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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ATM에 관한 괴소문(?)과 진실 - 호주에서 현금과 카드 사용하기

by Jaime Chung 201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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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ATM에 관한 괴소문(?)과 진실 - 호주에서 현금과 카드 사용하기


인터넷 좀 하신 분들이라면 이런 짤을 한두 번쯤 보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밑에는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사는/살아 본 한국인들이 이거 진짜라며 '간증(?)' 댓글을 단다.

나도 호주에 오기 전, 이 글을 보고서 걱정을 했더랬다. '이렇게 현금을 입금하기에 귀찮게 되어 있으면 어떻게 돈을 쓰라는 거야?' 하고.

그래서 호주인 친구에게 위 글의 짤을 보여 주며 사실이냐 물으니 친구는 담담하게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진짜 이렇게 기술적인 면에서 뒤떨어진 나라라니! 어떻게 21세기에 봉투에다가 돈을 넣어서 입금 신청을 해야만 한다는 거야?

친구는 설명했다. "현금을 쓸 일이 많지 않아서 현금을 수납하는 게 어려운 거야. 여기에서는 카드로 다 되거든."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쇼핑 센터에 입점한 어떤 정육점은 현금은 절대 받지 않고 오직 카드(체크/신용 카드)만 받는다고 했다.

나는 그래도 ATM 봉투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호주에 오기 전에 현금을 상당히 많이 환전해서 들고 왔다.

친구가 여기에선 현금을 쓸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제 이곳에서 웬만큼 지내 보니, 친구의 말이 100% 이해가 된다.

호주는 한국보다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현금을 많이 쓰면 연말 정산 때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그래서 이를 위해 영수증을 발급해 주기도 하고), 은근히 개인 사업장, 특히 재래시장에서는 카드 결제를 약간 꺼린다. 예를 들어 1만 원 이하는 카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아마 카드 수수료가 적다 해도 모이면 개인 사업자에게 꽤 부담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카드이든 현금이든 그건 어디까지나 손님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사업자 측에서는 현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게 미안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는 현금으로 결제하려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거 같다.

그런데 여기 호주에서는 오히려 탈세 방지를 위해서라도 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것 같다.

물론 일부 가게(특히 이민자들이 운영하는)에서는 '몇 달러 이하는 EFTPOS(체크/신용 카드를 읽는 카드 리더를 말한다) 결제가 안 된다'라는 주의이긴 한데,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카드 결제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단돈 몇 달러도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전혀 꺼리는 기색 없이 "Sure." 하면서 카드 리더기를 내어 준다. 그럼 거기에 카드를 잠깐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길어야 2초이고 보통 1초만 대도 결제가 완료된다.

마트에는 아예 카드로만 결제가 되는 셀프 계산대가 절반, 카드와 현금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계산대가 절반 놓여 있다(참고로 호주 마트 계산대에서는 바로 현금을 뽑을 수 있어 ATM에 갈 필요가 없어 편하다).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그냥 '탭(tap)'하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시스템('tap and go'라고 한다)을 받아들여서 그런 카드들을 발행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드 사용이 편리하니 현금 사용이 당연히 줄고, 우리나라 같은 즉시 현금 입금 시스템 같은 기술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이제 카드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하는 기사가 떴더라.

호주의 ANZ 은행이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아래 링크 참고).

https://www.9news.com.au/national/2018/09/18/18/53/anz-phone-wallet-allows-customers-to-withdraw-cash-atms-australia

대략 https://www.finder.com.au/bank-accounts/cardless-cash 이곳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설명돼 있는데, 이 페이지는 카드 없이 폰에 설치된 은행 앱이나 문자로 전송되는 코드만으로도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서비스와 그걸 지원하는 은행을 보여 준다. 이런 걸 '카드 없는 현금(cardless cash)'라고 하더라.

호주에서는 구글페이(GooglePay), 삼성페이(SamsungPay), 애플 페이(Apple Pay) 같은 모바일 결제 수단도 많이 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6.1%가 이런 결제 수단을 사용한다고(출처: http://www.roymorgan.com/findings/7587-the-way-australians-pay-is-changing-201806080637).

다른 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올해 6월까지 지난 6개월간 1천 6백 8십만 명에 달했고, 이는 35퍼센트의 증가율이라고 한다(https://www.news.com.au/finance/money/costs/mobile-payments-are-booming-in-australia-as-customers-ditch-cards-and-cash/news-story/863e9f260f262b22d935ef8840ac6ab4).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적절할 듯싶다.

 

 

물론 나는 친구 말대로 그 많은 현금을 다 소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기 와서 체크 카드를 만들어 그걸 쓰니 정말 이곳저곳 다 쓸 수 있어서 편하더라.

그리고 나는 이곳 와서 운이 좋았는지 스마트 ATM만 만나서 가끔 현금을 카드 계좌로 입금할 때마다 한국에서처럼 곧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

정 위에 나온 짤 같은 '봉투 입금'이 걱정되시면 스마트 ATM을 찾아서 입금하시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며칠 짧게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일단 유학이나 워킹 홀리데이, 이민을 오시면 바로 은행에 계좌를 열어 체크/신용 카드를 신청하시라. 신세계가 열릴 것이니!

 

'현금 없는 사회' 호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https://www.news.com.au/finance/business/retail/cash-payments-predicted-to-disappear-within-a-decade-as-tap-and-go-takes-over/news-story/75026efec69b7e4bbdee90b1dd363429

https://thenewdaily.com.au/money/finance-news/2018/07/01/australia-cashless-society/

https://auspostenterprise.com.au/insights/digitising-services/australia-cardless-payment-platforms-digital-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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