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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

by Jaime Chung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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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 

 

 

이 만화는 '세상에서 남성이 사라진다면 여성은 어떻게 살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유전적 이상으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남성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지구상의 마지막 남성이 죽고 나자 세상에는 여성들만 남게 되었다.

이게 이 만화의 기본 설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여자들이 남성의 유전자를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노력하는가? 아니다.

남자들 없는 삶에서 슬퍼하고 남성들을 그리워하나?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재밌게 산다.

 

나는 처음에 이제 이들이 남성이 없는 세계에서 혼란과 불안을 느끼거나, 어떻게든 남성이라는 존재를 부활시키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화의 내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여성들만 있는 세상, '비욘세의 허벅지'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여성들은 재밌게 산다.

솔직히 나는 이 만화가 내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적잖이 놀랐다. 아니, 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존재들이 다 사라졌는데 어떻게 그걸 되돌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지?

근데 어차피 남성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된 때 이후의 세대들은 남성이 뭔지 모르니까 그리워하며 불편해하거나 할 일조차 없겠지.

게다가 애초에 이게 진지한 디스토피아 만화도 아니고, 그냥 가볍고 편하고 재미있는 만화라는 걸 몰랐던 내가 착각한 거다.

물론 남자들 없이 여자들끼리 재미나게 살 수 있지! 내 착각은 전혀 저자의 잘못이 아니니까, 이건 인정한다.

 

한 가지 놀라운 건, 등장인물들이 다 개성 있게 생겼는데도 한 명씩 등장해 그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게 아니고 그냥 원래 그들이 존재하던 마을에서 그들의 일상을 에피소드식으로 나열하는 식이라, 그들을 자세히 알아 가거나 하는 친절한 소개는 없다.

기본 설정을 알려 주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족 사진 같은 그림이 하나 있고 거기에 화살표로 누가 누구라고 이름이 쓰여 있긴 한데, 대략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름과 성격 등을 알아가는 스타일인 나에게 그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게 가능한가 싶지만, 만화가 끝날 때까지 등장인물들 이름을 전혀 못 외웠다. 남성이 존재하던 시대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 그 시대의 유물에 애착을 가진, 그 할머니의 손녀, 누구를 짝사랑하는 애, 짝사랑받는 애, 이 마을의 시장, 의사, 이 정도의 역할로만 구분했달까.

딱히 등장인물들 이름을 몰라도 이 만화를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은 없지만, 등장인물에 익숙해지지 못한 건 아쉽다.

그래도 가볍게 읽어 보면 괜찮을 만화다. 나는 리디셀렉트에 이게 있길래 딱히 더 돈 내지 않고 봐도 되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내 마음에 꼭 들지 않는 책에 크게 돈 쓰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ㅎㅎㅎ 그냥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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