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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44

[책 감상/책 추천] 헬렌 헤스터, 닉 스르니첵, <애프터 워크> [책 감상/책 추천] 헬렌 헤스터, 닉 스르니첵,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은 ‘일 이후의 시간(애프터 워크)’을 추구하고 노력해 왔는지를 돌아보는 책. 이 책은 아주 놀라운 통찰을 담고 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노동을 하는 주체를 여성이라고 상정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점이다. 이 재생산 노동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으로 개인들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고, 그것이 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사회 재생산 노동도 여느 노동처럼 지루하고, 단조롭고, 인간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생산 노동에는 물론 아이와 놀아주는 것, 친구들을 위해 요리하.. 2024. 7. 22.
[책 감상/책 추천] 마크 코켈버그,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책 감상/책 추천] 마크 코켈버그,  현대에는 자기 계발조차 기술의 도움을 받아 계량되고 수치화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를 차고 시속 몇 킬로미터로 몇 분 동안 달렸으니 몇 칼로리를 소비했고, 최대 심박수는 몇이라는 식이다. 이렇게 기술 발전에 힘입은 자기 계발은 과연 우리에게 득일까, 독일까?저자는 오늘날 기술철학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꼽힌다는 벨기에 출신의 철학자 마크 코켈버그다. 나는 기술철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무지렁이지만, 이 책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다. 책은 종이책 기준 200쪽밖에 안 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정말 문단 하나하나에 내용이 가득차서, 버릴 문단이 하나도 없다.요즘 우리나라에도 ‘갓생(’god’➕’生’)’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기 계발이 .. 2024. 7. 19.
[책 감상/책 추천] 헤더 라드케, <엉덩이즘> [책 감상/책 추천] 헤더 라드케,   제목처럼 오직 ‘엉덩이’에만 집중한 책. 엉덩이를 진화학﹒사회﹒문화 등 다양한 면에서 바라본다. 도대체 엉덩이가 가진 매력은 뭘까? 사람의 몸에서 매력적인 부위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엉덩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개인적으로 엉덩이의 (아무래도 섹스) 어필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서야 왜 사람들이 엉덩이를 좋아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나도 엉덩이의 팬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저자 본인도 ‘큰 엉덩이’의 소유자로서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는 자신과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엉덩이에 대해 연구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시도는 엉덩이의 기원으로, 엉덩이를 진화학적으로 이해해 .. 2024. 7. 1.
[책 감상/책 추천] 머리사 멜처, <디스 이즈 빅> [책 감상/책 추천] 머리사 멜처,   ‘웨이트워처스(Weight Watchers)’의 설립자 진 니데치의 전기와 저자 머리사 멜처 본인의 다이어트 경험이 교차하는 논픽션. 저자 역시 비만인 여성으로서, 다이어트를 수도 없이 시도해 봐 왔다고 한다. 어느 날, 진 니데치의 삶에 흥미를 느끼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진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한다. 비록 진은 30여 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유지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웨이트워처스’라는 감량 프로그램 회사의 얼굴이자 진행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는 점은 저자와 무척 달랐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녀의 삶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웨이트워처스를 1년간 시도해 보기로 한다.그런데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서 진 니데치가 활짝 미.. 2024. 5. 22.
[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책 감상/책 추천] 김지원, 내가 이 포스트에서 추천한 적 있는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발행하는 김스피(김지원) 씨가 쓴 책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읽으면 많이 공감할 만한 책이라 하겠다. 요즘은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한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많아 떨어졌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예전과 비교해 사람들이 텍스트, 글을 읽는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예전만큼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지 않을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글을 알아보고 좋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제 절반 이상의 성인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독서율은 거의 수십 년째 하락 일로를 밟고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 2024. 4. 3.
[책 감상/책 추천] 콜린 마샬, <한국 요약 금지> [책 감상/책 추천] 콜린 마샬, 한 나라에 대해 딱 깔끔하게 떨어지는 평가를 내리기는 참 어렵다. 국가라는 게 작은 물건도 아니고, 너무나 다양한 측면이 있고 또 그를 구성하는 개인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이러이러하다 하고 단정지어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문화 안에서 자란 사람들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게 있고, 그 밖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더 잘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과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한 나라에 대한 평가라는 게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오해는 마시라. 내가 딱히 저자의 한국 비평에 반대하거나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몇몇 부분은 크게 공감하고 어떤 부분은 웃기기까지 한다. 예.. 2024.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