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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오모리 아츠시, <돌고래와 수프로 외로움을 없애드립니다>

by Jaime Chung 201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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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오모리 아츠시, <돌고래와 수프로 외로움을 없애드립니다>

 

 

벌써 2019년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옆구리가 시려운 계절이 돌아왔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라고, 원하신다면 연인·친구와, 또는 가족과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그게 어려우신 분들이 있다면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을 한번 참고해 보시면 좋겠다.

 

제목부터 무척 흥미로운데, <돌고래와 수프로 외로움을 없애드립니다>라고 한다.

'돌고래랑 수프로 어떻게 외로움을 없앤다는 거지?' 싶은데, 일단 책 첫머리를 읽어 보면 대략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온다.

저자는 행동, 인지, 뇌, 심리 분야의 최신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저자와 이 책의 포부이다.

일단 이 책에서 외로움은 '외롭군'이라는 의인화된 형태로 묘사되는데, '외로움'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그 감정이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으니 일부러 조금이라도 그 부정적인 느낌을 덜어내려고 한 것 같다.

삽화에서는 테루테루보즈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로 나타나는데, 웃긴 것은 "이대로 하면 외롭군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라면서 왜 삽화마다 외롭군이 주인공 유미 캐릭터 옆에 붙어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ㅋㅋㅋㅋㅋ 여기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말하는 '외롭군'은 단순히 외로운 느낌뿐 아니라, 불안, 슬픔, 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하나로 뭉친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렇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꽤 괜찮다.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자', '이상적인 모습에 다가가자',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 두자', '유대감을 느끼자', '가진 것을 확인하자', '남에게 베풀자'라는 5개 장으로 여러 방법들이 분류돼 있다.

개중에는 '안약을 넣고 1분간 눈을 감고 있자', '햇빛을 상상해 보자', '자세를 바르게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자'처럼 앉은 자리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자' 같은 게 어떻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든가, 머리를 다듬는다는가 하는 식으로 외모에도 신경을 쓰면 기분이 산뜻해지는 것은 다수가 동의하는 경험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부드러운 소재의 옷을 입자'도 융통성을 가지고 해석하자면, 촉감이 부드럽고 온기가 느껴지는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실내 야구장에 가 보자' 같은 제안도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여서 감정을 배출하고 머리를 비우라는 것이므로, 꼭 실내 야구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당히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스포츠, 또는 산책 등으로 대체해도 무관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제일 유효한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편견을 살펴보자'이다. 예컨대, 구혼 이벤트에서 어떤 이성에게 말을 걸었는데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면, 자신의 해석에 따라 상대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다를 수 있다.

즉, 당신은 상대에게서 A '왜 이렇게 무례해?', B '나한테 관심이 없나 보네', C '이성과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1 '아, 짜증 나!', 2 '내가 너무 불쌍해', 3 '그래도 조금 즐기면 좋으련만'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A-1을 선택한 사람은 상대를 무례한 사람이라고 인지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고, B-2는 자신의 가치를 낮게 인식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이다.

반면에 C-3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정서가 가장 안정된 사람의 사고 유형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C-3이 제일 스트레스 받지 않는 반응 같다.

 

각 장 사이에 한 페이지짜리 짧은 칼럼이 있는데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고 위로받았던 것을 하나 소개해 보겠다. 제목은 '목표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기'이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어서 그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할 때는 자기효력감이 낮아져서 외로움을 느끼기 쉬워집니다. 그럴 땐 설정한 목표와 행동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요리연구가가 되고 싶어 한다고 해 봅시다. 이런 경우 대개는 TV에서 본 적이 있는, 큰 성공을 거두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요리연구가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다 성공하기까지의 고생을 상상하는 쪽으로 발전해 인터넷으로 조금 검색해 보고는 '난 안 되곘다'라고 빠르게 결론을 내립니다.

광고의 영향인지 우리는 '영어 회화' 하면 원어민처럼 말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다이어트' 하면 금세 날씬해진 모습을 떠올립니다. 과정은 생략하고 성공한 모습만 상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0'인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100개의 계단 너머에 목표 지점이 있다면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야 합니다. 계단 100개를 한 번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한 계단씩 착실하게 오르다 보면 반드시 목표 지점에 도달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를 세분화해 보세요. 그 작은 목표를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자기효력감이 높아집니다.

 

총 142쪽밖에 안 되는 책이라 부담스럽지도 않다. 연말에 마음에 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방법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 모두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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