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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3년 6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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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3년 6월에 읽은 책들

 

2023년 6월에 읽은 책들

2023년 6월에 읽은 책들은 총 13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로또 당첨'이라는 원대한 꿈을 소시민(이자 준법 경찰)인 저자가 소박하게 풀어놓는 유쾌한 에세이. 각 꼭지의 제목에는 숫자가 들어가 있고, 나중에 이를 다 모으면 일련의 ‘로또 번호’가 된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인생 역전'을 바라는 ‘인생 여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 올리버 폼마반, <나를 팔로우하지 마세요> ⭐️⭐️⭐️

호주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인데, 딸의 삶을 열성적으로 인스타그램에 포스트하는 어머니를 둔 십 대 소녀 ‘비’의 이야기다. 솔직히 나는 이 소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도 할 수가 없다. 그냥 읽는 내내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고 딱히 엄청 마음에 안 드는 구석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에 꼭 드는 구석도 없었다. 그냥 ‘읽었다’라는 말 외에 딱히 할 코멘트가 없다.

리디 셀렉트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 여섯 작가들이 비엘(BL), 술, 검색, 베이킹, 두부, 그리고 영업이라는 각각 다른 장르에서 자신의 뻐렁차는 덕심을 소개한다. 전체적으로 길지 않고 내용도 덕질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라서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이치다 노리코, <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드렁큰 에디터’는 내가 좋아하는 기획을 낸 출판사라 이것도 한번 읽어 봤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일본 에세이 특유의 그 조곤조곤하고 일상적인 그 느낌 때문일까?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 공감되고,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도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와, 최고다!’ 하며 감탄을 유발하지는 못한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그냥 그런 느낌. 나쁘진 않지만 읽고 나서 이 책은 뭐가 좋았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보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아마 이런 잔잔한 글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이것보다 드렁큰 에디터가 낸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그게 훨씬 더 재미있다.

간식 먹는 느낌으로 아주 부담 없이 편하게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들을 접할 수 있는 책. 각 꼭지 맨 앞에 해당 실험의 소개를 간략하게 제공하고, 그 후에 본문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소개를 보고서 관심이 가는 꼭지만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이 시리즈에 해당하는 책이 현재 네 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두 권쯤 읽으면 비슷한 스타일에 비슷한 내용이라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질지도 모른다.

  • 박서련,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내가 읽고 서평을 쓴 <제사를 부탁해><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외에 <더 셜리 클럽>, <체공녀 강주룡> 등으로 잘 알려진 박서련 작가가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박서련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고 워낙에 이 작가의 문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 제목만 보고 ‘오, 셀프 케어(self-care)에 관한 예쁜 에세이집인가 보다’ 생각하고 읽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나야 박서련 작가님을 좋아해서 별 불만 없이 읽긴 했다만, 이 작가님의 전작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만 읽고 박서련 작가의 팬이 된다든가, 아니면 이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내가 솔직히 작가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라는 제목은 정말 ‘기적의 한 장’(각도, 조명, 메이크업 및 의상 등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서 실물보다 훨씬 더 잘 나온,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사진을 가리킨다)에 가깝지 않나 싶다. 이 제목이 유래한 문장은 책 후반에 정말 잠깐 나오는 데다가 이 말이 주는 탐미적이거나 자기 사랑을 중요시하는 느낌은 이 일기에 거의 없다. 이건 솔직히 영화에 잠깐 나오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인 엑스트라를 주연이라고 뻥치고 영화 포스터에 집어넣은 정도의 사기라는 느낌이다.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거든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점 꼭 참고하시길.

  • 나이토 요시히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 실험> ⭐️⭐️⭐️

위에서 이야기한 나이토 요시히토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2가지 심리 실험 - 욕망과 경제편>과 같은 시리즈에 속하는 다른 책.

이렇게 은근히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책은 오랜만이다. 직장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대체로) 문학과 철학 도서들로 위로해 준다는 콘셉트는 좋았으나 구현이 심히 잘못됐다. 여성 작가의 책은 딱 두 권 선정됐고, 각 꼭지의 주인공도 남성이 75%를 차지한다. 추천하는 책들에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가 포함돼 있는데 이 소설은 예술과 돈이라는 가치, 딱 두 가지만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도 편협할 뿐 아니라 지극히 여성 혐오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이런 내용을 이에 대한 언급이나 주의 한두 마디도 없이 그냥 설명하는 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 책은 절대 추천하지 않으며, 만에 하나 이 책을 읽었다면 해독제로 아래의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

‘백인’ ‘(이성애자 중산층) 남자’의 기준으로 소위 ‘고전’, ‘걸작’이라 여겨지는 책들을 현대의 날카로운 눈으로 다시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여성 혐오를 집어내 밝히는 책. 내가 진짜로 읽고 싶은 건 이런 책이었다고! 위에서 언급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등 여성 혐오적 면면이 가득한 ‘고전’들을 속 시원하게 고발한다. 단연코 6월에 읽은 책들 중에서 제일 좋았고 가장 추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야구 팬인 저자가 야구 사랑과 유머를 담아 쓴 에세이. 폭삭 무너져내린 폐허 같은 건물 1층에 ‘우리 식당 정상 영업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짤을 기억하시는지? 바로 그 짤을 책으로 형상화한다면 꼭 이 책 같을 것이다. ‘살다 보면 2군도 가는 거고 실수도 하는 거지, 그래도 나는 실수를 저지른 나와 평생을 살아야 하기에 나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살다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게 뭐 대수겠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생이라는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눈물을 닦고 일어나 허허 웃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수밖에. 힘든 현대인에게 정말 위로가 되는 책은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같은 책이 아니라 바로 이런 책이 아닐까.

이것을 여성주의 소설이라 부르자.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곳곳이 숨어 있기는 일본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보여 주며 한 방을 날리는 소설이 나왔다. 그게 유즈키 아사코의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카드 뉴스 형태로 소개되는 단편 <아기 띠와 불륜 초밥>도 재미있고,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용사 다케루와 마법 나라의 공주>, <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도 다 흥미진진해서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단편들의 간략한 소개는 책 후기에서도 썼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서 한번 보시라.

‘다운타운믹스주쓰’ 월드의 캐릭터들이 ‘중독’을 극복하려 모인 ‘수요일의 중독자 치료 모임’ 이야기다. 각 캐릭터들은 각각 일 중독, 쇼핑 중독, 아이돌 포토 카드 수집 중독, 피어싱 중독 등 다양한 중독증을 가지고 있다. 수요일마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중독을 극복하려 하는데 알고 보니 여기에는 반전이!? 중독이라는 주제를 만화적으로 재미나게 그려냈다. 소소하게 재미있다.

  • 오세연, <지금, 굶으러 갑니다> ⭐️⭐️⭐️

다큐 영화 <성덕>의 오세연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주목받는 것에 감사했지만, 그와 더불어 자신에게 인터뷰나 언론 출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살 찐 모습이 공개되는 게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간 미루고 미루던 다이어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그가 내린 결정은 단식원에 들어가는 것. 단식원에 들어가기 며칠 전부터 단식원에서 약 2주간 지낸 이야기를 총 12화의 짧은 에세이로 담아냈다. 요즘 현대 여성 중에 다이어트 한 번 안 해 본 이는 없을 테니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그리고 동시에 이 사회가 여성의 외모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고 우리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밀리의 서재에서만 서비스하는 밀리 오리지널이니 참고하시라.

 

2023년 6월 읽은 책들 통계

 

솔직히 이번 6월 통계는 까먹고 안 쓸 뻔했다. 블로그에 올릴 거리를 만들려고 책을 급하게 읽다가 내가 이걸 아직 안 써 올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조금 안도했다(그리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해졌다). 이번 달은 파트타임 재택 근무에서 풀타임 사무실 근무로 바뀐 근무 형태에 적응해서 5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5월엔 근무 형태가 바뀐 첫 달이라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고. 이젠 다시 책 읽는 루틴을 회복한 듯하다.

별점을 놓고 보면 이 역시 이전과 비슷한 정도다. 크레마 클럽은 내 취향 책이 별로 많지 않아 한 달 무료 혜택이 끝나자마자 해지해 버렸다. 다시 밀리의 서재로 돌아왔는데, 역시나 내 취향 도서가 별로 없는 리디 셀렉트는 왜 아직도 못 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처음 정기 구독을 시작한 이북 플랫폼이 리디 셀렉트인 데다가 사용법이 편해서 그런 것 같다. 분발해라, 리디 셀렉트!

나는 역시 문학 소녀다. 800번대가 약 70%에 해당한다. 내가 600번대(예술)를 읽었다고? 놀라서 확인해 보니 주쓰의 <내일은 갓생>이었다. 이게 만화여서 그렇다. 음… 7월엔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 보자.

 

2023년 6월 독서 챌린지 및 빙고

 

빙고 두 줄이 더 생겼다! 아래의 두 항목을 채웠기 때문이다(아래 빙고 이미지에서 핑크색 테두리인 항목이 6월에 성공한 챌린지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 읽기는 비교적 쉬웠다. 청소년 문학 중 하나를 골라잡으면 되니까. 비록 올리버 폼마반의 <나를 팔로우하지 마세요>는 크게 감흥이 없는 책이었지만 어쨌든 챌린지는 성공했다.

그다음 항목인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이 읽을 것 같은 책 읽기’는 의외로 깊은 고민을 하고 난 후 의식적으로 고른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이 뭐가 있나 생각해 봤는데 왜인지 모르게 여성이 잘 떠오르지 않아 내가 본 온갖 영상물을 다 뒤져봤다. 그러다가 마침내 내가 기억해 낸 게 산드라 오가 주연한 미드 <The Chair(더 체어)>(2021)다. 한 미국 대학교의 영문학과 학과장이 된 지윤 김(산드라 오 분)가 망해가는 영문학과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산드라 오의 지적인 분위기도 너무 좋고, 연기도 좋은 데다가, 무엇보다 영문학과는 나의 집 같은 곳 아닌가. 그래서 지윤 김이 읽을 만한 책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고, 비백인 여성 강사에게 정식 교수 자리를 주려고 노력하는 그라면 당연이 여성주의 책을 사랑하고 많이 읽을 것 같았다. 그래서 김용언 외 7인의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골랐다.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고 선택한 책으로 챌린지에 성공하니 무척 뿌듯하다.

 

챌린지 / 해당 작품 / 완료일 / 블로그 기록 여부

  • 청소년을 위한 책 읽기 / 올리버 폼마반, <나를 팔로우하지 마세요> / 06/05/2023 / No
  •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이 읽을 것 같은 책 읽기 / 김용언 외 7인,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 06/18/2023 /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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