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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나의 미녀 인생>

by Jaime Chung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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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나의 미녀 인생>

 

 

프랑수아 베고도가 글을 쓰고 세실 기야르가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산 그래픽 노블이다.

제목의 <나의 미녀 인생>은 약간 반어법, 아이러니한 의미인데 우리의 주인공인 길렌은 추녀이기 때문이다.

사랑 많은 부모님에게 태어나 예쁨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기준으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자각하게 된다.

친한 옆집 친구 질(Gilles, 프랑스 남자 이름이다. 영어식 여자 이름 'Jill'인 줄 알고 나도 놀랐다)과 재미있게 놀던 차에, 다른 아이들이 무리로 놀길래 끼워 달라고 헀더니 '그 못난이를 데리고 오는 것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놀아도 괜찮다'라고 한 것이다.

질은 다행히도, 또는 다정히도 이를 모르는 듯(또는 척)했지만,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보통'의 얼굴조차 되지 못하는 못난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 때문에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해서 만난 남자는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 도래한 펑크 록의 유행 덕분에 그것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해 '추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그 유행이 지나고 난 뒤에도 그것은 그냥 그녀 곁에 남아 있었다.

 

길렌이 자신의 추함을 한탄하는 독백은 상당히 절절하고 안타깝다.

내 가슴의 아름다움은 지독히도 꼭꼭 감춰져 있다.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여배우들의 무대 드레스를 입어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어째서 가슴은 다 똑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발처럼. 
그렇다면 모든 여자가 행복할 텐데.
그리고 남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 당황할 텐데.
아니면 서로 다른 모양이 모두 똑같이 매력적이거나.
왜 동그란 가슴만 아름답다고 여겨질까?
내 가슴처럼 타원형 가슴은 왜 아름답지 않을까?
어째서 자연은 만장일치로 추하다고 선언되는 형태들을 만드는 걸까?
왜 하이에나를 만들까?
왜 나방을?
왜 내 가슴을?
왜 나를?

자기 자신을 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를 저주하는 소녀보다 더 불쌍한 게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 테니 결말을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길렌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당당하게 된다.

어차피 미와 추는 사촌 지간이고 보는 사람의 눈에 달린 것이니까. 

페미니즘, 여성주의가 필요한 많고 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길렌처럼 외모로 자신을 평가하는 소녀가 없게 해주세요.

리디셀렉트에서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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