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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by Jaime Chung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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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와, 이거 감동 소설이라고 했던 사람 누구냐. 이렇게 대실망쇼인 책도 오랜만이다.

내 친구가 이거 읽고 끝에 울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선물로 이걸 주길래 읽어 봤는데... 친구가 준 게 아니었다면 정말 내가 평생 이걸 읽을 일은 없었을 텐데...

내용은 간략하다. 7세의 지능을 가진 지능 발달 장애인 찰리는 지능을 높여 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고 나서 다시 지능이 재빠르게 상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능이 퇴화하게 된다. 그간 일어나는 일들이 찰리의 '경과 보고서' 형태로 묘사돼 있다.

 

책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있다. 지능과 인성은 무슨 관계일까?

지능이 낮으면 찰리가 그랬던 것처럼, 남이 자신에게 해꼬지를 해도 그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웃는 낯으로 대하고 상대를 진짜 내 친구라고 여길 수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찰리가 그랬듯이, 차라리 그게 지능이 높아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깔아 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읽다 보면 차라리 조금 멍청해도 성격이 좋은 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이 마음에 안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너무 남성향 환타지스럽다는 것.

찰리는 수술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게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아이 상태 그대로다.

그래서 자신을 도와주는 앨리스 키니언 박사를 좋아하게 되고 데이트도 하게 되지만(첫 데이트 장면은 꽤나 귀엽긴 했다. 그건 인정한다) 결국 그녀와 관계는 하지 못한다.

반면에 딱 봐도 '자유로운 영혼'인 페이하고는 별 어려움 없이, 자주 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성녀-창녀 콤플렉스'인데, 이걸 지능이 180이나 되는 사람이 인지를 못한다고? 해결은 둘째치고 일단 자기 문제가 뭔지 인식은 할 수 있지 않나?

외국어도 단번에 테이프를 들어서 습득하고 논문도 그냥 슥 읽으면 다 이해하는 사람이 그런 심리학적 지식이 없을 리는 없을 텐데.

이건 그냥 작가가 지능이 높은 사람을 묘사할 역량이 안 되는 건지...

어쨌거나 '성녀-창녀 콤플렉스'를 보이는 것도 우스운데 그 와중에 자기 여자 친구인 앨리스에게 자기 세컨드인 페이를 소개시키는 대담함!

그리고 그런 페이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받아 주는 앨리스! 이게 남성향 환타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너무 얼탱이가 없어서 읽다가 썩소가 나왔다. 작가가 이런 식으로 자기 욕망을 발현하시면 안 되죠...

 

나는 이게 어떻게 '인생 책'이나 추천 도서가 되는지 모르겠다. 뻔하디뻔한 남성향 환타지도 마음에 안 드는 거지만, 이 이야기가 지능과 인격의 관계에 대해 어떤 의미 깊은 담론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지능이 높아지면 뭐하냐, 인격이 개차반인데. 

아, 그리고 국내에 이거 번역본이 두 가지인데 둘 다 번역이 별로다. 원서랑 비교하면서 읽으니까 어감을 잘 살리지 못한 게 많더라. 그냥... 안 읽으셔도 될 듯.

그 외에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도 빡쳤는데 리뷰를 쓰다가 다시 분노가 올라오는 걸 느껴서 이제는 마무리하고 싶다. 끝.

 

참고로, 별로 쓸모 없는 지식이긴 하지만(그리고 책을 읽으면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책 제목의 '앨저넌'은 찰리처럼 지능을 높이는 수술을 받은 실험용 생쥐의 이름이다.

찰리는 처음부터 앨저넌에게 동지애 비슷한 걸 느꼈고, 자신의 지능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와중에도 앨저넌을 걱정하고, 앨저넌의 무덤에 자신을 대신에 꽃을 놓아 달라는 말을 남긴다. 그래서 제목이 <앨저넌에게 꽃을>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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