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나누기] 사진은 과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가? -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뉴스위크의 공통점
많은 이들이 사진은 사물 또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정직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물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낸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이 밑에는 ‘사진은 사물을 일말의 수정이나 필터링 없이 그대로 보여 준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물론 그렇지 않다. 패션이나 뷰티 잡지에 실리는 ‘포토샵’된 모델들의 이미지가 실제로는 구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그래도 나는 저렇게 날씬해야 해/피부가 좋아야 해/몸매가 좋아야 해’라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그것이 눈에 보이니까, 그것이 실제로는 보정된 사진임을 알아도 그런 것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용이라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생물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러한 아이디어에 이름을 붙이고 또 수천 년간 그에 대해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미디어에서 만나는 모든 이미지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오늘은 미디어가 고의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대중에 공개한 전적을 알아봄으로써 이에 대한 경계심을 새로이 하고자 한다.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과 <뉴스위크(Newsweek)>가 저지른 일들이다.
이미지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웹사이트
첫 번째, 1982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집트의 약속의 사막(Egypt’s Desrt of Promise)’이라는 커버 스토리를 게재했다. 이 호에는 기자(Giza)의 두 피라미드가 나란히 저 뒤에서 웅장하게 서 있고 그 앞으로 세 사람이 낙타를 타고 지나가는 사진이 표지로 실렸다. 이 사진은 보기에는 멋졌지만, 실은 조작된 것이었다. 실제로 기자의 두 피라미드 사이 거리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 우람한 피라미드들의 모습을 표지(세로에 비해 가로가 좁은, 흔한 잡지용 국판)에 딱 들어맞게 하기 위해 두 피라미드들 사이의 거리가 실제보다 좁아 보이게 사진을 오리고 잘라 붙였다(참고로 사진 보정 도구의 대표 주자이자 사진을 보정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동사가 되기도 한 ’포토샵’이 처음 등장한 건 1990년이다. 그 전에는 이렇게 사진을 조작했다). 이때 독자들에게 많은 비난을 듣고 신뢰를 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우리는 더 이상 더 매력적인 그래픽 효과를 위해 사진 속 요소를 조작하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일 이후 우리는 그것을 실수로 여기고, 오늘날 그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와 관련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는 여기).
이미지 출처: 이베이
두 번째, <뉴스위크>는 이제 한국판으로도 발간될 정도로 잘 알려진 뉴스 잡지이다. 2005년 3월, <뉴스위크>는 마사 스튜어트의 모습을 표지에 실은 3월 호를 출간했다. 마사 스튜어트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으로 큰 이득을 얻은 주식 거래를 해서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공동 모의, 재판 방해, 그리고 위증죄로 5개월 형을 받아서, 이 3월 호 출간 당시 복역 중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어떻게 표지에 실린 마사 스튜어트의 사진을 찍었는지를 궁금해했다. 교도소에 있던 그녀와 접촉했던 걸까? 사실인즉슨, 이 사진은 다른 사람의 몸 사진에 마사 스튜어트의 얼굴 사진을 잘라 붙여 그럴듯하게 합성한 것이었다. 물론 이 조작 사건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독자들이 오해하게끔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미디어가 더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조작을 사용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정직한 도구라고? 그렇지 않다. 사진 조작은 생각보다 쉽다. 우리가 미디어에 보이는 모든 이미지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될 이유다. 경각심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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