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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Little Manhattan(리틀 맨하탄, 2005) - 10살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by Jaime Chung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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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Little Manhattan(리틀 맨하탄, 2005) - 10살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감독: 마크 레빈(Mark Levin)

 

우리의 주인공은 뉴욕 토박이인 10세 소년 게이브(Gabe, 조시 허처슨 분)이다.

게이브의 부모님은 이혼은 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이혼 과정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서, 남편인 아담(Adam, 브래드리 휘트포드 분)이 거실 소파에서 자고, 아내인 레슬리(Leslie, 신시아 닉슨 분)가 안방 침대에서 자며, 서로 말도 거의 하지 않고 냉장고 속 음식에도 각자 이름을 써서 붙여 놓으며 사는, 복잡한 상황이다.

그래도 게이브는 아버지와 공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킥보드를 타고 어울리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이브는 가라테 수업에 갔다가 그곳에서 로즈메리(Rosemary, 찰리 레이 분)를 만난다.

로즈메리는 사실 게이브와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래도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남녀가 완전히 갈라져서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 사이였긴 했다.

오랜만에, 그것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가라테 수업에서 친근한 얼굴을 만나 반가웠던 게이브. 로즈메리와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로즈메리는 동갑이어도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일찍 성숙한다는 주장을 펴고, 게이브는 이에 반대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입증이라도 하듯) 로즈메리는 벌써 가라테 노란띠를 땄는데 게이브는 못 땄으니까, 로즈메리는 자신이 게이브의 가라테 연습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같이 가라테 연습을 하게 된 두 소년소녀. 그러다가 게이브는 로즈메리에게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서로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가라테 연습 중인 게이브(왼쪽)와 로즈메리(오른쪽)
게이브네 아버지가 나가 살 집을 구해 주려고 '집을 보러 간' 게이브와 로즈메리
로즈메리 옆의 흑인 여성은 로즈메리의 보모.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그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첫 데이트 중인 두 아이.

 

10살 소년과 11살 소녀(그래 봤자 생일은 3개월 차이지만)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귀여운 영화다.

감독인 마크 레빈과 각본가 제니퍼 플랙켓(Jennifer Flackett)은 결혼한 부부 사이로, 같이 각본을 작업했다.

이 영화에서는 <The Hunger Games(헝거 게임, 2012)> 시리즈의 피타(Peeta)로 잘 알려진 배우 조시 허처슨(Josh Hutcherson)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다.

로즈메리 역의 배우는 IMDB에는 샬롯 레이 로젠버그(Charlotte Ray Rosenberg)라고 나와 있는데 네이버 영화에는 '찰리 레이(Charlie Ray)'라고 올라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게이브의 어머니 역할은 <Sex and the City>의 미란다 홉스(Miranda Hobbes) 역을 맡았던 신시아 닉슨(Cynthia Nixon)이다. 나는 이 배우를 오랜만에 봐서 되게 반가웠다(비록 이게 10년도 더 된 영화이긴 하지만).

이 아래 문단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할 건데, 결말을 언급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아래 스틸컷 이후부터 스크롤을 쭉 내려서 게이브와 로즈메리가 공원에서 찍은 사진 짤을 지나 맨 마지막 문단 총평만 보시면 된다.

 

이 장면 진짜 너무 귀여웠다 ㅋㅋㅋㅋ

 

영화는 위에서 말했듯이 10살 소년과 11살 소녀의 사랑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10살 소년이 11살 소녀에게 첫사랑을 느끼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사랑을 다루되, 전형적인 어른들용 로맨틱 코미디를 그냥 어린아이들로 배우만 바꿔서 답습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로맨스라는 큰 장르 안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면이 있고 그런 장르의 규칙을 따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 배우를 애들로 축소시켜 놓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진 지 '2주 반'밖에 안 됐다는 애가 영화 처음부터 꺼이꺼이 울면서(그것도 한쪽 팔엔 깁스를 하고) '사랑은 당신 마음을 짓밟고서 떠날 것이다' 운운하는 게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또, 이런 영화에 흔히 나오는 게 '차려입은 여자 주인공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 남자 주인공'의 모습인데, 여기에서는 이모의 결혼식에 화동(flower child)을 하게 되어서 드레스를 차려입은 로즈메리를 보고 게이브가 반한다. 

또한 '첫 데이트' 장면에서 게이브가 로즈메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는데 이걸 '첫 데이트에 큰돈 썼네(big spender)'라고 게이브가 내레이션을 하는 게 어른 남자가 할 법한 행동이면서도 여전히 애다워서 귀엽고 웃겼다.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할 법할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애다운 면을 보여 주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여자 주인공도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답게 예쁘고 순수한 매력이 있고.

 

영화 군데군데에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내려와 여자애들과 남자애들 사이를 갈라놓는 장면이라든지, 게이브가 킥보드를 타고 뉴욕을 돌아다니는 장면이라든지에 CG가 쓰였는데 아주 귀엽더라.

게이브가 뉴욕의 고층 건물을 보고 해적선이라고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몬티 파이선(Monty Python)의 한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 CG가 이용되기도 한다(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실 듯).

아이의 상상력을 CG로 구현해 낸 게 귀엽고, 또 영화를 신선하게 만들어 준다. 

 

원래 각본에는 게이브의 부모님이 다시 합치는 내용이 없었는데, 각본을 후에 수정하면서 아담과 레슬리는 화해를 하고 다시 사이가 가까워지게 됐다.

나는 이게 그래도 더 현실적인 거 같다. 10살, 11살 때 만난 첫사랑과 한 20년 후에 결혼하는 장면이라든가 이런 걸로 끝을 냈으면 그게 더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차라리 게이브의 아빠가 게이브에게 조언해 준 대로 말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뒤늦게라도 다시 꺼내서 게이브의 엄마와 화해했다는 게 더 그럴듯하다. 원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고 말이다.

로즈메리가 '여자애들이 더 일찍 성숙한다'는 자기 주장을 뒤집듯 자기는 11살밖에 안 되어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고, 게이브도 '로즈메리는 나와 다른 길을 갈 것이다' 하고 인정했는데 둘이 몇십 년 후에도 사귀고 있다면 그게 더 오버 같다.

게이브가 첫사랑의 아픔을 알게 되고 나서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체념하려는 찰나, 아담과 레슬리가 재결합을 함으로써 '영원한(또는 오래 가는) 사랑도 있다'고 반증해 주는, 좋은 이야기 전략이다.

로즈메리와 게이브가 이어지지는 않되, 아담과 레슬리가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딱 적절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도 나오는, 뉴욕에서 가장 작은 공원에서. 이건 아마 영화 촬영장에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 듯하다.

 

그런데, 10살과 11살짜리 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건, 같은 프리틴(pre-teen, 10~12세의 아이를 가리키는 말)일까, 아니면 그보다는 나이가 든 관객들일까?

나는 당연히 후자에 속하지만, 괜히 이게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속한 인종이라거나 연령대, 성별 등,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극을 선호하니 말이다.

예를 들어 흑인이라면 흑인의 삶을 다룬 이야기, 여성이라면 여성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 등을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런데 10살에서 12살 정도면 정말 이성에 관심이 없거나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라서, 아이들이 자기 또래 주인공이 첫사랑을 하는 이야기에 이입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보고 싶어 할까?

오히려 10대 후반 정도 되면 그들을 위한 로맨스 영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대개 배경이 고등학교인) 그런 걸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데, 프리틴은 잘 모르겠다.

그때는 모험 이야기, 액션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보다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10대 초반의 첫사랑 이야기 영화를 보는 건, 어른들이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그때 참 좋았지', '쟤네들 좀 봐. 너무 귀엽다' 뭐 이런 흐뭇함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일까? 궁금하다. 

어쨌거나 <Flipped(플립, 2010)>를 재밌게, 엄마/아빠 미소를 지으며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영화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영화 <플립>의 원작 소설도 리뷰한 적이 있다. 

2018/09/05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웬들린 밴 드라닌, <플립> - 소녀와 소년, 첫사랑, 자존감, 동화 같은 복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영화 또는 아이들이 귀여운 영화를 찾으신다면 바로 이것, <리틀 맨하탄>이다. 이걸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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