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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아는 것 나누기] 케이크 믹스에 달걀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Feat. 이케아)

by Jaime Chung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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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나누기] 케이크 믹스에 달걀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Feat. 이케아) 

 

요리를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케이크 믹스나 쿠키 믹스, 머핀 믹스 등 베이킹을 쉽게 만들어 주는 ‘믹스’ 제품들엔 밀가루와 설탕, 베이킹 파우더 등의 마른 재료들이 적당한 비율로 혼합돼 있다. 이것만 있으면 달걀이나 우유, 버터 등만 내가 따로 준비하면 되니까 편하다. 하지만 이런 걸 궁금해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왜 달걀은 따로 넣어야 하지?’

엉뚱한 질문처럼 들릴 수 있다. 아마 여러분은 ‘무슨 소리야, 예컨대 케이크를 만들려면 밀가루, 설탕, 베이킹 파우더 등의 마른 재료 외에도 달걀이 필요한데 그 믹스 안에 달걀을 세트로 넣어 팔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 달걀은 요리하는 사람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라고 대답하실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하지만 놀랍게도 1950년대에 미국에서 케이크 믹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달걀조차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날달걀이 들어 있었다는 게 아니라, 달걀 분말이 케이크 믹스에 혼합돼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말로 놀랍게도, 이 간편한 제품의 등장을 주부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믿기 어렵다고? ‘소비자 심리학 저널(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에 실린 <이케아 효과: 노동이 사랑으로 이어질 때(The IKEA effect: When labor leads to love)>라는 제목의 논문 초입에 나오는 내용이다. 직접 읽어 보시라(논문 링크는 여기).

1950년대에 육체 노동을 최소화함으로써 미국 주부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 더 넓은 트렌드의 일부로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가 소개되었을 때, 주부들은 처음에 이에 저항했다. 믹스는 요리를 너무나 쉽게 만들었고, 그들의 노동과 기술을 저평가돼 보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제조사들은 달걀을 하나 추가하도록 레시피를 바꿨다. 이 변화가 왜 그다음에 일어난 더 큰 채택으로 이끌었는지에 관한 그럴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과제에 노동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적인 재료인 것처럼 보인다 (샤피로, 2004).

When instant cake mixes were introduced in the 1950s as part of a broader trend to simplify the life of the American housewife by minimizing manual labor, housewives were initially resistant: the mixes made cooking too easy, making their labor and skill seem undervalued. As a result, manufacturers changed the recipe to require adding an egg; while there are likely several reasons why this change led to greater subsequent adoption, infusing the task with labor appeared to be a crucial ingredient (Shapiro, 2004).

이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논문의 저자들이 예시를 들듯이, 고객이 직접 곰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빌드-어-베어(Build-aBear)’나 직접 과일이나 채소 등을 따서 가져가야 하는 농촌 체험 농장들도 같은 개념을 이용한다. 즉, 고객이 직접 노동을 함으로써 그 제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그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폴 블룸은 <최선의 고통>(서평 링크는 여기)에서 이 논문을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노력은 노동의 산물이 지니는 가치를 높인다. 1950년대에 즉석 케이크 믹스가 선보였을 때 가정주부들은 처음에 케이크 만들기가 너무 쉽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달걀을 하나 추가하도록 레시피를 바꾸었다. 그러자 즉석 케이크 믹스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인기다. 이 서브스는 간단하게 저녁을 만들 수 있도록 소량으로 나눈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를 보내준다. 이 방식은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보내는 것보다 몸에 좋고 덜 비쌀 것이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형편이 된다. 이 사실에 기반한 나의 추론은 해당 서비스가 제공하는 것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만족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코네티컷에 사는 나는 사과, 복숭아, 딸기 따는 일을 할 만큼 해 보았다. 장담컨대 직접 딴 재료로 만든 음식은 정말로 맛이 더 좋다. 그 이유는 단지 재료가 더 신선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밖에도 마이크 노튼(Mike Norton), 대니얼 모촌(Daniel Mochon),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진행한 일련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그들은 피실험자에게 종이접기나 레고 조립처럼 뭔가를 만드는 일을 시켰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같은 물건이라 해도 다른 사람이 만든 것보다 자신이 만든 것에 더 많은 대가(한 연구에서는 5배나 더)를 지불할 의사를 드러냈다. 이 효과는 작업을 완료하는 방식이 하나뿐이어서 창의성이나 개인적인 느낌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경우에도 작용했다. 그들은 이 효과를 셀프 조립 가구를 파는 스웨덴 양판점의 이름을 따서 ‘이케아 효과’라 부른다.

노력과 가치의 관련성에 대한 한 가지 흔한 설명은 우리의 뇌가 의미 부여 기계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어 한다. 내가 학생회에 들어가려고 벌거벗은 채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면 정말 좋은 학생회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 멍청한 종이접기를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면 아주 특별한 일임이 분명하다.

(참고로 맨 마지막 문단에서 종이접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위 논문에서 저자들이 피실험자들에게 이케아 상자 만들기, 종이접기, 그리고 레고 쌓기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케이크 믹스에 달걀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달걀을 분말로 만들어 믹스에 추가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일을 직접 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더 좋아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강력해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 의미를 가치 있게 여기며 뿌듯해할 수 있다. 정말이지 셰익스피어가 쓴 것처럼,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이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제 여러분은 케이크 믹스를 가지고 케이크를 만들면서도 인간의 마음, 고귀한 정신에 감탄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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