편은 구입해서 봐야 하는 모양이다),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이북 플랫폼 만권당을 구독한다면 여기에서 바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예 만권당을 한 번 결제해서 이 앤솔러지와 작가1의 작품들을 만권당에서 아주 알뜰하게 다 뽑아먹기를 추천한다. <탈코일기> 1, 2권, <B의 일기>, <대학생 엄마가 정신병동으로 출근햇다>, <알싸한 기린의 세계>까지 있다. 이쪽이 더 실속 있는 선택일 듯. 어쨌거나 이 앤솔러지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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