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나누기] 호주인들의 유머 감각(Feat. 해럴드 홀트 수영장, 호주의 구권 10달러 지폐)
오늘은 호주인들의 아주 아이러니하고 상대로 하여금 말을 잃게 하는 유머 감각에 관해 짧게 말해 보고자 한다.
스크린샷 출처: 스토닝턴 시 웹사이트
호주 빅토리아 주 글렌 아이리스(Glen Iris)에는 ‘해롤드 홀트 수영장(Harold Holt Swim Centre)’이라는 수영장이 있다. 이 수영장의 이름은 그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불길하게 느껴지는데, 왜 그런지 연유는 이러하다. 이 수영장의 이름은 호주의 17대 수상이었던 해롤드 홀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인데 홀트는 1967년 빅토리아 주 포트씨(Portsea) 근처의 바다로 수영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수색대원들이 그를 찾는 데 동원되었지만 시신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어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런 이의 이름을 시립 수영장 이름에 붙인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지 출처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arold)지
이런 예시를 하나 더 들어 보자. 호주의 구권 (1966년에서 1993년까지 사용된) 10달러짜리 지폐에는 프랜시스 그린웨이(Francis Greenway)라는 건축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1777년 영국, 브리스톨 근교에서 태어나 집안 전통대로 건축가가 되었고, 브리스톨에 아직도 존재하는 건물을 비롯해 여러 건물을 설계했다. 그러다가 1809년에 사업이 망했고, 파산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게 지폐 위조였다. 물론 이 위법 행위는 들통이 났고, 그 당시 많은 영국의 범죄자들이 그러했듯,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로 강제 추방되는 쪽을 택했다. 호주에 온 그는 추천장과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다시 건축가 일을 했다. 시드니에 있는 대법원과 성 제임스 교회를 비롯해 현재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하이드 파크 병영(Hyde Park Barracks)도 그가 설계한 것이다. 이런 업적 덕분에 그는 호주 구권 지폐에 올라가는 영광을 얻은 것인데, 그렇다 해도 지폐 위조범을 한 국가의 지폐에 올릴 생각을 한 호주인들이라니… 이걸 인생 역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일단은 유머 감각이라고 해 두겠다만, 하여간 호주인들 이런 센스는… 위의 두 가지 일화로 여러분들도 충분히 느끼셨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그냥 이 묘한 감각을 한번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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