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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추천

[개인적 추천]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2) 신두 비(Shindu Vee)

by Jaime Chung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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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추천]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2) 신두 비(Shindu Vee)

 

⚠️ 이 글은 ‘선입견을 깨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들 (1) 레슬리 리아오(Leslie Liao)’에 이어지는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 시리즈의 번째 편입니다.

 

오늘도 빛나는 유머 감각을 가진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을 소개하겠다. 이름하여 신두 비(Shindu Vee). 원래 성(姓)은 (인도인답게) ‘벤카타나라야난(Venkatanarayanan)’인데 너무 길어서 코미디언 활동 때는 간단히 ‘비’로 줄여서 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도인 여성이라는 그의 정체성 때문에 ‘별로 안 웃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게다가 신두가 이전에 은행 업계에서 일했다는 사실까지 들으면 더욱더 고지식하고 유머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를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신두는 정말 웃기다. 그녀는 인도인에 대한 고정관념, 인도인의 문화를 가지고 주로 농담을 한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보다 보면 인도에 대해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예컨대 아래 쇼츠를 보시라. 중매 결혼(arranged marriage)과 강요된 결혼(forced marriage)는 같은 게 아니라면서, 그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강요된 결혼은 부모님이 고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중매 결혼에서는 부모님이 고른 사람과 점심을 같이 먹고, 그다음에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점심 먹을 장소를 당신이 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웃긴 건 인도인들의 양육 방식에 관한 농담들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두 비의 농담 하나를 소개하겠다(아래 영상에서 4분 8초부터 시작).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에 관해 알려 주셨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자기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당신들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아이들은 네스퀵이나 네티 같은 초코 가루를 우유에 넣어 초코맛 우유로 만들어 먹기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물론 아이들이 너무 설탕을 많이 섭취할까 봐 이를 제한한다. 인도인 부모님들은 네 살짜리에게 “우유에 초콜렛 가루 한 숟가락만 넣으라고 했잖아! 왜 두 숟가락이나 넣었어? 내가 죽기를 바라냐?” (이걸 재현하는 신두의 말투가 압권이다!) 신두의 말에 따르면 아주 효과적이라고.

 

 

이 꽤 단순해 보이는 농담은 인도인 부모님이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약간 변주가 있다. 만약 구자라트 지역 출신이라면, “우유에 초콜렛 가루를 두 숟가락이나 넣었어? 왜 우유를 마시니? 그냥 내 피를 마시지!” 만약 어머님이 푼자브 지역 출신이라면, “우유에 초콜렛 가루를 두 숟가락이나 넣었어? 그래, 엄마는 이제 가서 죽을 때까지 엄마를 때릴게. 넌 여기에서 네 우유를 즐기렴.” 마지막으로, 신두의 어머니는 힌두어를 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우유에 초콜렛 가루를 두 숟가락이나 넣었어? 숟가락 가지고 왜 장난질이니? 칼 들어라. 네가 원하는 게 그거잖니?” 참고로 신두는 이 세 가지 농담을 전부 원어로 말하고 그다음에 영어로 해석해 주는 식으로 흥미와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이건 진짜 신두가 말하는 톤을 들어야 두 배로 더 웃기다.

이 농담의 끝부분에 신두는 자신의 남편이 덴마크인이라며, 자신과 남편의 양육법에는 겹치는 게 단 하나도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남편의 양육법은 이게 전부예요. ‘우리 아가, 아주, 아주, 아주 행복하렴. 자, 여기 레고 있다’.” 물론 신두는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고, 어느 날 아이의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100점을 받지 못한 숙제를 되돌려주면 아이가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합니다. ‘집에 가기 싫어요. 엄마가 죽어 있을지도 몰라요.’라면서요.” 이때 신두는 마음속으로 ‘예쓰!! 우리 아들이 엄마 말을 듣고 있구나!’를 외쳤지만 겉으로는 아주 걱정하는 척하며 ‘어머, 어쩜… 덴마크인들이 좀 암울하잖아요.” 하고 시치미를 뗐다고.

 

이 아시아 여성 코미디언은 역시 사람을 웃기는 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몸소 보여 줬다. 학력이 좋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신두에게는 무엇이 웃긴지 농담거리를 찾고, 또 그걸 무대에서 공연할 때 연기력과 말투로 재미있게 잘 살리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언급한 것 외에도 이 외에도 정말 웃기는 농담들이 많으니 더 많이 웃고 싶다면 신두 비를 유튜브에서 검색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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