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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도쿄에 왔지만>

by Jaime Chung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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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도쿄에 왔지만>

 

 

얼마 전에 책 리뷰를 썼던 <뷰티풀 라이프 1, 2>의 저자 다카기 나오코의 또 다른 도쿄 분투기이다.

2019/12/04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다카기 나오코, <뷰티풀 라이프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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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1, 2>와 같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인데, 겹치는 에피소드는 없다.

그건 좋지만, 아무래도 <뷰티풀 라이프>보다 짧게 느껴지고(아무래도 한 권밖에 안 되니까) 딱히 이렇다 할 줄거리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뷰티풀 라이프>에서는 나오코가 도쿄에 상경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니면서 '내가 정말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여기에서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주였다면, 여기에서는 '도쿄로 온 지방 (미에 현) 출신 사람의 짠내 나는 에피소드'들이 단편적으로 모여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지방 출신이 아니라서, 솔직히 서울(이나 도쿄 같은 한 나라의 수도)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 경탄, 부러움, 그리고 서러움은 잘 모른다.

최근에 읽은 글 중 그걸 가장 잘 표현한 글은, 복길의 <아무튼, 예능>에서 본 한 꼭지였다(아래 리뷰에 그에 대한 내용도 조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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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에서도 나오코는 그런 감정들을 느낀다. 

'행복 in 도쿄'라는, 에피소드 간 자투리 코너에서 나오코는 이렇게 말한다.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소개되는 가게가 직접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지역 방송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켓 지도를 "남들 앞에서 꺼내면 시골 사람이라는 걸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때문에 길을 잃고 한참 헤매야 하더라도.

또한 한 에피소드에서 나오코는 시부야의 여고생들을 보며 이렇게 부러워한다.

"도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좋겠다. 계속 도쿄에서 생활했으니 아는 사람도 많고 모두 화려하고. 원래 집이 도쿄니까 나처럼 비싼 월세 내면서 아등바등 살 필요도 없잖아."
"나도 지금은 도쿄에 있지만,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생활도 암담하고. 도쿄에 온 게 정말 잘한 일이었을까?"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 드리면서까지 도쿄에 사는 의미가 있는 걸까?"
"화려하게 빛나야 할 나의 도시 생활이 왜 이렇게 어둡게 변해 버린 거야!"

 

나오코가 이렇게 부러워하는 건, 아무래도 쪼들리는 경제적 상황 때문인 면이 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돈이 넉넉하다면 지방과 격차가 큰 수도에 상경해도 이렇게까지 기분이 땅굴을 파고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까.

나오코가 도쿄에 올라와 돈을 아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면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다.

"옷 살 돈을 아끼기 위해 가지고 온 옷을 소중하게 관리했죠(헤진 옷을 꿰매고 바랜 옷은 염색하고). 싼 천으로 치마를 직접 만들어 입었어요."
"신발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었죠(더러워진 하얀 스니커즈를 아크릴 염료로 덧칠한 적도 있음)."
"미용실 갈 돈을 아끼려고 직접 머리를 자르기도 했죠."
"지하철 두 정거장 정도는 걸어다녔습니다."
"CD 하나 살 때도 목숨을 걸었어요."

세상에... 나도 곧 유학생이 될 텐데, 나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절약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조금 두려워졌다.

그래도 뭐, 나오코도 나중엔 잘 풀렸으니까. 나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엔 다 잘되겠지! ㅎㅎ

 

앞서도 말했듯이, <뷰티풀 라이프>와 겹치는 에피소드는 없고 줄거리랄 것도 딱히 없어서 나오코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도쿄에 왔지만>은 이야기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도쿄에 왔지만>을 저자가 낸 만화 시리즈 중 처음으로 읽는 거라면 마지막에 "그래서? 이게 전부야?" 하고 실망하실 수도 있다.

꼭, <뷰티풀 라이프 1, 2>와 같이 세트로 읽으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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