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달빛 아래, 풀밭에서 영화 보자! 문라이트 시네마(Moonlight Cinema)
며칠 전에 내가 직접 다녀온, 특별한 영화 상영관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는 달빛 아래, 풀밭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문라이트 시네마(Moonlight Cinema)'라는 이벤트다.
호주 전역 6개 지역, 즉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멜버른, 퍼스, 시드니 센테니얼 파크와 웨스턴 시드니에서 운영된다(유일하게 시드니만 한 도시 내에서 두 곳을 운영한다).
멜버른에서는 로얄 보태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s Victoria)에서 열리는데, 가든 한가운데에 큰 스크린과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영화를 상영한다.
사람들은 그 스크린 앞 지정된 구역 내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또는 누워서 영화를 본다.
호주 기준으로 여름(12월에서 3월까지)에만 열리고, 또한 밤 9시 즈음 해서 해가 지면 영화가 시작된다.
근처에 햄버거나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 간단한 간식을 파는 푸드 트럭이 있고, 공원 내 화장실도 이용 가능하다.
상영하는 영화도 기존에 이미 상영) 영화의 재상영작부터 현재 (일반 영화관에서도 상영하는) 상영작, 그리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시사회 느낌의) 영화까지 다양하다.
매일매일 같은 영화를 하는 게 아니고 어떤 날은 재상영작, 어떤 날은 일반 상영작, 어떤 날은 프리뷰, 이런 식이므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상영 일정을 보고 고르면 된다. 각 지역의 영화관 위치도 이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라.
내가 가 본 멜버른 지역의 문라이트 시네마를 기준으로 팁을 몇 가지 드리자면,
- 돗자리를 가져갈 것. 스크린 앞 관객들이 앉을 구역에 뭐가 하나도 없다. 현장에서 빈 백(bean bag)을 빌릴 수는 있는데, 모든 관객을 위해 넉넉한 수가 준비돼 있는 게 아니라서 늦게 가면 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관객 수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돗자리를 가져가는 게 현명하다.
-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앉거나 누워 있어야 하니 방석이나 쿠션, 베개 등을 챙길 것. 허리가 아프다고 서서 영화를 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다. 그러니 두어 시간 힘들지 않게 폭신폭신한 것들을 가져가시라. 본인이 유난 떠는 거 아닐까 걱정할 것 전혀 없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거 다 챙겨 온다. 나는 침낭을 가져온 사람도 봤다.
- 겉옷이나 담요 등을 챙길 것. 강력 추천!! 다른 도시는 안 가 봐서 모르겠지만 멜버른은 바람이 세게 불면 여름에도 서늘하고 춥다. 해가 진 후에야 영화가 시작하니 더 춥게 느껴질 수 있다. 바람막이나 패딩 등 따뜻한 옷을 챙기시고, 담요까지 챙기시면 정말 후회 안 하실 듯.
달빛 아래, 풀밭에 누워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호주에서 여름에만 열리는 영화관이니까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3월 말 되기 전에 얼른 구경 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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