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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by Jaime Chung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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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내가 얼마 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던 신예희의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낸 드렁큰에디터에서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 한 권이 또 나왔다(그 재밌던 책에 대한 리뷰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2020/07/13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제목부터 기가 막힌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원제는 '물욕'이었다는데 그만큼 원체 물욕이 많은 저자가 돈지랄을 하면서 느낀 기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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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게 세 번째 책이고 두 번째 책은 출세욕에 관한, 이주윤 작가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이다.

두 번째 책 먼저 읽으려고(첫 번째 책 뒤에 다음 책 맛보기가 수록돼 있는데, 그게 너무너무 재밌었거든) 했는데 어째서인지 내가 이용하는 리디북스에는 이 두 번째 책만 전자 도서가 빠져 있더라.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일단 세 번째, 음주욕에 관한 이 책부터 읽었다.

 

권용득 씨는 원래 만화가인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인기를 얻어 에세이집을 출간하게 됐다고 한다.

나는 그분의 만화를 본 적도, 페이스북을 해 본 적도 없어서 몰랐다. 그래서 이 책 앞에 붙은, 이슬아 작가의 프리뷰에서 "용득 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덜 가식적인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아, 솔직하신 편이구나' 생각했다.

책을 읽어 보니 정말 그게 옳은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술 마시는 것 외에 딱히 별다른 취미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마누라(본인의 아내를 지칭)'와 '애(본인의 아들을 지칭)', 그리고 술 마신 얘기로만 글을 꽉 채워 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술 마신 얘기만 모았으니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술을 자주 마셔도 되나? 그리고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조금 걱정이 될 정도였다.

사실 술 마신 얘기야 뭐, 음주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술 마신 얘기 하는 것 정도야 그렇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만(그리고 저자가 자기가 음주 운전처럼 불법적인 일을 한 얘기를 털어놓는 것도 아니니까), 본인이 마누라와 연애하던 시절 술을 진탕 마시고 섹스했다는 얘기를 하는 데서 약간 낯이 화끈했다.

그렇다고 그 얘기를 야설 수준으로 자세히 묘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섹스했다고 드라이하게 썼을 뿐인데 내 안의 동방예의지국 한국인이 뿅 하고 튀어올라 '어허, 그냥 밤을 같이 보냈다고만 써도 될 것을 굳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나!' 하고 호통을 쳤다.

어쨌거나 이분은 정말 가식이 없고 솔직하신 분이라는 걸 잘 알겠다.

 

나는 술을 안 마시는데, 술 마시는 사람들 이야기는 좋아한다. 그래서 역시나 음주욕에 관한 에세이인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이 책도 리뷰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2020/02/19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김혼비, <아무튼, 술>

 

[책 감상/책 추천] 김혼비, <아무튼, 술>

[책 감상/책 추천] 김혼비, <아무튼, 술>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이 시리즈에 대해서 쓴 리뷰들도 참고하시라) 중 술에 관한 책이다. 2019/11/13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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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말해, 이 책은 김혼비 작가의 술 얘기만큼 웃음이 빵빵 터지고 그러진 않는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의 차이인 것 같다(재능 차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

같은 술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다를까 생각해 봤다. 관점의 차이야 뭐, 사람은 원래 다 각각 자기만의 관점이 있는 법이니까 그건 상관없는데, 김혼비 작가는 술로 인해 빚어진 재미있고 유쾌한 해프닝을 썼다면, 권용득 작가는 조금 더 일상적이고 정말 소소한 이야기를 썼달까?

김혼비(39세) 작가나 권용득(44세) 작가나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궁금해서 찾아봤다)... 경험의 차이, 관심의 차이일까? 흠.

그렇다고 이 책이 '와, 핵노잼!' 이런 건 아닌데 이 책에선 딱히 인용할 부분이 없다(내 책 리뷰를 자주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난 너무너무 웃기는 부분은 조금씩 발췌해 공유하며 '이 책이 이렇게 재밌답니다!' 하고 뽐뿌 넣는 걸 좋아한다).

내가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보다. 먼슬리 에세이 첫 번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일까.

어쨌거나 '그냥 일단 웃고 싶은 유쾌한 책'을 찾는다면 김혼비의 <아무튼, 술>을 추천한다.

 

이 책은, 솔직히 8,400원이나 주고 전자 도서를 샀는데 생각보다 웃기지 않아서 다소 실망했다.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는 길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더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거 같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소소한 일상 음주 얘기를 좋아하겠지. 나는... 음, 술 얘기 자체는 주저하지 않지만 글 자체는 제 스타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이주윤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도 샀으니 이것도 읽고 나서 리뷰를 쓰겠다. 이건 확실히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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