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멜버른은 생각보다 춥습니다, 여러분!
오랜만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멜버른에 돌아왔으나 너무 추워서 빡이 쳤기 때문이다.
1년여의 워킹 홀리데이 경험으로 인해 멜버른이 추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추운지 알 수가 없어 짜증이 나 이 글을 쓴다.
보통 '북반구가 겨울일 때 남반구는 여름이니까 엄청 따뜻하고 덥고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호주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꼭 이 글을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맨 밑에 한 줄 요약 있음).
내가 멜버른에 돌아온 날은 최고 기온이 28도 정도 됐다. 너무 덥진 않았지만, (교통 체증 때문에) 택시 안에서 오래 앉아 있어야 했을 땐 좀 짜증이 났다. 그래도 이때까진 괜찮았다.
그다음 날부터 기온이 조금씩 낮아지더니, 23도, 22도 정도 되는 날엔 정말 추웠다.
보통 한국에서 22~23도 날씨라고 하면 겉옷이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그런 날씨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만 멜버른에서 이 정도 날씨라고 함은, 분명 "햇빛은 쨍쨍하고 따뜻하지만 바람이 불어서 그것보다 훨씬 더 춥게 느껴지는" 날씨다.
어제도 그랬다. 어제 오후 1시쯤 내가 BOM(Bureau of Meteorology, 호주의 날씨를 알려 주는 앱. 이에 대해 리뷰도 썼다)을 확인해 봤더니 내가 사는 지역은 그 시각 기온이 18도가량이었는데, '체감 기온(feels like)'은 14도였다.
2018/08/18 - [호주 이야기]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호주는 따뜻한 나라 아니야? - 호주 기후는 어떨까?(Feat. 호주 날씨 앱 추천)
상상이 가는가, 바람 때문에 기온이 4도나 내려간다는 게? 멜버른에서는 그게 가능하고, 또한 현실이다.
그 정도로 바람이 차다. 나는 이게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국의 가을은 햇빛은 뜨거운데 바람이 차니까.
근데 문제는, 현재(2019년 12월 말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멜버른은 여름이라는 것이다!
여름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춥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멜버른에 다시 돌아와,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들은 이야기를 요약해 보겠다.
- 내 친구네 아버님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이야기하게 된, 아이슬란드 출신 여행자는 "여기가 아이슬란드보다 춥네요!"라고 말했단다.
- 내 친구가 만난 어떤, 미국 시카고 출신 사람도 "여기가 시카고보다 바람이 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참고로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 날씨가 우중충하고 춥다는 영국에서 온 사람들도 멜버른에 오면 "춥다"고 말한다고.
- 캐나다인도 멜버른의 바람을 맞으면 캐나다보다 춥다고 한다.
더 있을 텐데 어차피 요점은 똑같은 이야기니까 이쯤 하겠다. 요지는, "멜버른은 생각보다 춥다!"라는 것이다.
겨울에도 절대 영하로는 안 내려가는 주제에 바람은 오지게 불어서 짜증이 난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춥다는 걸 납득할 수 있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면서 바람은 매서워서 너무너무 춥다.
멜버른의 날씨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사계절이 하루 안에 다 들어 있다"고들 하는데, 여름이라 해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그냥 여름 아니고 겨울이라 생각하는 게 맘이 편하다.
어느 정도냐면, 이전의 워홀 경험에 힙입고 이번에는 여름에 떨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고 한국에서 경량 패딩을 가져왔는데, 어제 바람이 세게 불 때는 이걸 입어도 춥더라.
친구가 "(멜버른 여름 날씨 추운 거 알면서) 뭐하러 멜버른에 돌아왔어?"라고 농담을 했는데 마음속으로 울었다 ㅅㅂ...
그래도 착한 내 친구는 나에게 한 가지 팁을 줬다. 리빙 포인트: 멜버른이 추운 이유는 바람 때문이니 윈드 브레이커(바람막이)를 입으면 좋다!
친구가 자기 것을 빌려 줘서 나도 어제 입어 봤는데, 확실히 윈드 브레이커가 바람을 막아 주니까 윈드 브레이커가 커버하는 부분(내 상체)은 바람이 차단되어서 춥지 않고 너무너무 좋았다.
나도 조만간 이 망할 바람을 이겨 내기 위해 윈드 브레이커를 사려고 한다. 멜버른에 여행 오실 분들은 꼭 참고하시라.
여름이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 된다. 출발 전, 약 일주일 정도 기간 도착지의 기온을 확인해 보고 20도씨 초반이라면 꼭 윈드브레이커를 챙겨 가시라. '현재 기온'과 '체감 기온'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그것은 빼박 바람이 엄청 분다는 뜻이다.
요즘엔 접어서 들고 다닐 수도 있는 초경량 윈드 브레이커도 있으니 그런 것을 한 벌 챙기면 여행 내내 유용하게 입으실 것이다.
한 줄 요약: 여름에 멜버른을 방문한다면 바람 때문에 극한의 추위를 맛볼 수 있으니 긴바지 한 벌 정도와 스웨터, 패딩, 또는 윈드 브레이커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한복을 꼭 한 벌 정도는 챙기시기를 바란다(그중에서도 윈드 브레이커를 강추!)
+ 멜버른 날씨가 왜 이렇게 오락가락인가 찾아봤더니, 멜버른은 남극 주위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호주 사막에서 부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의 영향을 둘 다 받아서 그런 거라고.
+ 위에서 묘사한 것처럼 진짜 한국의 겨울 뺨칠 정도로 추운 날이 이어지다가 딱 하루 44도까지 기온이 올라간 날이 있었는데, 낮에 밖에 나갔다가 라디에이터 바로 앞에서 뜨거운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기분이 들고 숨이 턱턱 막혀서 다시 곧 들어왔다. W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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