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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나리, <당신, 뭐야?>

by Jaime Chung 2019.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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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나리, <당신, 뭐야?>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은, '나리심리학'이라는 주식회사의 대표인 '나리'라는 사람이(혹시 궁금할까 봐 첨언하자면 일본인이다) 쓴 심리학 서적이다.

심리학이라고 해서 스키너(Skinner)나 심리학 실험 등이 나오는 그런 것은 아니고, 좋게 말하면 자기 마음 관리, 아니면 자기 계발 서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냥 그렇고 그런 책이면 내가 여기에 소개할 리가 없다! 이 책은 내가 어제저녁에 읽기 시작해 자러 가기 전에 끝내 버릴 정도로 무척 흡인력있고 인생의 지혜가 가득하다.

 

일단 책 제목부터 살펴보자. "당신, 뭐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뭐야, 그러는 너야말로 뭔데?" 같은 생각?

이 책 제목 또는 정말 이런 말("당신, 뭐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짜증이 나거나 떨떠름하거나 화가 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책을 꼭 읽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말에 '짜증', '찝찝함', '화'를 느낀다면 그것은 본인이 자신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긍정감이 높은 사람은 "당신, 뭐야?"라는 말을 들어도 딱히 화가 나거나 울컥하지 않는다. 애초에 상관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나는 나다!" "야옹~난 야옹이야~" 따위의 싱거운 농담을 하거나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뭐야 너, 누굴 바보 취급 하는 거야!"라며 폭발해 버리기 쉽다. 자신을 공격하거나 낮잡아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신을 낮잡아 보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런 말을 했을 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은 보라색 기린입니다."라고 얼토당토않는 말을 한다면, "뭐래 ㅋㅋㅋ" 하고 비웃을지언정 화는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듣고서 화가 난다는 건, 실제로 맞는 말이거나 감추고 있었는데 들켜 버렸다는 뜻이다. 즉, 다시 말해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을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흔한 돌멩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느끼는가가 "당신, 뭐야?"에 대한 반응을 결정 짓는다. 

참고로, 자신을 다이아몬드로 생각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나는 이미 만점이야."
"지금처럼 웃으면 돼."
"지금 여기가 바로 내 자리야."
"나는 이대로도 아주 멋져."
"나는 바뀌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이미 필요한 존재야."
"나는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어."
"앞으로 인생을 마음껏 즐겨도 좋아."
"다른 누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돼. 이미 주고 있으니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상에 적은 없어."
"누구에게도 원망받지 않고, 나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아."
"꿈은 이루어질 테고, 혹여 이루어지지 않는대도 언제나 즐거워."

자신을 돌멩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와 정반대로 살게 된다.

만사가 술술 잘 풀리는지 아닌지, 인간관계가 원만한지 아닌지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감정과 습관까지 모두 '스스로 자신을 다이아몬드로 생각하는지, 돌멩이로 생각하는지'에 달려있고, 그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요즘 흔히 말하듯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자신을 '다이아몬드'로 여기는 것이고,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자신을 '돌멩이'로 여기는 것이다.

 

그럼 돌멩이가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 할 건 없다. 그냥 '나는 돌멩이다'라는 대전제를 '나는 다이아몬드야'라는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당신이 스스로를 돌멩이라고 의심하고 비하하는 것과 자신이 정말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자신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고 부정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냥 자신이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저자는 이를 "마이클 잭슨이 마이클 잭슨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한다. 이미 마이클 잭슨이니까. 

흔한 돌멩이도 원래는 다이아몬드였다. 그러니까 그것을 기억해 내면 된다. 이 책은 그 사실을 깨닫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두 가지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누구나 살아가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없어도 상관없다). 예컨대 '시험에 합격하자', '뫄뫄 대학에 진학하자', '올해는 남자/여자 친구를 사귀자', '체중 n/nnkg 감량' 같은 것들.

보통 <시크릿> 같은 서적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저자 말대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게 틀렸다거나 환상에 빠졌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내가 먼저 태어나고 살다가 이러저러한 목표를 세우게 된 것이지, 목표가 먼저 있었고 그다음에 내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어떤 목표든 간에, '나'보다 더 소중하고 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 힘들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는 거다.

즐겁게 지내고 모든 일의 결과를 즐기면, 결과적으로 끌어당김의 법칙을 이용해 목표를 이룬 것이 된다. 반면에 "지금은 즐길 수 없지만, 결과가 나오길 원해."라고 하면 괴로워진다. 그런 사람은 끌어당기지 못한다. 나도 그런 상담을 많이 했다.

그러므로 목표를 이루지 못해 괴롭거나 원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는데도 "이 정도면 훌륭해!" 하고 억지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장해 마치 자신이 목표를 이루고 있다는 듯 블로그에 연재할 바에야 차라리 "목표 따위 이루지 않아도 나는 최고로 행복해." 하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꿈을 이루든 말든 매일 즐거워.
어쨌든 나는 최고로 멋져.
아, 행복해. 그럼, 샤부샤부나 먹으러 갈까?"
이 정도로 편안한 마음이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 지금 즐거운 것이다. 

끌어당겨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끌어당긴다. (...)

때로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이것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똑같다.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든 말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고, 결혼을 하든 말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즐긴다.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긍정하면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된다. 해방되어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에게 결과가 찾아온다.

이것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인생의 법칙이다.

예컨대 목표가 결혼이라고 치자. '나는 반드시 결혼해야 해!'라고 생각하며 이상적이고 완전한 배우자를 찾으려고 지나치게 안간힘을 쓰는 사람과 '나는 다이아몬드니까 결혼하지 않아도 멋지고,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는 사람 중 누가 더 인기가 있고 누가 더 행복할까?

완벽을 포기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게 포인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정말정말 중요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다이아몬드라고 느끼는 것, 그리고 정말 다이아몬드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것과 '엄마를 용서하는 것'은 무척 관계가 깊다.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다.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으면 이 세상이 전부 내 것 같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엄마가 바빠서라든지 아니면 무관심해서라든지, 어떤 이유로든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아이는 자신이 못나서,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침울해지게 된다.

요컨대, 엄마와의 관계가 자기 자신을 보는 관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을 테니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받고 자랐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될까? 어릴 적에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이번 생은 망한 걸까?

그리고 자라면서 사랑을 받았을지언정 '신뢰'는 받지 못한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외동이라 사랑은 충분히 받았지만 엄마의 신뢰는 받지 못해 성인이 된 후에도 통금 시간이 엄격하다든지, 스스로 무엇을 정해서 행동하지 못하도록(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든가 외박하는 여행을 한다든가) 하는 경우.

전자의 경우에는 어리광을 부리고 응석을 부려 보는 것으로 '내가 이만큼이나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감각을 느껴 보자.

후자의 경우에는, 남이 시켜야 하던 일을 '시키기 전에' 하는 것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자. 

하지만 단순히 여기에서 끝난다면 나리심리학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를 용서하는 것이다.

엄마와의 관계가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풀리지 않고, 자기 자신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엄마를 용서해 보자. 

이제부터 엄마를 긍정하는 말을 해본다. 처음에는 화가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사실은 거짓말이어도 상관없다. 완벽한 거짓말이어도 괜찮다. 이 거짓말은 언젠가 진실이 될 테니까.

물론, 엄마가 나에게 저지른 이러저러한 잘못들을 부정하라는 게 아니다. 분명 당신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당신을 분노하게 하고 슬프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왜 당신에게 그런 말, 행동을 했을까?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한 대한 답은 오로지 하나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엄마

너무 맞는 말 아닌가. 아, 사실 이 외에도 옮겨 적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

나도 올해 들어서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까 엄마가 나에게 잘못했던 것도 그냥 젊은 시기에 당신이 최고라고, 좋은 것이라고 믿었던 것을 나에게도 알려 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러신 거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 이해가 되니까 용서는 쉬웠다.

아직 엄마와 절친은 아니고, 나는 원체 그런 붙임성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런 것까지는 별로 바라지도 않지만, 일단 엄마를 한번 용서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해져서 좋았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도 내가 되게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 책을 보고 내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내용들은 빠짐없이 여기에도 들어 있다.

여러분도 이 책을 꼭 한 번 도서관에서 대출이라도 해서 보시면 참 좋을 텐데...

어차피 내가 이 출판사 직원도 아니고, 홍보 요원도 아니니 여러분이 이 책을 사신다고 해서 저에게는 1원 한 장 떨어지는 거 없습니다. 그냥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다.

특히 엄마를 용서하기 위한 편지 부분은 꼭 소리 내어서 읽어 보시면 좋겠다.

 

내가 오늘 이 책을 소개하면서 한 말들이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단번에 다가가 꽂히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어떤 이들은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그건 이해하지만 선뜻 그걸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쪽이든 괜찮다. 상관없다. 하지만 이걸 시도한다면 제일 큰 이득을 얻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까 단번에 이걸 해내려고 애쓰지 말고, 시간을 아주 길게 잡고 조금씩, 천천히 시도해 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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