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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조명국,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

by Jaime Chung 2019.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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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곱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각 시간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리학을 찾아보는 책이다.

예컨대, 오전 7시 40분이라는 시간대에서는 '간신히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며 뉴스를 읽는다'라는 상황을 설정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뉴스 페이지 밑의 악플 이야기를 꺼내며 선택적 지각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소개하는 식이다.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란, "주변 환경에서 밀려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특정 정보에만 주의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주 공감되면서 감탄이 나오는 꼭지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야근에 임하는 올바른 계산법'.

야근이 싫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평소라면 쉴 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단순히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다는 이유뿐일까요? 이를 좀 더 깊게 살펴보기 위해 기대 이론(Expectancy Theory)에서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 이론은 하나의 방정식으로부터 이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힘 = 기대 × ∑(유인가×도구성)
이 방정식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차례대로 설명하자면 은 특정한 행위에 개인이 몰입하는 동기의 정도를 말합니다. 기대는 어떤 행동을 수행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관적인 확률로, 앞서 언급했던 자기 효능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주관적인 확률이 1이라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0이라면 전혀 할 수 없다는 것, 0.5면 반반 정도라고 믿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유인가는 특정한 무언가를 원하거나 바라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주로 보상의 가치를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도구성은 자신의 행동이 특정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확률을 말합니다.
방정식을 자세히 보면 유인가와 도구성을 곱한 것들의 합(∑)이 보이는데, 이는 특정 상황에서 하나의 행동에 대해 하나 이상의 보상이나 결과물을 모두 더하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야근을 하면 추가 수당, 야근 식대, 상사로부터의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고 각각 이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하는 것입니다. (...)
이처럼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도구성의 값을 0으로 만듭니다. 곱셈식에서 0이란 값은 모든 것을 0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값이죠. 즉,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 따윈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야근에 몰입할 힘도 0이 되고 기대도 0이 되는 것입니다. 보상도, 발전도 없는 행위를 할 거라 생각하니 아침부터 업무 의욕이 꺾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죠.

 

왜 야근을 하기 싫은지에 대한 이렇게나 명확한 설명이라니! 게다가 수학적이고 심리학적이기까지 하다!

 

오후 3시 시간대로 설정된 '노력과 열정 사이'라는 제목의 시간대는 약간 사회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2월 4일자 중앙일보의 한 기사에 따르면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느끼는 취업의 난이도는 시대에 따라서 상당히 달랐습니다.

                                                       22년 차이 취업 준비생 비교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1992년 졸업 이○   2014년 졸업 김
2.70 학점 3.64
없음 어학 점수

토익 965

토익 스피킹 레벨7

운전면허증 1종 보통 자격증

한국사능력시험 1급

한자능력시험 2급

MOS 마스터

컴퓨터활용능력 1급

없음 기타 경력

독일 교환 학생 6개월

교육 봉사 100시간

입사 추천 받아 대기업 건설사 합격   대기업, 공기업 등 23곳 지원해 모두 불합격

1992년에 졸업한 이○는 성적이 낮아도, 자격증이 별로 없어도 입사 추천을 받아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2014년에 졸업한 김○는 높은 학점과 어학 점수, 각종 자격증, 기타 스펙을 갖추었음에도 주요 기업에서 불합격하였습니다. 모노폴리게임 실험의 결과로 보자면 92년도에 졸업한 이○는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게임을 시작했던 부유한 참가자처럼 상황적인 요인이 매우 좋았던 것이죠. 이○가 졸업한 시기인 80-9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로, 일자리로 덩달아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또한, 국민의 평균 학력이 낮았으므로 고등학교만 졸업하거나, 대학만 졸업해도 취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상황적 특권을 통해 성공한 경험을 한 이들은 모노폴리 게임 실험처럼 자신의 성공이 상황적인 요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이 불리한 청년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세대 갈등의 원인은 그들에게 부여된 특권이 만들어낸 이러한 심리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조건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편하게 읽기 쉽도록 설명을 잘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이라는 콘셉트를 잘 구현해 냈다.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도 가볍고 얇으므로 출퇴근길에 부담 없이 읽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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