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조나 레러, <사랑을 지키는 법>
이 책은 연애법을 가르쳐 주는 실용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조나 레러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매진(Imagine)>이라는 책에서 밥 딜런(Bob Dylan)의 말을 멋대로 지어냈고, 출처를 밝히지 않고 갖다 쓴 문구도 몇 개 있었다.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책에서도 몇 가지 오류와 부적절한 인용이 문제가 됐다.
그의 책은 인쇄 중단되고 서점에서 회수됐다. 이후, 그는 몰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4년간 '사랑'이라는 주제에 골몰하며, 새로운 원칙을 가지고 글을 썼다.
그는 다시는 이런 '실수'(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행위를 '실수'라고 여기지 않지만)를 하지 않기 위해 원칙을 세웠다. 모든 인용문과 관련 글에 작가의 허락을 받고, 책에 인용하는 연구도 정확성을 확인한 후 사실 확인도 거쳤다.
그렇게 나온 책이 이 책이다.
그는 자신이 글을 쓰고 아이를 키우며 사랑에 대해 한 명상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사랑에 관한 연구 결과와 개인적 감상을 모두 제공하는 이 책에서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단정하여 말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공감하고 여러 번 곱씹어 볼 경구를 제공할 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진정한 삶에 대해 다루며, 사랑이 필요한 온갖 어려운 상황에 대해 자세히살펴볼 것이다. 이 책은 회고록도 아니고 실용서도 아니다. 그저 나를 지탱하는 이 느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사랑이 모든 어려움을 견뎌낸다고 쓰면서 관념적인 진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알려줄 것이다. (...)
나 역시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경고를 좀 해야겠다. 사랑은 방대한 주제이고, 그걸 다루기에 이 책은 부족하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었다면, 내가 좀 더 현명했다면, 내가 좀 더 많이 사랑을 해 봤고 헤어져봤다면 더 좋은 글이 나왔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많은 연구들은 비교적 새로운 것이기에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의 삶에서 사랑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았다. 이 책은 내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썼기에 태생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책은 이런 경구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삶의 의미는 끝나는 데 있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사랑의 의미는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이 책은 사랑과 관련한 많은 연구들을 인용하는데,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고 감탄했던 건 볼비(John Bowlby, 영국의 심리학자)의 말이었다.
그는 애착 대상을 원정군이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주는 '안전 기지(secure base)'에 비유했다. 똑같은 논리가 부모에게도 적용된다. 집에 안전 기지가 없는 아이, 즉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신할 수 없는 아이는 혼자서 세상을 즐길 수 없다.
이러한 발견은 이후 의존 역설(dependency paradox)이라 불리는데 진정한 독립은 누군가에게 의존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필요한 것이 부족해서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필요한 것이 이미 있기 때문에 참험하는 것이다. 성경의 요한일서 4장 18절에서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맞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대상이 있어야 그를 믿고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낼 수 있다. 애착 대상을 '안전 기지'라고 부른 건 정말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저자는 또한 이렇게 표현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기쁨의 원천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일종의 보호물이다."
여러 심리학적 연구가 가리키는 결과는 간단하고, 낭만적이다.
특히 베일런트는 우리가 인생의 고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하고 사랑받은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착 관계야말로 궁극적인 회복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 그랜트 연구가 쏟아부은 75년이라는 세월과 2,000만 달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행복은 곧 사랑이다, 이상."
이 문장은 너무 낭만적이어서 진실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베일런트는 숫자는 속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랜트 연구를 맡았던 초기에 베일런트는 볼비나 에인스워스의 연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나는 볼비를 청소년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 정도로 생각했어요. 「미국 정신 의학 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서 볼비에 대한 짧은 전기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야 비로소 그의 관심사가 나와 같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우리 둘 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 같아요."
저자는 아이들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사랑이라 하면 부모의 사랑도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이 책에서는 그러한 종류의 사랑도 다룬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부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라.
그냥 일반적인 연인, 배우자에 관한 사랑도 분명히 책의 많은 부분에서 다루어진다(안 그랬으면 내가 일찍 책을 덮었을 것이다).
사랑과 기억의 관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나오는 '사랑과 기질(temperament)'의 관계, 고난을 극복하게 해 주는 힘으로서의 사랑 등등.
이 책에서 제일 공감되고 또한 모든 이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구절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그릿(grit; 끈기 있게 노력하는 능력)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능력을 인정받고,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성공에 이르는 실력 사회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릿의 과학은 최선을 다하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뻔한 이야기임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예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일에서 성공하려면 헌신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릿을 가진 사람들이 잘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랑은 성공하기 쉽고, 노력이 필요 없고,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사랑에 빠지면 저절로 사랑이 계속된다고 여긴다. 사랑이 어렵게 느껴지면, 즉 두 사람의 관계에서 그릿이 요구되면 인연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상대방이 노력을 요하면 포기해버린다.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잘못된 일이다. 가까운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 그릿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성공적인 사랑을 이루는 것은 전미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를 준비하거나 점프슛을 연습하거나 웨스트포인트에서 뜨거운 여름에 행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현실에서의 사랑이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관계는 역시 지구력과 인내력 테스트이다. 도망가고 싶을 때조차 기꺼이 남아 헌신할 수 있는가를 측정해 봐야 한다.
그렇다. 나는 사랑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너무 소중해서 그 짧은 연애 초기의 열정만으로는 살 수 없다.
그 이상, 그 이후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계속 대화해야 한다. 책 첫머리에 인용되는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의 말처럼,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랑은 재창조되어야만 한다."
나는 이 책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다. 읽는 내내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아이 양육에 관한 부분은 제외하고) 공감했다.
단 한 번이라도 사랑을 해 본 모든 이들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모두 낭만주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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