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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신성한 소>

by Jaime Chung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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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신성한 소>

 

 

부제가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인데 정말 책 내용을 잘 요약했다.

제목은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이나 관습, 제도"를 뜻하는 관용구 'sacred cow'에서 따왔다고 한다.

 

고기를 좋아하고, 자주 먹고, 또한 (채소를 좀 더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할지언정) 채식주의는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 없는 나도 사실 채식에 가까운 극단적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콩으로 만든 음식, 특히 두부를 자주 먹고 지방이나 단백질은 거의 달걀이나 닭가슴살의 형태로만 섭취했고, 그때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첫 직장 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 살이 쪘을 때보다 더 몸이 안 좋았다.

생리가 끊기고, 집 앞에 산책을 나갔는데 너무 춥고 오한이 들어서 집까지 걸어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결국 그 멀지도 않은 길을 몇 번씩 쉬다가 집에 기어들어와 쓰러졌다) 체력도, 면역력도 바닥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다가 슬슬 빠져나올 때쯤 리어 키스의 <채식의 배신>을 읽었다. 그리고 내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리어 키스는 원래 16살부터 채식주의를 선택한 비건이었는데, 생리가 끊기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퇴행성 추간판 질환에까지 시달렸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치료할 수 없는 사람을 치유한'다고 알려진 기공 전문가를 만났는데, 그 전문가는 그녀의 상태를 진단하고는 고기를 먹으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녀는 마트에 가서 참치 통조림과 플라스틱 포크를 사서 당장 먹고, "살아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분"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육류를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몸 상태도 점점 나아졌고, 건강해졌다. 

이 책에서도 리어 키스의 위 일화를 인용하는데, 심지어 그녀는 채식에 대해 공부와 조사를 많이 해서 보충제도 잘 챙겨 먹고, 나름대로 식단을 잘 짜서 챙겨 먹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도 모르핀을 맞아야 할 정도의 퇴행성 추간판 질환에 시달렸으니(그 당시에는자신의 건강 문제가 식단과 관련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나처럼 식영양학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 그 정도 아픈 건 정말 거의 당연한 수순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나도 그렇게 아프고 나서는 정신을 차렸지만.

 

어쨌거나, 나는 육류가 정말 그렇게까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고 우리 식단에서 몰아내야 할 대상이냐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굳이 저자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다이어트나 모종의 이유로) 고기를 끊거나 고기 섭취를 제한하고 극단적인 채식을 시도해 본 사람은 경험으로 안다, 이게 얼마나 몸에 무리를 주는 일인지.

식물만 먹거나 식물을 주로 먹는 사람 중에 극심한 피로, 가벼운 어지럼증, 여드름, 피부 발진, 심한 감정 기복, 브레인 포그(brain fog), 소화 장애, 혈당 조절 문제나 다른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는 사람이 있다면 고기를 안 먹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며, 비건의 경우 영양 보충제를 같이 먹어 줘야 한다. 보충제를 챙겨 먹어도 영양이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책은 왜 인간에게 육류 섭취가 필수적인지, 그리고 '먹기 위한'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는지를 다룬다.

팔레오(paleo), 즉 구석기 시대 사람들처럼 먹는 식단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면, 맞다, 이게 바로 그런 식단을 소개하는 책이다.

하지만 '팔레오'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러이러한 것을 먹는 게 좋고 이러이러한 것은 섭취를 제한하라는 제안은 책의 맨 마지막 장에 가서야 나오고, 그 전까지는 육류가 얼마나 영양이 풍부한지, 목초지 또는 일반 농장 등에서 소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어떻게 윤리적으로, 또한 전 세계 식량 문제 해결과 전반적 신체 건강 면에서 좋은 선택인지를, 확실한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설명한다.

이 포스트에서 그들의 모든 주장과 설명을 다 가져와 소개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 점만은 확실히 알리고 싶다.

고기는 영양적으로 훌륭하며, 우리는 건강하기 위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

(...) 엄밀히 말하면 인간은 '단백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고기에는 아미노산이 완벽한 비율로 들어 있고 식물에는 없는 미량 영양소도 들어 있다. (...)
우리 몸에는 단백질이 필요하다. 음식을 통해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몸이 단백질을 얻으려고 근육과 다른 조직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근육 손실이 일어나거나 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 항체를 만들려면 단백질이 필요한데, 단백질을 적게 먹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효소를 만들고 조직에 산소를 운반할 때도 단백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무기력증이 찾아올 수 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톱이 잘 부러지고, 수족냉증이 생긴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체중이 늘어날 때도 있다. 채식주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비타민 B12 결핍증은 채식하는 산모가 낳은 유아에게서 관상동맥 질환이나 심각한 신경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위험 요소라고 밝혀졌다.
고기에는 체내에서 흡수가 가장 잘되는 철분인 헴철이 들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이 철분 강화 식품을 먹었을 때 유일하게 헴철 수치만 높아졌다고 한다. 철 결핍성 빈혈은 미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미네랄 결핍증이다. 미국인의 25퍼센트 이상, 그리고 미취학 아동의 거의 절반이 철 결핍성 빈혈을 앓고 있다. 이것이 왜 문제인지는 제6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철분 결핍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워낙 많고 헴철이 흡수하기가 가장 쉽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철분이 부족해지기 쉬운 사람들은 간과 적색육을 덜 먹을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철분은 특히 임산부, 영유아, 어린이에게 중요하다. 조개, 굴, 간 모두 철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이다.

이건 영양학적, 과학적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육식이나 채식이냐, 또는 식단에 대해 논할 때 '뭐든 적당히 먹는 게 건강에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때로 그 생각은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옳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적당히'라는 건 얼마나일까? 고기의 적당량은, 채소의 적당량은, 또한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칩쿠키 등의 적당량은 얼마인가?

저자들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적당량을 먹는 것을 다이어트와 건강 개선 전략으로 삼으면 실제로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마침 2016년에 조지아대학교에서 사람들이 음식의 '적당량'을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특정한 음식을 많이 좋아할수록 그 음식의 '적당량'을 더 높게 잡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양을 정당화하려고 '적당량'을 그것보다 높게 잡았고, 현재 섭취하는 거의 모든 음식의 양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초콜릿 칩 쿠키를 매일 1개 먹든 10개 먹든 적당량은 항상 그들이 먹는 것보다 많은 양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습성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연구 결과였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맥주의 '적당량'이 얼마인지 묻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이유로, 적당량을 먹어서 다이어트 효과가 건강 개선 효과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전략은 실패올이 어마어마하게 높고 계속 실천하기도 어렵다.

'모든 음식을 적당히 먹는' 것보다 못한 방법이 없을 지경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연구 결과, (채식, 팔레오, 저탄수화물 식단처럼) 식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학계가 권고하는 '식품의 질이 아닌 양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보다 꾸준히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먹는 것은 그냥 자신이 먹고 싶지만 사실은 건강에 좋지 않은 단것이나 탄수화물덩어리를 많이 먹도록 용납하고 정당화하는 변명으로 이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모든 영양소는, 모든 식품은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고기는 단연코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게 훨씬 낫다. 

 

고기에 영양이 풍부하다는 점은 위에 인용문들로 충분히 설명한 거 같으니, '채식을 하고 몸이 좋아졌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만 간단히 반박하고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육식의 윤리적 근거까지 저자들이 다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시면 되겠다(어차피 내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요약 정리해서 포스팅하기에는 저작권 문제도 있으니까).

채식을 하고서 몸이 가벼워졌다, 나아졌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뭐라고 말해 줄 수 있을까? 글쎄, 그게 만야구 개인적인 대화라면 난 '그게 너에게 도움이 된다니 기쁘다'라고만 말하겠지만, 이게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 또는 '육식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의 근거와 연결된다면 저자들이 해 주는 말을 나도 똑같이 해 줄 것 같다.

어쩌면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몸이 정말 건강해졌다고 주장하는 (신입) 채식주의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머리가 이렇게 맑았던 적이 없어!", "살이 9킬로그램이나 빠졌어!", "이제는 안 아프더라고"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상태가 한동안은 이어질 수도 있다. 채식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고기뿐만 아니라 설탕이나 가공식품처럼 문제가 되는 음식도 안 먹기 때문에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몸이 건강해진 느낌은 동물성 식품을 끊은 것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 사실, 비건 식단은 단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단식은 일시적으로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단식하면 적어도 처음에는 몸 상태가 나아지고 건강 지표도 실제로 개선된다. 비건 식단이 엄격한 채식 식단이다 보니 비건들은 음식 과민증을 많이 일으키는 유제품과 달걀도 안 먹는다. 따라서 비건 식단을 따르면 몸 상태가 나아지고, 소화 문제도 줄어들고, 살도 빠지는 사람이 많다.

(...)

채식주의자 중에는 식단을 처음에 채식으로 바꾸고 나서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고기를 안 먹어서 더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일 새롭게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이 정크 푸드를 덜 먹고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으면 영양 밀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식단을 먹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비타민, 미네랄, 산화 방지제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문제는 동물성 식품을 안 먹는 것이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 영양 결핍의 예는 위에서 언급한 리어 키스의 예나 고기 속 영양소 소개에서 충분히 했다고 본다.

그래도 간단히 살펴보자면 채식에 따른 영양 결핍증으로 비타민 B12 결핍증, 철분 결핍증, 칼슘 부족, 뇌 기능상의 문제(우울증, 불안 등)를 들 수 있다.

 

이 책 내용을 전부 다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좋은 책이다. 

육류를 섭취하는 것을 '비윤리적', '야만적인 행위' 등으로 보고 비난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첫째, 육류를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받는 영양적 손실은 다 자신이 감내할 책임이라는 것(본인이 그걸 감내하겠다면야 말릴 수 없다 해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육류를 대신할 '깨끗한' 대체 육류(비건 고기 같은 것) 또는 식물 식품을 홍보하거나 많이 섭취하라고 촉구해서 이익을 얻는 이는 과연 당신(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런 식품을 생산하는 이인가? 

특히 두 번째 의문에 대해 저자들이 명쾌한 설명을 이 책에서 해 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정말 강력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고기를 먹을 것이다. 일말의 죄책감 없이, 기쁘게. 내가 건강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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