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추천]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3) 자르나 가르그(Zarna Garg)
⚠️ 이 글은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1) 레슬리 리아오(Leslie Liao)’와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2) 신두 비(Shindu Vee)’에 이어지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 시리즈의 세 번째 편입니다.
오늘 소개할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만큼 선입견을 깬다는 말을 이보다 더 가시적으로 보여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르나 가르그(Zarna Garg)는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아주 인심 좋아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이 인도인 아주머니는 자신의 입담으로 미국을 사로잡았다. ‘아니, 그냥 성격 좋은 인도인 아주머니 아니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정말 웃기다. 예컨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에 올라와 있는 자르나 가르그의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 쇼 ‘One in a Billion’의 오프닝에서 자르나는 당당히 이렇게 말한다. “자기 소개 좀 할게요. 저는 이민자입니다.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으러 왔어요. 조심해라, 제인 사인펠드!”
그는 주로 인도의 문화와 자신이 이민자라는 점, 그리고 자신이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기반한 농담을 구사한다. 인도 여성들이 이마에 찍는 붉은 점, 빈디(bindi)를 가리키며 자르나는 자신이 “전형적인 인도 여성”이 아니며 “이 빈디는 그냥 PR용” 스티커라고 말한다. 빈디를 찍으면 시댁 사람들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며, 빈디를 떼면 봄 방학(spring break; 미국 대학생들은 봄 방학 때 거칠게 논다는 이미지에서 유래한 농담)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인도와 미국의 차이에 대해 이보다 더 웃기게 표현한 농담이 있을까? 나는 이걸 보면서 인도에서는 양동이에 물을 담는데 미국에선 양동이에 (후라이드) 치킨을 담고, 샤워는 자기가 멈추기 전까지 (물이 끊겨서) 멈추는 일이 없다는 데까지는 그저 ‘ㅎㅎ 웃기네’ 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수십 갤런의 식수를 받아서 ‘슬프니까’ 그냥 그 안에 앉아 있는다는 데서 완전히 빵 터졌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도인들은 엔지니어링이나 컴퓨터 과학, 의학처럼 실용적인(=곧바로 돈이 되는) 직업을 선호하고 그런 전공을 많이 한다는 이미지이다. 그런 맥락에서 자르나의 첫째 딸아이의 전공에 관한 이 농담은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적극 차용해 ‘돈 안 되는’ 전공을 선택한 딸에게 충격받은 연기가 아주 일품이다. 8천 달러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딸이 배우는 게 도예(ceramics)라며 심장을 부여잡는 연기가 웃음을 더한다. “(도예가들 외에) 누가 토분(土盆)을 만드는지 알아요? 인도 사람들!!”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걸 영리하게 이용하는 이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에게서 나는 번득이는 재치와 유머 감각을 본다. 그의 스탠드업을 통해 인도 문화까지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푸근한 아주머니의 신랄한 유머를 보고 싶다면 자르나 가르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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