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지하늘, <인문학 거저보기: 서양철학 편>
귀여운 그림체의 인문학 만화책. 저자는 예술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전공했고, 인문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어떻게든 어려운 철학을 재미있게 접근해 보고자 머리를 짜낸 결과물이 바로 이것, 만화로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다루고 있는 학술적 내용은 대체로 고등학교 사회 탐구 윤리와 사상(나 때는 그냥 '윤리'였는데!)에서 다룰 정도의 내용이다. 물론 그 이외에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한 철학자들의 사생활이랄지 잡학 지식 등도 들어 있긴 하다.
실질적으로 이 책을 가지고 윤리와 사상을 배운다면, 글쎄, 딱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 이외에 더 깊은 지식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애초에 이 책은 학생들과 서양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서양 철학에 관한 흥미를 돋구어 주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 이걸 통해 이 분야에 조금이나마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임무를 다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 책에 그렇게까지 엄청 깊은, 전공자 수준의 지식을 바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이 정도 귀여우면 됐지!
정 없이, 매정하게 보이려는 건 아니지만 내가 굳이 '이 책에 전공자 수준의 지식을 바라지 말라'라고 쓴 건, 아무래도 입문자 대상이라 쉽게, 재미있게 표현하느라 의도치 않게 뭉뚱그려지거나 잘못 표현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물론 저자와 감수해 주신 분이 최선을 다해 그런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했겠지만).
나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될 몇 가지 잡학 지식을 보태자면, 첫 번째: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공리주의 학자인데, 인간의 쾌락과 행복, 그리고 고통의 최소화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이 개념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싱어는 동물 애호가는 아니다. '반려 동물'도 키우지 않고, 딱히 동물을 애호(love)하지도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왜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가 하면, 윤리가 감성, 정서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이라 여겨서라고.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6360)
두 번째: 책 본문에 오컴(William of Ockham)을 소개하는 부분에 "무용한 형이상학적 가정을 잘라내기 위해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되어 있는데, 오컴이 '경제성의 원리'라고도 하는 이러한 원리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오컴 본인이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제시한 것은 아니다(자기 방법론에 스스로의 이름을 붙인다면... 약간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졌을 듯).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약간 헷갈릴 수 있는 점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요 두 가지는 내가 사전에 알고 있던 지식이라 발견한 거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무엇이 또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래서 사람이 배워야 하는 거다.
그래도 '교양툰'이라는 타이틀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교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
참고로 저자가 본인을 나타내는 캐릭터는 전구를 형상화한 것이다(아래 짤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저자 캐릭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샘솟고 귀여운 철학 만화를 더 보고 싶다면?
그럴 땐 저자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만화를 확인하시면 된다! https://mobile.twitter.com/1999_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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