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Supergirl(슈퍼걸)>(2026)

슈퍼걸 단독 영화.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트라우마 때문에 술에 절어 살고 있던 카라(밀리 알콕 분). 그런 그에게, 크렘(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이라는 악당에게 부모님을 잃고 복수하겠다는 소녀 루시(이브 리들리 분)가 나타난다. 슈퍼걸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그저 고통스러운 내면에 침잠해 가고 있던 카라에게 루시는 부담스러운 짐이었으나 어쨌든 그를 돕게 되는데…
나는 로보 역의 제이슨 모모아를 보려고 HBO 맥스에 이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봤다. 그러고 나서 이 영화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다’라거나 ‘별로다’라는 혹평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보기엔 그냥 그런 영화다. 잘 만든 건 아니지만 쓰레기 수준으로 잘못 만든 건 아니고, 그냥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그런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여성(카라/슈퍼걸과 루시)인 것은 좋았고, 어떻게 슈퍼걸의 고독함이랄까, 내면의 트라우마를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알겠는데, 의도가 좋았던 것과 별개로 결과물이 별로면… 뭐, 어쩔 수 없지. 빵빵 터지는 액션이 없는 것도 맞는데, 애초에 나는 액션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실망이 적은 걸지도 모르겠다. 혹자들 말대로 쭉쭉빵빵한 미녀가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세상을 구하는 장면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할 거면, 글쎄요… 이 영화가 대단치 않다는 말에는 공감하는데 그런 저급한 비평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아닐지… 솔직히 나는 이것보다 별로인 영화도 많이 봐서 ‘슈퍼히어로 개인의 단독 영화가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Aquaman and the Lost Kingdom(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2023) 너 말이야…).
이 영화에 대해 내가 ‘이건 진짜 꽝이다’라고 혹평하고 싶은 부분은 딱 하나다. 영화 속 나름대로 중요한 장면에 여성 가수(Kelty Greye & MidMotel)가 커버한, “The Middle”이라는 곡이 울려퍼진다는 것. 으악! 정말 너무너무 안 어울렸다.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영화라서 여성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쓰고 싶었던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Jimmy Eat World’라는 (남성) 밴드가 ‘주변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한 13살 팬에게 화답하여 쓴 곡이다(참고로 공식 뮤직 비디오는 이거인데 한 번쯤 들어 보셨을 수도?). 의도도 너무 좋고 귀여운 일화라 좋아하는 곡인데, 여성 캐릭터들이 그렇게 중요하면 그냥 여자 가수가 만들고 부른 노래를 이용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다른 서사가 있는 노래를 커버하면서까지 쓰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내가 커버곡을 별로 안 좋아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게다가 ‘그냥 시간이 좀 걸린’다며, ‘전부 다 괜찮을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위로해 주는 가사가, 이 영화랑 매치하면 좀 너무 직설적이어서 유치하다는 느낌?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 이 장면의 분위기랑은 안 어울린다고 느꼈다. ‘카라가 지금까지 혼자 속앓이했지만 이젠 다 괜찮을 거야!’라고 너무 대놓고 말하면… 운치가 없지 않나요?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맛없는 음식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썩었거나 상한 음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영화라 할까. 이보다 못한 영화도 많으니 이 정도면 감사하십시오,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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