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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마쓰오 다이코, <옷장은 터질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어!>

by Jaime Chung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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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마쓰오 다이코, <옷장은 터질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어!>

 

 

저자는 패션을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친구의 한마디를 계기로 100일간 옷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이로 인해 얻은 경험을 정리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첫 에세이를 담당한 편집자 스기타 씨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게 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언제나 멋쟁이여서 동경하는 스타일리스트,
니시구치 미즈호 씨 같이 되고 싶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물어보았더니
다음 '세 가지 제안'을 해 주었다.
① 일 년 동안 여성지를 사지 않는 것
② 일 년 동안 옷을 사지 않는 것
③ 코디를 매일 기록하는 것

"이것들을 달성하면 정말로 소중한 것,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저자는 썼다.

저자는 자택 겸 아틀리에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많기 때문에 3번은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해 그만두고, 1번과 2번에 도전!

그렇지만 규칙이 너무 빡빡하면 도중에 포기할 것 같아 느슨한 규칙을 정하기로 하고, '사도 괜찮은 것'을 정했다.

소품(신발이나 백, 액세서리 등), 속옷, 의상(취재나 촬영용), 이렇게 세 가지는 사도 OK.

나중에 저자가 말하지만, 이렇게 '사도 괜찮은 것'을 정한 덕분에 도전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니까 도전이 해 볼 만해진 것이다.

 

100일 도전을 달성한 저자는 옷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변화는 대략 다음과 같다.

변화 1 쇼핑하러 가도 옷에 눈이 가지 않게 된다

변화 2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다

변화 3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 4 같은 옷을 입어도 주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변화 5 '매일 다른 옷을 입는다 = 멋쟁이'가 아니다!

이런 변화라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같은 도전을 했던 저자 친구들의 달성 소감도 내 패션 습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단지, 패션에 대한 눈이 높아져서 여간해서는 옷을 사고 싶지 않아졌다고 합니다. 사고 싶은 옷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고민. 지금 나에게는 부러울 뿐이고.
스기타 씨의 소감

스기타 씨는 일 년 동안 도전하는 중에 재미있을 정도로 옷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늘어나지 않은 옷장 속 의상과 마주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어울리는 것이 점점 명확해져 갔답니다.
자신이 고르는 옷은 같은 것뿐임을 깨달았다

옷장에 잠들어 있는 많은 옷 중에 계속해서 손이 가는 옷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체형 유지에 신경 쓰게 되었다

체형이 변하면 마음에 드는 옷을 계속 예쁘게 입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볼 때 더 좋게 보이도록 옷을 고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옷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패션'이 최우선. 이제는 자신과 어울리는 색과 옷태에 대해서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TPO를 의식하게 되었다

옷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우선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라고 하는 TPO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다음에는 '자기 취향∙취미'를 집어넣는 식으로 우선순위를 바꾸었습니다. 이전에는 파티에 청바지로 출석한 적도 있던 모양이더라고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크게 도움이 됐던 조언 중 하나는 '집에서 입는 옷 따위는 필요 없다'라는 것이다.

누구나 집에 그런 옷이 몇 벌은 있을 것이다. 잘 입지 않거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데 버리기는 아까워서 잠옷이나 홈웨어로 입는 옷.

하지만 이건 옷장의 공간을 줄이는 데 도움도 안 될 뿐더러, 본인이 예쁘게/멋지게 보이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자주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에게 있어 '집에서 입는 옷'은 단점만 잔뜩 있었습니다.

'집에서 입는 옷'으로 정한 후줄근해진 옷을 입고 지내는 탓에 사람도 더 후줄근해 보였습니다. 젊었으면 괜찮았을 듯하지만,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탄력도 없어졌는데 옷까지 그런 것을 입으니 사람이 너무 처져 보여서…….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오네요. 힘내서, 조금이라도 활기차고 예쁘게 보이는 마법을 스스로 걸지 않으면 기분은 점점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서 입는 옷'이란, '외출용으로는 입지 않지만 처분하기에는 아까운 옷'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입지 않게 됩니다. 아무리 비싼 원피스나 블라우스라도 입어서 불편하면 집에서는 입지 않죠. 그래도 일본인의 절약 정신으로 "역시 언젠가 입어야지"라며 일단은 버리지 않아요. 그 결과 '외출복이 될 수 없으니 집에서나 입는 옷'만 옷장에 잔뜩 남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옷장의 3분의 1 정도가 현역을 은퇴하고 후줄근해진 옷으로 차 있는 광경은 너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

그러니까 '일상복'과 '외출복'과 '잠옷'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정했습니다. '일상복'으로 일을 하고, 외출하고 싶어질 때는 후닥닥 그대로 외출하고, 집에서는 늘어져 편히 보내는 거죠. 그리고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거나, 멋 내로 외출하고 싶을 때는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물론, 그게 가능한 것은 내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 덕도 있겠지만요.

 

패션에 관한 책은 진짜 쓸모 있는 경우가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은 정말 실용적이고 도움이 됐다.

단점이라면 일본어 직역체가 좀 많이 느껴진다는 점인데,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다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보그체로 이러쿵저러쿵 말만 늘어 놓으면서 정작 내가 옷을 입는 데 어떤 도움도 안 되는 패션 서적에 질렸다면, 이 책을 한번 거들떠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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