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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A Nice Indian Boy(어 나이스 인디언 보이)>(2024)

by Jaime Chung 202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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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A Nice Indian Boy(어 나이스 인디언 보이)>(2024)

 

 

오랜만에 본 귀엽고 유쾌한 게이 로맨스 영화. 나빈(카란 소니 분)은 5년 전, 자신의 여자 형제 아룬다티(수니타 마니 분)가 인도식 결혼식을 치를 때 ‘다음은 자네 차례야’ 하는 소리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그 자신도 화려하고 흥겨운 인도식 결혼식을 꿈꾸었으나, 사실 그는 게이다. 나빈의 부모님은 인도인치고 꽤 신식 ‘오픈마인드’인 분들이라 여전히 나빈을 똑같이 사랑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게이라는 게, 인도인이라는 게 부끄러운 것처럼 행동한다. 나빈의 어머니 메가(자르나 가르그 분)는 게이든 뭐든 좋으니 아들이 ‘참한 인도인 남자애(영화 제목처럼, a nice Indian boy)’를 집에 데려오기를 바라며 아들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아버지 아칫(하리쉬 파텔 분)은 이보다는 좀 더 조용한 편이지만, 아들을 좀 불편해하는 눈치다. 어느 날, 나빈은 힌두 사원에서 기도를 하다가 어떤 백인 남자를 본다. 이 잘생긴 백인 남자(조나단 그로프 분)는 힌두교의 신 가네쉬에게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종까지 올린다. ‘백인이 어떻게 이렇게 인도 문화를 잘 아는 거지?’ 나빈과 관객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그다음 날, 정형외과 의사인 나빈이 일하는 병원에는 직원들 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작가가 초빙되었으니 모든 직원은 사진을 찍으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진작가는 어제 힌두 사원에서 본 그 잘생긴 백인 남자였는데…

 

이 영화는 귀여운 점이 많다. 일단 가장 먼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카란 소니(나는 그를 <Miracle Workers(미라클 워커)>에서 처음 봤다)가 나온다! 나빈의 어머니 역으로 나온 자르나 가르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내가 이 포스트에서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솔직히 코미디언이 주업이라 이번 영화에서 연기는 좀 어색했지만, 영화 후반에 있는 짧은 스탠드업 코미디 부분을 잘 살렸다. 어찌나 반갑던지. 감독 로샨 세티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원래 종양학자(oncologist)였는데, 30세에 뒤늦게 커밍 아웃을 했단다. 본인의 정체성은 11살부터 알았는데, 자기 가족과 캐나다의 캘거리(감독의 출신 지역)에 있는 인도인들 커뮤니티에게 커밍 아웃 하고 난 후에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인도 문화에서 게이들이 그렇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럴까. 어쨌거나 감독은 자신의 그런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을 찾는 인도계 미국인 의사의 게이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를 진짜 귀엽게 만드는 건 이거다. 이 영화의 각본을 읽은, 남주 제이 역의 조나단 그로프는 감독이 이전에 카란 소니와 같이 작업한 <7 Days>(2021)라는 영화도 봤다. 그러고 나서 감독에게, 카란 소니가 이 역에 딱일 거라며 카란 소니를 나빈 역으로 밀었다. (진짜 귀여움이 바로 여기에서 폭발한다!) 감독은 ‘카란은 내 남친이고 이미 나빈 역으로 캐스팅됨ㅇㅇ’이라고 알려 주었단다. 아 너무 웃기고 귀여워 ㅋㅋㅋㅋ 그로프의 안목이 정말 정확했다. 참고로 카란 소니와 로샨 세티 감독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 6년 전에 이미 데이트 앱에서 만나서 사귀게 되었다고 (이 내용은 BBC의 ‘러브 스토리’라는 팟캐스트에서 공개되었다). 하 귀여운 파워 커플이다… 두 분 영원히 예쁜 사랑 하세요 ❤️ (여기에서 이 파워 커플의 귀여운 투샷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좋은 건, 이게 훈훈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장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게이라는 것, 그리고 주류가 아닌 소수 인종의 이민자 출신이라는 것, 이처럼 내 ‘약점’ 또는 내가 어찌하든 바꿀 수 없는 점을 마음속에 늘 짐처럼 지고 다니다가 결국에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 제이는 나빈을 사랑해 주기도 하지만, ‘나는 네 가족이 되고 싶은데 너는 네 가족에게 나를 소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하고 실망하는 사건을 통해 나빈이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몰아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성장은 시련에서 오는 법이니까. 사랑만큼 그 시련을 기꺼이 이겨내게, 또는 최소한 그 시련을 견딜 만한 것으로 바꾸어 주는 강력한 모티베이션이 또 어디 있을까.

 

물론 애인뿐 아니라 가족의 사랑도 큰 도움이 된다. 아룬다티는 자신은 중매 결혼으로 남편을 만났는데 나빈은 연애 결혼, 그것도 게이 연애 결혼을 하도록 허락받았다는 (사실 누구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부모님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지만) 사실에 속상해한다. 본인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니까. 본인은 부모님께 압박이나 구속을 많이 당했는데 나빈은 게이라고, 조금만 뭐라 해도 집에서 나가 버릴까 봐 부모님이 긴장하고 애태우니까(나빈은 그런 줄도 몰랐다). 아룬다티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게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어찌저찌 해서 둘은 다시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되찾고, 나빈은 부모님의 큰 사랑을 깨닫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러니 내가 이 영화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영화 후반에 펼쳐지는 나빈과 제이의 인도식 결혼식 장면은 볼거리도 많아 눈이 즐겁다. 진짜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이 로맨스 영화.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라.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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