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2023년 2월에 본 영화들
2023년 2월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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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필리파 랭리(샐리 호킨스 분)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연극을 보고 난 후부터 리처드 3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리처드 3세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을 찾아 이곳을 발굴할 기금을 모으고 실제로 발굴에 착공한다. 아마추어도 열정이 있다면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듯한 감동적인 영화다.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여주인공인 사쿠라는 췌장암을 앓고 있는데 친구들 중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다만 병원에서 우연히 사쿠라가 쓴 ‘공병문고(共病文庫)’를 읽게 된 하루키만이 그 사실을 안다. 사쿠라는 자신이 죽을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해 주는 하루키에게 반한 듯 그에게 치댄다. 스포일러를 하지는 않겠지만 가녀린 로맨티시즘이자 ‘여주인공이 아픈데도 얼마나 예쁜지’에만 집중한 느낌이라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Three Months(쓰리 먼쓰)>(2022) 감독: 자레드 프리더 ⭐️⭐️⭐️
주인공인 케일럽(트로이 시반 분)은 대학 진학 전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 한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 뜨거운 하룻밤을 보낼 때 콘돔이 찢어졌고, ‘원 나잇’ 상대는 자신은 HIV 보균자이니 검사를 받아 보라는 문자를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그는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여 AIDS 검사를 받으러 클리닉으로 달려간다. 문제는 감염 여부를 알려면 한 달 간격으로 총 세 번 검사를 해서 석 달이 지나 봐야 한다는 것. 케일럽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작은 동네에서 절친 다라(브리안느 쥬 분)와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석 달을 기다려야 할 생각이 벌써 미칠 것 같다. 클리닉의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모임이 있으니 나와 보라고 권유한다.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나간 그 모임에서 케일럽은 에스다(비베익 칼라 분)라는 잘생긴 인도 남자아이를 만나는데… 트로이 시반이 나온 데서 알 수 있는데 게이 영화인데 트로이 시반이 있어서 그런지 주제의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밝은 톤을 유지한다. 썩 괜찮다.
‘TV 전도사(televengelist)’ 짐 베이커(Jim Bakker)와 타미 페이(Tammy Faye) 중에서 특히 후자의 인생에 집중한 전기(傳記) 영화. 제시카 차스테인이 타미 페이 역을 맡았는데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탈 만하다. 정말 뛰어난 연기를 보여 준다. 연기로는 뒤지지 않는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제리 폴웰 연기도 일품. 타미 페이의 첫 번째 남편 짐 베이커 역은 앤드류 가필드. 레이건 시절의 광풍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도 동성애자나 AIDS 보균자들을 감싸안고 사랑으로 대한 타미 페이가 진정한 기독교인의 좋은 예가 아닐까.
처음부터 끝까지 엠마 톰슨과 다릴 맥코믹 두 배우의 연기로 극을 진행해 나가는 무지막지한 영화. 낸시(엠마 톰슨 분)는 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가르치던 교사인데, 남편은 2년 전에 죽었고 지금은 다 큰 자녀가 둘 있다. 성적 쾌락을 느껴 보고 싶어 ‘에스코트’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믹 분)의 서비스를 예약했다. 첫 만남은 호텔. 너무 긴장해서 계속 서비스를 취소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등 마음을 바꾸는 낸시를 리오가 다정한 태도와 말씨로 달랜다. ‘남성’ 에스코트(또는 성 노동자)라는 소재를 다루었는데 역시 성별이 반전돼 있어서 이야기가 된다는 느낌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극 진행 중반에 스릴러나 호러로 장르가 바뀌었겠지. 어쨌거나 엠마 톰슨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현대 게이 영화로 옮겼다. 총 다섯 명의 게이 친구들과 한 명의 레즈비언 여성이 소설 속 ‘베넷’ 가문의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 격인 노아(조엘 킴 부스터 분)는 하위(보웬 양 분)와 루크(맷 로저스 분), 키건(토마스 마토스 분), 맥스(토리안 밀러 분)와 에린(마가렛 초 분) 10년 전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만났다. 다들 친한 이 여섯 명은 각자 떨어져 살다가도 매년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만난다. 5년 전에 에린이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작은 유리 조각이 나와 보상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받아 이 게이의 성지와도 같은 곳에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쭉 만나 오고 있지만 에린이 투자를 잘못해 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에 처했고, 그래서 이 작은 ‘게이 커뮤니티’의 만남도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노아는 하위가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지내는 일주일 동안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려고 애를 쓴다. 다행히 하위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찰리(제임스 스컬리 분). 그런데 찰리의 친구인 윌(콘래드 리카모라 분)이 하위는 찰리랑 어울릴 만한 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재수 없다. 하지만 하위는 찰리에게 끌리고, 하위의 절친인 노아는 어떻게든 하위가 행복해지도록 그와 이어주고 싶지만 찰리의 친구인 윌과 마주칠 때마다 그에 대한 ‘편견’은 커져만 간다. 줄거리를 좀 길게 쓰긴 했지만 <오만과 편견>을 게이 남성들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기막힌 발상에 정말 박수 치고 싶다. 실제로도 잘 만들었고 재미있다! ‘끼부리는’ 게이의 스테레오타입에 거부감이 없다면 이 로맨틱 코미디를 한번 시도해 보시라.
2023년 2월에 본 영화들 통계
이번 달에 영화를 6편 봤는데 저번 달에 별 생각 없이 세운 12편이라는 목표를 벌써 초과 달성해 버려서(1월에 7편+2월 6편=총 13편) 급히 목표를 50편으로 바꾸었다. 이 정도면 그래프 다시 그려야 할 일은 한동안 없겠지.
이번 달 별점 평균은 3.5로 1월보다 0.4점가량 올랐다. 내가 기분이 관대했든가 아니면 운 좋게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났나 보다.
6편 중 5편에 대해 블로그에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대성공인 셈이다.
이번 달에 가장 많이 본 장르는 드라마(5편)와 코미디(4편)이다. 평범한 내 영화 취향이네요.
이번 달에도 겹치는 감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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