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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김겨울,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by Jaime Chung 2019.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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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김겨울,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난 유튜브 같은 영상보다 책이 훨씬 더 좋고, 책을 다르는 유튜브(소위 북튜브라고 하는)를 내가 직접 찾아서 본 적이 없는 데다가, 유튜브 방송 같은 건 전혀 할 생각이 없다.

저자 김겨울 씨가 우리나라에서 '북튜버'로는 거의 최초라는데 나는 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겨울서점(이분의 채널명)'이란 채널이 있는 줄도 몰랐다.

따라서 이 책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기 위한 정보를 얻으려고 이 책을 빌려서 본 건 아니다. 

그보다는, 부제가 내 눈길을 끌었다.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애초에 나는 그 누구도 다른 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낙(Daniel Pennac)의 에세이 <소설처럼(Comme un Roman)>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하다'라든가 '꿈꾸다'라는 동사들처럼, '읽다'는 명령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줄기차게 시도를 해 볼 수는 있다. "사랑해라!" "꿈을 가져라!"라든가, "책 좀 읽어라, 제발!" "너 이 자식, 책 읽으라고 했잖아!"라고. 

"네 방에 들어가서 책 좀 읽어!"

효과는?

전혀 없다.

이 책을 내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1학년 때쯤 읽은 것 같은데, 그때부터 나는 세상에 딱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전자가 후자에게 권유, 협박, 제안 등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후자가 진정으로 원하기 전에는 그런 것들은 효과가 없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오, 유튜브를 통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할 수 있다고?"라는 호기심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책 읽자는 제안을 좀 덜 기분 무례하고 더 흥미롭게 해 보겠다는 걸까, 그게 궁금한 거였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A6 용지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판본에 총 148쪽밖에 안 된다.

처음은 유튜브(북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필요한 장비, 가운데는 유튜브 운영, 마지막은 북튜브에 대한 고민.

아까 말했듯이, 나는 유튜브 영상을 찍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영상을 찍는 데 필요한 장비라든지 운영 방법에 대한 내용은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려면 일단 남들은, 특히 잘 나가는 유튜버들은 어떻게 영상을 만드는지 많이 봐서 영상의 문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은 상식적으 생각해도 이해가 될 것이므로 굳이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렇지만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고를 때 어떤 카메라를 고르는 게 좋은지는 직접 겪어 봐야만 아는 것이니, 이런 조언은 정말 유효하지 않은가(참고로 그 답은 발열이 심한 카메라를 피하라는 것인데, 그런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가는 10분에 한 번 카메라를 끄고 쉬어야 해도 영상 촬영 시간이 세 배 정도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튜버 운영에 관한 장에서 저자는 솔직히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튜브 자체 수익만으로는 돈을 벌기 힘듭니다"라고(여기서 자체 수익이란 방송 내 후원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건 사실 웬만한 유튜버에겐 다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도서관 정도의 엄청 잘나가는 미디어 제작자라면 상황이 다르지만, 그런 제작자도 강연이라든가 CF라든가, 다른 외주 일을 통해 버는 소득에 비하면 유튜브로 인한 수익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유튜브라든지 트위치 같은 미디어를 통해 이익을 내려면, 일단 잘 알려지고 널리 퍼져서 자기 이름을 알리게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강연이든 원고 청탁이든 간에 제안이 들어올 테니까.

 

꼭 유튜브가 아니라 트위치 같은 매체를 통해서라도 1인 미디어를 시도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이름 짓기-채널 개설하기-채널 아트와 프로필 만들기-장비를 준비하기-채널의 콘셉트 정하기 등으로 영상 채널을 만드는 과정을 세세하게 쪼개서 설명해 주는 책이라니, 정말 친절하지 않은가?

이외에 영상을 편집할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지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질문도 이 책에서 대답해 준다. 이게 은근히 재미있어서 관심 없는 나도 흥미로워하며 읽었다.

이런 물질적인 준비 외에 정신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알려 주는데, 예컨대 악플을 보고 적당히 고소각을 재서 고소할 것은 고소하고, 아닌 것들은 '그래, 너희 참 불쌍타' 하고 애잔한 마음으로 차단을 먹이는 정도의 멘탈 관리 같은 것이다.

아니면, 프리랜서는 자신이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고, 그것은 곧 스케줄 관리를 자기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 그리고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려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이니 이 점은 정말정말 유의하시라.

 

책 아주 마지막, 책이 끝나기 한 스무 페이지 전부터 저자는 내가 애초에 이 책을 읽고 싶어 했던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활자를 영상에 비해 훨씬 선호하는 사람이다. 활자는, 내가 마음에 안 들거나 답답하면 휘리릭 넘겨서 내가 읽고 싶은 데부터 읽거나 아니면 아예 그만둬 버릴 수 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영상은 내게 '빨리 가기'도 누르지 말고, '앞으로 감기'도 누르지 말고, 그저 자신이 정보를 전해 주는 속도를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는 느낌이다. 그게 난 너무 부담스럽다. 

그리고 활자는, 예컨대 어떤 책에 대한 감상을 다룬다고 치자. 그러면 활자는 그 글을 쓴 사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자체는 아주 주관적일 수 있다).

반면에 영상은, 예컨대 북튜브라고 치면, 그 북튜버가 영상 내에 등장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므로 개인의 의견과 그 개인을 떼어놓고 생각하지 어려워서 활자보다 주관성이 강하게 느껴진다(물론 어디까지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들로 영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상을 싫어하는 건 또 아니다. 영화는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은 정말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표를 가진(예컨대 운동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영상)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음악이다.

그리고 음악은 백그라운드 재생으로 들을 수도 있으므로 내가 그것을 계속 틀어 놓고 봐야 할 필요가 없다.

사실 나는 거의 언제나 음악을 틀어 놓고 있으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흔히 올라오는, 웃긴 코미디 프로 영상이라든가 정보 영상 같은 것도 안 좋아한다.

그걸 보려면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중단시켜야 하니까. 내게 그게는 엄청난 무례함으로 느껴진다. 나는 늘 음악을 듣는 중이라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대개 '짤방' 형태로 본다. 누가 영상을 캡쳐해서 줄줄이 소시지처럼 올린 것 말이다. 그게 내게는 책, 활자의 느낌에 가까워서 훨씬 마음에 든다. 내 음악을 멈춰야 할 필요도 없고.

 

물론, 저자 말대로 "늘 무언가를 '틀어 두는' 현대인에게 북튜브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우리의 삶이 늘 효율적인 필요는 없"으므로, 유튜브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자기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우리가 어떤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저자도 고민한다.

북튜버로서의 자신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하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 보고 싶다고.

 

이 책을 요약할 겸, 유튜브를 시작해 볼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

프리랜서는 마감으로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웹툰 작가, 글을 연재하는 작가, 유튜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버는 특정 사이트나 지면과 계약을 한 작가와는 달리 일을 독촉하거나 시키는 사람이 없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유튜버가 쉬워 보이지만(실제로 쉬운 면도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 쉽지만은 않은 직업인 것은 그래서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적어도 초반에는 보상 없이 꾸준히 해내야 합니다. 일 년 정도는 유튜브로 버는 수익도 없이 매주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주제로 유튜브를 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저 역시 책에 관한 영상을 만드는 일이 즐거워서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 편집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씩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처럼, 유튜브나 영상보다는 책 자체에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인용문에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제가 만드는 유튜브 영상이 사람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ㅁ낳은 사람이 책에 호기심을 갖기 바라고 그래서 책이 계속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주 먼 어느 날 나무가 부족해 종이책이 수명을 다하는 날이 와도 전자책으로나마 그 수명이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읽고 쓰는 기쁨을 계속 누리기를 바랍니다. 희망적인 전망일지 몰라도 도서 시장이 지금보다 작아질 수는 있겠지만 사라질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콧김을 뿜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기도 하고,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끈질긴 물건이기도 하니까요. 계속해서 다른 형태로 그 생명을 이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책이 영상보다 오래오래 더 살아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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