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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by Jaime Chung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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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내가 매달 읽고 있는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 권.

첫 번째랑 세 번째 권은 이미 읽고 리뷰도 썼다.

2020/07/13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제목부터 기가 막힌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원제는 '물욕'이었다는데 그만큼 원체 물욕이 많은 저자가 돈지랄을 하면서 느낀 기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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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책 감상/책 추천]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책 감상/책 추천]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내가 얼마 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던 신예희의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낸 드렁큰에디터에서 '먼슬리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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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돈지랄의 기쁨과 슬픔>는 재밌었고 세 번째(<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는 기대에 못 미쳤는데 두 번째(<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는 재밌다!

이번 두 번째 책은 '출세욕'을 주제로 했는데, 두 부분으로 나뉘어 앞에서는 자신이 작가가 된 과정, 뒤에서는 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조금 전수해 준다.

몰랐는데 이 책 저자가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쓴 사람이더라. 그 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어쩜!

 

세 번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웃긴 부분이 많으므로 몇 부분만 발췌해서 보여 드리겠다.

그리하여 나는 남의 책 읽기를 그만두고 나의 블로그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작가가 되어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온다면 절대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지 않겠다. 고개를 푹 숙이고서 목덜미에 괜스레 손을 올리지 않겠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땅바닥을 쳐다보지 않겠다. 김치, 치즈, 스마일, 빅토리, 빅토리, 브이아이씨티오알와이 하면서 사진을 찍고야 말겠다.'

당시 나는 원고지 80매짜리 단편소설 고작 두 권 써놓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생각하고, 인세라고는 구경해 본 적도 없으면서 책이 몇 권 팔려야 광화문 한복판에 집 살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꿈과 희망, 아니 야망이라고 해야 하나? 뭐 하여튼 그따위 것들로 가득 찬 소녀였기에 프로필 사진을 달라는 사람도 없는데 프로필 사진 찍을 궁리부터 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던 저자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락하자 (당연히) 프로필 사진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조선일보가 저자의 아버님의 최애 신문이었던 것이다!

부친께서 좋아하는 신문에 글을 쓰게 되면 그보다 더 큰 효도가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하겠지만 예끼, 모르는 소리.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빠에게 글 쓰는 걸 숨기고 직장에 다니는 척하고 있었다. 돈벌이도 안 되는 글을 쓴다고 해 봤자 등짝만 맞을 게 뻔할 뻔 자 아닌가. 근심으로 수척해진 나에게 어느 편집자가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렇게 얼굴 죄 가리고 사진 찍는 거구먼? 글 쓰는 거 아빠한테 들킬까 봐서."

암담한 심정으로 거울 앞에 선 나는 장롱 깊숙한 곳에서 코트를 꺼내 걸치고 옷깃을 눈썹 언저리까지 세워 보거나, 미친년처럼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린 후 그 속에 숨어 보거나, 치통이 있는 것처럼 양손으로 볼을 감싸 쥔 채 땅바닥을 쳐다보는 등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포즈란 포즈는 모조리 다 취해 보았다. 

그래서 결국 저자는 어떻게 프로필 사진을 찍었을지, 또는 찍지 않았을지는 본문에서 확인해 보시라.

 

그리고 또 웃긴 거. 이건 요즘 차고 넘치는, 소위 '인스타그램용', '있어 보이는(하지만 실제로는 별거 없는)' 책을 보면서 저자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꼭지에서 나온 한 단락이다.

이 작가는 어쩜 이리 다작을 하는가. 한 인간의 머릿속에서 이다지도 많은 말이 쏟아져나오는 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 혹시 허언증은 아닌가. 글 두 줄로 한 페이지를 채우는 이 구성은 뭔가. 이 책을 사는 사람은 글을 사는 것인가 공백을 사는 것인가. 그러니까 이건 읽기 위한 책인가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한 책인가. 이 캐릭터 에세이는 또 뭔가.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화자인 이 상황을 아무래도 납득하기가 어려운데, 어 그러니까 이건 뭐랄까. 개를 산책시키다가 마주 오는 누군가가 "아이고 예뻐라, 너 몇 살이니?" 하고 개에게 물으면 "세 짤이에영!" 하면서 개의 말을 대신하는 주인처럼 말 못하는 캐릭터의 속마음을 저자가 대변하는 것인가. 허이구야, 하다하다 고길동에 마이콜까지. 그렇다면 꼴뚜기 왕자를 주인공으로 한 책은 왜 나오지 않는가. <꼴뚜기 왕자, 변기에 빠져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라는 책도 나와야 마땅한 것 아닌가. 지금 꼴뚜기 왕자를 무시하는가. 오자와 탈자 범벅인 이 문장은 뭔가. 이다지도 무책임한 문장을 쓰는 인간을 작가라 칭해도 되는가. 아니, 작가는 그렇다 치고 이 책의 편집자는 뭐 하는 사람인가.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손보지도 않고 그대로 낸 이 편집자는 일을 하는 것인가 마는 것인가. 어머어머, 근데 이 잘생긴 작가는 뭔가. 혹시 글을 잘 쓰는가. 에라이, 얼굴만 믿고 책을 넀는가. 냉정하게 작가치고 잘생긴 거지 그리 대단한 얼굴은 아니지 않은가. 뭐 어찌 됐든, 왜 반듯한 얼굴에 스스로 먹을 칠하는가.

웃기면서도 공감돼서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저자가 말하는 게 무슨 책인지 알겠어서.

하지만 이 꼭지는 단순히 그런 책들을 비웃는 게 아니라, 저자 본인의 이중성이라고 할까 본심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드러내는 게 핵심이다. 꼭지 제목은 "나도 베스트셀러 쓰고 싶다고 왜 말을 못해".

나는 왜, 낯선 편집자로서 '이주윤 작가님 출간 제의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오면 열어 보기를 두려워하는가. 혹시 그 내용이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메일을 드린 이유는 캐릭터 에세이 출간 제의를 드리고 싶어서인데요. 감성적인 캐릭터 에세이 시장에 꼴뚜기 왕자와 같은 파격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독자에게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해당 건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여러 명의 저자를 후보에 올려 두었으나 꼴뚜기의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건 역시 작가님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님의 삶의 태도를, 변기에 빠진 꼴뚜기 왕자에 녹여 글을 써 주실 수 있으실는지요. 이른 예측이기는 합니다만 에세이 베스트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만나 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하며 나를 유혹할 것 같아서는 아닌가. 그 제안을 뿌리쳐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차마 그리하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닌가......

 

저자는 원래 예대 출신이었는데 다시 대학에 입학해 간호사가 됐고,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 관두고 늘 쓰고 싶었던 글을 썼다고 한다(이 이야기도 본문에 있다. 한 문장을 인용하자면, "나는 어느 예대의 그래픽디자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어느 간호대의 간호학과에 곧바로 입학하여 그지 같은 성적으로 다시 한 번 졸업했다.")

책 후반은 작가가 되는, 또는 글을 쓰는 노하우를 살짝 공유하는 재미있는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이것도 다 공개하기는 그렇고 하나만 인용해 보겠다.

저자가 공유해 주는 비법 하나는 블로그나 일기장에 끄적거리는 글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본문에고 공개하는, 블로그에 처음 쓴 일기는 이랬단다.

2005년 7월 12일 오후 3시 16분

아, 슬프다. 누가 알까. 이 마음. 메롱 까꿍. 무지 슬프다.

저자는 "메롱 까꿍이라니... 뭔가 그럴싸한 글이 나올 줄 알았는데. 도대체 왜 이런 걸 써재낀 건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하여튼 이게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쓰고 있는 이 책 리뷰도 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연습인 셈이고, 언젠가 나도 이 블로그가 편집자의 눈에 띄어 출간 제의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이게 저자가 공유해 주는 작가 되기의 또 다른 팁이다).

 

어쨌거나 대략 이런 책인데 나는 너무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니 재밌을 것 같아 기억해 두기로 했다. 한번 찾아봐야지!

현재까지 '먼슬리 에세이' 3권이 나왔고 다 읽어 봤는데 첫 두 권은 완전 재밌다. 이 정도면 75%의 승률이네. 괜찮은데? 다음 네 번째 권도 나오길 기다려서 읽어 봐야겠다.

이 책은 웃기니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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