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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두온, <타오르는 마음>

by Jaime Chung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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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두온, <타오르는 마음>

 

 

내가 정말 흠뻑 빠져서 잘 읽었고 2025년에 ‘독서 도파민상’으로 선정하기도 한 <러브 몬스터>를 쓴 이두온 작가의 작품. 집필한 순서로 보면 <러브 몬스터>보다 이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정말 신비하고 미스터리하며, 흐릿한 안개에 싸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잘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신비하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인지 일본인지, 미국인지 그 어떤 외국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나라의 ‘비말’이라는 이름의 마을. 내세울 것은 딱히 없고 그저 타는 듯한 태양만이 작열한다. 오후만 되면 타 죽을 것처럼 햇빛이 뜨거운지라 농업이나 다른 산업은 부적절하고, 관광업으로 마을을 좀 흥하게 해 볼까 마을 사람들이 노력도 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어느 날, 그나마 어떻게 마을을 홍보하려고 연 마라톤 행사 중, 한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가 시신을 발견한다. 얼마 후에는 평원에서 다섯 구의 시체가 더 발견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시신이 발견된 지 2년이 지났을 때 이 ‘평원의 살인마’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 애초에 이 영화의 촬영을 허가한 것도 ‘뭐라도 해서 마을에 돈이 좀 들어오게 해 보자’라는 마음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컬트적 인기를 얻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아예 이 살인 사건을 마을의 홍보 포인트로 잡기로 한다. 영화 촬영 세트장 옆에 있던 2층 모텔을 ‘범죄의 역사’ 박물관으로 만들고, ‘살인마의 이동 경로를 추측하는 현잡 답사’ 같은 행사도 만든다. 살인 사건이 이 마을의 돈줄이 된 것이다.

여기서 갈림길, 꼭 살인마를 통해야만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는 핑계는 너무 모호하다. 그러나 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이다. 윤리 의식, 죄책감, 동정심, 인간애 같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냐 묻기도 전에, 사람들의 생존 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생존과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풍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동안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살인마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했다. 멸시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건 살인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돈에 대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축제는 발전을 거듭했다. 해마다 새로운 행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사람들은 열의를 가지고 축제를 가꾸는 일에 임했다. 그러나 왜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가. 이 돈벌이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이런 미친 설정이라니! 여기까지는 전조에 불과하다. 진짜 이야기는 이 마을에 사는 한 여자아이 밴나가 자신이 유일하게 친했던 나조 씨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나조 씨의 딸은 평원에서 발견된 피해자 중 하나였는데, 6년 전 이곳에 가방 하나 들고 홀로 왔다.

어쩌면 세상에는 보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것들이 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조 씨는 이곳에서 6년 동안 맹렬히 지켜보았다.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희생자 유가족 연합’을 만들어 살아남은 사람들을 돌봤다. 잠시일지언정,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수사가 탄력을 받는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따로 수색대를 조직해 범인 추적을 계속했고, 박물관을 철거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축제 때에는 평원에서 야영을 했다. 그녀는 박물관 맞은편에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희생자의 존재를 알리고자 애썼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떠나갔고, 방송은 그녀의 슬픔을 포르노로 소비했으며, 축제는 건재했다. 게다가 그녀의 야영은 무시됐고, 사람들은 유가족이 조망하는 살인사건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스릴이 없었고 구질구질한 슬픔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조 씨는 왜 살해된 것인지, 이 마을을 흥하게 만든 평원의 살인마는 누구인지, 그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나처럼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책 끝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2년 남짓의 수정 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출판사도 바뀌고, 이야기의 뼈대도 새로 만들어졌으며, 많은 에피소드들이 삭제되거나 생겨났다고 한다. 소설 속 인물들도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쳤다. 작가가 확실히 이 작품에 엄청 공을 들인 것 같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많으면 헷갈려하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솔직히 아직도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극 중 어떤 부분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바보라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호하게 말한 건지…

 

개인적으로 <러브 몬스터>가 진짜 너무너무 충격적으로 좋았어서, 이 작품은 그에 비하면 2순위라고 하고 싶다(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러브 몬스터>랑 이거, 딱 두 권밖에 아는 게 없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별로라고 할 마음은 없는데, 딱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있다. 도대체 교정교열을 누가 본 건지, 보긴 한 건지, 말도 안 되는 맞춤법 오류가 엄청 많다. 이제 막 맞춤법을 배우기 시작해서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본 것 같달까. 그도 그럴 게, 아주 모르는 사람들이 틀리는 그런 기본적인 것(예를 들어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안’을 띄어써야 한다는 것)을 틀리지는 않았는데, 어설프게 알아서 그런지 ‘이게 한 단어야?’ 싶은 것들을 틀렸다. ‘관람 했다’(’관람하다’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앞 둔’(’앞두다’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그 해’(’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알고 있거나 말하는 이만 알고 있는 과거의 어느 해’를 뜻하는 ‘그해’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미친 년’(놀랍게도 ‘미친년’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등등. ‘아무것도 입거나 걸치거나 하지 아니하여 드러나 있는 살’을 뜻하는 ‘맨살’ 역시 한 단어고요, 문맥상 ‘쾨쾨한’이라고 써야 할 곳에 ‘쾌쾌한’이라고 쓴 곳도 봤다. 본문에서 “음식과 사람, 정체된 공기가 뒤섞인” 냄새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쾨쾨한’ 냄새겠죠? ‘상하고 찌들어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냄새가 고리다’라는 뜻의 단어는 ‘쾨쾨하다’이고요, ‘쾌쾌하다’는 ‘성격이나 행동이 굳세고 씩씩하여 아주 시원스럽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가장 자주 틀린 건 ‘재미있다’였다. ‘재미있다’는 한 단어라고요! 왜 자꾸 띄어 쓰는 거야! 말 나온 김에 좀 더 하자면, ‘아무런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다’라는 뜻의 ‘쓸데없다’는 ‘쓸데없다’라고 다 붙여서 씁니다. ‘쓸 데 없다’라고 쓰지 않는다고요! 비슷한 의미로 ‘보잘것없다’도 제발 붙여 써 주세요. 자녀가 여럿 있을 때 개중 나이가 많은, 먼저 낳은 아이를 ‘큰아이’라고 하는데 (’큰딸’이나 ‘큰아들’처럼) ‘큰 아이’라고 띄어 쓰면 그냥 키나 덩치가 큰 아이라는 뜻이 됩니다. 문맥상 첫째 아이라는 뜻인데 자꾸 띄어 써서 눈에 거슬렸다. 이런 게 한두 군데가 아니니까 혹시 어딜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으면 제게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빨간 하이라이트한 부분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이 줄거리만 보고서 흥미가 느껴진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론 나는 <러브 몬스터>를 더욱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인,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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