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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리사 손, <임포스터>

by Jaime Chung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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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리사 손, <임포스터>

 

 

'임포스터 증후군'이란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잘하거나 성공한 일/분야에 대해 자신이 노력이나 실력으로 이룬 게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여기고 자신이 '가짜', 즉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들통날 거라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시험을 잘 봐도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다음에는 폭망할 거라고 여기며 불안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벌써 이런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978년 클랜스와 아임즈(Clance & Imes)는 이러한 내면의 비밀스러운 두려움을 '임포스터이즘'이라고 명명했다. 임포스터이즘은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끔찍한 비밀이 발각될 경우 성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거라고 믿는 사고패턴이다. 연구 초기에는 임포스터이즘이 성취 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정당한 노력을 통해 높은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성공은 가짜야. 나는 성공을 말할 자격이 없어'라고 스스로의 성취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임포스터 현상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들 역시도 성공의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가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정리해 본 임포스터 척도들의 다섯 가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타인의 평가에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실제 능력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고 느껴 끊임없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들킬까 봐 타인의 평가를 피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그렇게 유능하지 않아", "남들이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 자기 능력을 평가 절하한다.
성공이란 결과가 능력이 아닌 운 때문이라고 믿는다. "내가 이만큼 성공한 건 다 운이 좋아서야"라고 생각하며, 결과가 가져오는 긍정적 감정을 과소평가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자격도 없는 내가 성공했다"라고 믿기 때문에 성공해도 행복과 기쁨을 잘 누리지 못한다.

3. 완벽주의가 있다.
타인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 줘야 하므로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일에 성공하더라도 만족스러워하기보다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나는 지금의 성과가 실망스러워", "더 많은 걸 성취해야 했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해"라고 생각한다.

4.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들킬까 봐 불안해한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대체로는 잘해낸다 해도 새로운 과제에서 실패할까 봐 두려워", "내가 최고가 되지 못하거나 특별한 존재란 걸 증명해내지 못하면 너무 우울하고 실망스러워"라고 생각한다.

5. 성공을 두려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을 느끼지만 임포스터는 두려움을 느낀다. 미래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느껴 미리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나를 칭찬해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내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다음에도 지금처럼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리사 손 교수는 자신도 그랬다고 말하며,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도 임포스터 증후군에 시달렸기에 이 책을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가 말하는 본인의 이야기나 자신이 관찰한 학생들 이야기 등이 어찌나 다 내 이야기, 내 경험 같던지.

임포스터가 느끼는 핵심 정서는 불안이다. 성공을 거둔 임포스터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에서는 불안 증상들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아임즈 척도 가운데 임포스터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문항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실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까 봐 두렵다'이다. 이 문항에 동조하는 사람일수록 임포스터이즘을 강렬하게 경험한다. 임포스터는 자신의 무능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성공해도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는 자기 능력에 대해 칭찬을 받으면 행복해할까? 안타깝게도 능력과 기량에 대한 칭찬은 임포스터이즘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타인이 나의 성공을 '내 능력'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본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더 두꺼운 가면을 쓰게 되고, 실수 없이 더 완벽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임포스터들은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과업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실패를 들킨 임포스터는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실망은 내면에 우울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뿐인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자꾸 숨으려 하다 보니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지면 결국 주어진 과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들이 임포스터이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의 전작과도 연결되는데, 바로 메타 인지를 기르는 것이다.

메타 인지란 간단히 말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스스로 아는 것이다. 자신의 학습 상태를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면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의 성공이 순전히 '운' 때문이 아니라 실력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어렵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걸 (적어도 스스로에게) 들켜야 한다. 예컨대 한국사를 공부한다 치면 조선 시대까지는 알겠는데 근현대사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스스로를 알아야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갈 수가 있다.

 

물론 내가 말은 간단하게 썼지만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저자가 자신의 경험도 솔직하고 겸손하게 풀어 놓아 공감할 수 있고, 여러 실험 및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해 주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불안에 시달리며 살 수는 없으니 메타 인지를 스스로 키워 보는 게 어떨까.

나는 대여로 해서 봤는데 구매해서 봐도 돈은 아깝지 않을 듯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나를 비롯해 임포스터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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