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7월에 읽은 책들
2023년 7월에 읽은 책들
2023년 7월에 읽은 책들은 총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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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겨울 외 21인, <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즉 ‘복세편살’이라는 신기한 줄임말이 자주 회자되는 이 사회에서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입에 넣는 음식 정도일 것이다. 음식을 주제로 하는 수필 시리즈인 ‘띵 시리즈’에서 낸 이 특별편은 여러 저자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다룬다.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못 먹는 음식, 맛이나 촉감, 냄새 등을 견딜 수 없는 음식, 또는 개인적 신념으로 피하는 음식 등 사연은 다양하지만 적절히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은 것치고 전반적으로 글의 퀄리티가 오락가락하지 않고 다 한 번씩 읽어 볼 만큼 괜찮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 이은조, <게임의 사회학> ⭐️⭐️⭐️
비디오게임을 연구하는 분야가 아직 넓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연구를 통해 사회학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게임에 특히 관심이 있거나 사회학을 가볍고 쉽게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 진고호로,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
72쪽밖에 안 되는 짧디짧은 그림책. 엄마-자녀의 관계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와 물고기의 관계에 빗댄 이야기인데 퍽 슬프다. 나는 눈물을 찔끔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짧기 때문에 내 돈 주고 사서 읽기는 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거라 본전 타령은 안 할 수 있었다.
남의 돈을 벌어먹는 게 쉽지 않다지만 유난히 직장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 자신이 사라져 간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 봐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일을 완벽하게, 잘, 많이 하려고 할 필요 없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제목처럼 ‘이 회사 더는 못 다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둘 수 없’다면 이미 그 당연하고 쉬운 말조차 자기 힘으로 해낼 수 없는 위험한 상태에 빠진 것이니 도움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등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 주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조언을 들어 보시라. 이 책도 그 위험한 정신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그레천 매컬러, <인터넷 때문에> ⭐️⭐️⭐️⭐️
인터넷이 우리의 언어 생활에 미친 영향을 영어 위주로 살펴본 책이다(당연함, 작가가 캐나다인 언어학자니까). 내가 언어 덕후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 책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다. (주로 서양) 밈이나 옛날 세대와 요즘 세대의 인터넷상 구두점 차이, 이모지 등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니까 관심이 간다면 한번 살펴보시라. 개인적으로 이 정도는 언어학을 잘 몰라도 교양 수준으로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 주한나, <아무튼, 정리> ⭐️⭐️⭐️⭐️
ADHD와 평생을 살아온, 정리와는 거리가 먼 저자가 정리에 관한 글을 쓰다니, 적절하지 못한 필자 선정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수필은 오히려 그런 저자이기에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정리정돈 및 청소를 하기 싫을 때 회피용으로 읽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러면 재미가 두 배가 될지도.
- 구달, <읽는 개 좋아> ⭐️⭐️⭐️⭐️
저자 구달이 ‘반려견’ 빌보를 키우며 울고 웃고 감동받고 행복했던 이야기를 책 에세이의 탈을 빌려(?) 썼다. 말 못하는 짐승을 사랑하기에 그를 더 이해해 보고자 저자는 소수자 및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들을 읽으며 느낀 바를 나눈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훈훈한 에세이다. 참고로 이 책 겉표지의 그림은 저자와 빌보를 그린 것이다.
- 서귤, <만화 취미 사전> ⭐️⭐️⭐️⭐️
정식으로 연재되거나 출간된 것은 아니고, 밀리의 서재에 10화가 ‘밀어 주기’로 연재된 걸 보았다(밀리의 서재에 ‘밀리 로드’라는 코너가 있는데 자신이 관심 있는 작가를 ‘밀어 주기’, 즉 추천할 수 있다). 각 화는 서귤 작가가 즐겼던 취미를 하나씩 다루는데 만화로 되어 있어서 정말 한 15분 정도면 10화 모두를 호로록 읽을 수 있다. 재미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정식 출간되기를 기원한다(서귤 작가님 제가 좋아하는 거 아시죠?).
내 친애하는 이웃이신 HEY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KBS 2TV에서 방영했던 교양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 같은 책이다. 세 명의 심리학자들이 흥미로운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을 소개해 주는데,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읽기에 아주 무난하다.
- 김원재, <김치 공장 블루스> ⭐️⭐️⭐️
광고회사에 다니던 작가가 퇴사 후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치 공장에 입사해 일하면서 겪은 일을 쓴 것이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읽다 보면 이게 그냥 현대인의 수필인지 ‘용비어천가’인지 살짝 헷갈린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장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곳이니까 물론 애정이 있고 자부심도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너무 칭찬 일색처럼 느껴져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요즘 사무실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욕하면서도 ‘그 사람 입장에선 내가 나쁜 ㄴ이겠지? 그 사람도 날 욕하겠지? ㅎㅎㅎ 세상에 욕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 하는 마음으로 지내서 그런가, 분주하고 정신없지만 마음씨 착한 외국인 노동자들과 국내 노동자들이 진심으로 김치를 만드는 곳이라는 어필이 약간 부담스러웠달까. 세상에 그렇게 이상적인 곳은 없지요, 하고 말하고 싶었다면 내가 약간 삐뚤게 본 거겠지. 어쨌든 내 감상은 그랬다.
- 압듈라, <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압듈라 작가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가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전권에서 다 풀지 못한 근육과 신경 이야기를 꽉 채워서. 온 몸의 장기, 근육, 신경 등을 의인화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미친 듯한 드립력은 여전하다. 도대체 이 작가의 드립력은 어디까지인가. 놀라울 정도다. <유미의 세포>부터 <먼 나라 이웃 나라>, 그리고 홈쇼핑 광고 짤까지, 드립의 대상은 아주 다양하다. 책 말미에 ‘참고문헌’을 살펴보면 패러디 출처까지 적혀 있는데 그 꼼꼼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편도 웃으면서 보다 보면 내가 절로 똑똑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느낌만 그렇다는 얘기다).
- 조경숙,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도움이 되어야 할 기술이 실제로 사람을 소외시킨다면? 가정이 아니다. 실제로 그러하다. 저자는 테크 업계에 만연한 유독성 문화(toxic culture)뿐 아니라, 자신의 기술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범죄를 유발하거나 음험한 의도로 쓰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랜덤채팅 앱) 이를 단속하거나 자정하려는 노력이 없는 뻔뻔함을 고발한다. 최근에 모 게임 회사가 ‘일부’ 몰지각한 남성 팬들의 항의에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건이 있는데 이런 시국에 아주 적절한 논의를 다루는 책이라 하겠다. 추천한다.
- 이지향, <세계관 만드는 법> ⭐️⭐️⭐️
장르 소설 전문 프로덕션인 ‘안전 가옥’에서 수석 PD를 맡은 저자가 세계관의 정의부터 시작해 세계관을 구성하는 요소를 설명하고 적절한 예시로 이해를 돕는다. 얇고 짧은 책이라 깊게, 자세히 논의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가볍게 입문 느낌으로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 안성맞춤일 것이다.
- 신예희, <마침내 운전> ⭐️⭐️⭐️
마흔 살에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저자가 8년간 운전하며 가슴도 졸이고, 사고도 치고, 운전이 주는 가동성 덕분에 자유를 느낀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같은 저자의 전작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도 추천한다.
- 임혜지, <고등어를 금하노라> ⭐️⭐️⭐️
십 대 시절 독일로 유학 가서 독일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저자가 독특하고 남다른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부인)와 남편의 큰 화두가 각각 자유와 환경 보호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돈 버는) 일도 많이 하지 않고, 겨울에는 난방 대신 물주머니를 껴안고 잘 정도로 절약이 생활화돼 있다. 읽다 보면 ‘이건 독일이니까 가능한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저자네 가족의 삶의 방식이 인상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딱히 그렇게 사는 것만이 유일하게 옳은 방식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다른 문화, 독특한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이 궁금하다면 읽어 볼 만하다.
2023년 7월 읽은 책들 통계
와, 15권이나 읽었다. 진짜 틈틈이 부지런히 읽었구나. 뿌듯하다.
이번 달은 책 한 권만 사서 읽었고 나머지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다. 이럴 거면 리디 셀렉트는 도대체 왜 쓰고 있는가 ㅋㅋㅋㅋ 리디 셀렉트에서 본전을 뽑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이번 달은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읽었다. 000부터 쫌쫌따리 한두 권씩 읽었네! 200번이랑 900번은 정말 안 읽는 분야라 이것들을 일부러 찾아서 읽으려고 해야 하나… 900번은 그래도 마음 먹으면 교양 수준의 책을 한두 권 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200번은 하고 싶은 마음조차 안 든다. 무신론에 관한 책이 아니고서야 ㅋㅋㅋㅋ
어쨌거나 이번 달은 순 이익이 굉장하니 만족.
2023년 7월 독서 챌린지 및 빙고
내 독서 스타일의 문제라고 하자면 문제라고 할 만할 것을 발견했다. 워낙에 내 취향이 확고하기 때문에 취향이 아닌 책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챌린지도 많이 만들어 놓고서 (사실 이 챌린지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걸 직접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내 취향이 아닌 것은 손도 안 댔다. 예컨대 ‘스포츠나 운동선수에 관한 책 읽기’, ‘동물이 주인공인 책 읽기’,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책 읽기’ 같은 것. ㅋㅋㅋㅋ 정말 취향 한번 대쪽같다… 이래서야 챌린지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잠시 반성했다. 그래서 남은 챌린지 중 쉬워 보이는 ‘내가 여행 가고 싶은 곳 출신 작가가 쓴 책 읽기’를 무슨 책으로 해야 하나 검색하다가 알리 브랜드라는 스코틀랜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사계절 4부작이 있길래 첫 번째 작품을 시도해 보기로 하고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 그다음으로 ‘내가 태어난 해에 쓰이거나 출간된, 또는 내가 태어난 해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책 읽기’를 하려고 검색했더니 내가 읽은 책만 한 세 권 정도 나왔다. 일단 한 권을 정해서 보관함에 넣었는데, 정 안 끌리면 아예 그 해뿐 아니라 1990년 전체를 범위로 삼아 그중에 제일 끌리는 책을 찾아 읽는 것으로 타협하기로 했다. 한 챌린지를 위한 책은 이미 읽기 시작했으니 8월 내로 끝내기만 하면 된다! 야호! 12월까지 모든 챌린지를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딱 한 달에 한 개씩만 더 하자!
챌린지 / 해당 작품 / 완료일 / 블로그 기록 여부
- 친구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추천받은 책 읽기 (인터넷에서 추천받은 책도 OK) / 그레천 매컬러, <인터넷 때문에> / 07/09/2023 / Yes
(진하고 쨍한 녹색으로 테두리가 칠해진 첫 줄 맨 왼쪽 항목만 이번 달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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