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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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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10년간 여름마다 같이 여행을 다녀 온 두 남사친/여사친들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재미는 있지만, 너무나 서구 위주라 유교걸/유교보이들은 ‘아니, 세상에 저런 친구가 어디 있어요?’ 하고 혼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

듀나 외 8인의 비평가, 교수, 작가 들이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나눈다. 이 커다란 주제와 ‘악인’ 또는 ‘서사’라는 핵심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하는 점도 무척 흥미롭지만, 정말 실망스럽게도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해 쓰인 것 같지 않다. 뒤로 갈수록 점차 어려워지고 추상적인, 전문가적인 용어와 개념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일반 대중이 읽고 이해한다는 걸까? 전문가들이 자기네들끼리 보려고 만든 논문이나 잡지도 아니고, 누구나 쉽게 사서 읽어 볼 수 있는 단행본으로 발행하면서 대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괘씸할 정도다. 대박 실망쇼.

음악을 전공한 ‘썩어라 수시생’ 작가는 유학하며 생긴 재미있는 일이나 힘든 일 등을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 만화들이 인기를 얻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만화다.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의 한 편. 잠에 관한 개인적 이야기가 많은 저자가 잠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을 썼다. ‘타이밍’이라는 졸음 예방약이라는 소재를 우리의 근현대사와 연결해 잠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와 태도까지 드러내는 꼭지가 제일 흥미롭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황선우 작가와 <아무튼, 술>과 <전국축제자랑>의 김혼비 작가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 제목은 번아웃의 위험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내가 재미있게 읽은 글을 쓴 작가님이 편지를 나누며 점점 친해지는 과정을 읽다 보니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번아웃의 위기를 느끼거나 이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

  • 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한 책. 국어 교사였다가 신문 기자를 거쳐 지금은 출판 편집자를 하는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책을 읽고 좀 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경향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었고, 나도 거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 마키부로, 시라우메 나즈나, <악역 영애 안의 사람> ⭐️⭐️⭐️⭐️

요즘 리디 북스에서 완전 인기이길래 읽기 시작했는데 완전 푹 빠졌다. 같은 제목의 책이 왜 여기하고 이 아래에 따로 쓰여 있나 싶을 텐데, 이건 만화 버전이고, 아래가 원작 라이트 노벨이다. 어느 날, 평범한 대학생 에미는 ‘별의 소녀’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성향 RPG 게임 속 악역인 ‘레밀리아’에 빙의한다. 레밀리아가 악역이 되기 전인 어린 시절부터 레밀리아를 대신하게 된 에미는 그녀를 위해 주변 등장인물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돌봐 주고 위로해서 그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의 주인공인 ‘별의 소녀’ 피나가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그녀 역시 게임 속 캐릭터에 빙의한 현대인이었다. 그녀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현질 아이템을 이용해 다른 등장인물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거짓말과 속임수를 이용해 레밀리아(에 빙의한 에미)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이를 믿은 레밀리아(에 빙의한 에미)의 약혼자인 황태자는 그녀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큰 충격을 받은 레밀리아 속의 에미는 의식을 잃는다. 이때, 레밀리아의 몸 안에서 에미가 하는 일과 그녀의 기억을 보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진짜 레밀리아는 이제 자신이 나서서 에미가 그토록 원하던 ‘악역 영애 레밀리아의 행복’을 이루어 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녀는 에미를 대신해 자신의 소중한 에미에게 상처를 준 모든 이들에게 복수를 계획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잠시도 쉬지 않고 후루룩 읽었다. 강력 추천.

  • 마키부로, 무라사키 마이, <악역 영애 안의 사람> ⭐️⭐️⭐️⭐️

위에서 소개한 만화판 <악역 영애 안의 사람> 원작 라이트 노벨. 현재 일본에서는 만화 버전이 3권까지 나와 있지만 국내에는 2권밖에 없다. 너무 재미있는데 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 몰라 기다리기 답답해서 원작도 읽었다. 역시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호로록 다 읽는 것도 가능하다. ‘빙의물은 딱 질색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복수물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대박적.

  • 박훌륭, <약국 안 책방> ⭐️⭐️⭐️

약국 안에 차린 책방,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을 운영하는 약사 및 책장 주인인 박훌륭 씨가 자신의 책방에 관해 쓴 에세이들인데,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아마추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글이다. 글의 전개 방법이나, 글에서 사용한 표현이나, 기타 등등. 이게 신선하고 개성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직업적으로 쭉 계속 글을 쓰고 싶다면 좀 더 문체를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리디 셀렉트에 있길래 본 것이지, 내 돈을 주고 봤다면 좀 후회했을 것 같다.

  • 앨런 베넷,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

<The Madness of King George(조지 3세의 광기)>(1994)나 <The History Boys(굿바이 에이틴; 영화의 국내 개봉명은 이런데 또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연극은 국내에서 또 그냥 그대로 ‘히스토리 보이즈’로 들여왔다. 이럴 거면 왜 영화도 ‘더 히스토리 보이즈’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2006), <The Lady in the Van(더 레이디 인 더 밴)>(2015) 등 많은 영화와 연극의 각본을 쓴 앨런 베넷이 쓴 소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어느 날 버킹엄 궁을 찾은 이동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으로 독서에 푹 빠지고 글을 쓰는 데까지 시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제목은 일종의 말장난이다(’common’은 ‘흔한’이라는 뜻 외에 ‘천한, 저속한’이라는 뜻도 있다. 여왕은 왕족이니까 단연코 ‘uncommon’하다 할 수 있겠다). 한 나라의 수장이 책의 매력에 빠져서 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퍽 즐겁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건 상상조차 못할 테니까.

  • 다지마 요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사랑’이란 남성의 여성 지배를 위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말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결혼 제도라는 것이 이미 확고히 존재하는 이상 사랑이란 그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남성이 갤리선의 주인이고 여성이 노예일진대, 같은 선상에 있지 않은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여성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게 만드는 데 ‘사랑’이 이용당할 뿐이다. 꽤 대담하고 급진적인 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이 학자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생각해 볼 만한 논점임에는 틀림없다.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개인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페미니스트로) 자랐는지를 이야기하는 1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개 장은 모두 읽어 볼 만하다.

 

2023년 9월 읽은 책들 통계

이번 달에는 무려 종이책도 샀고(한국에 잠시 들렀는데 이때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책을 여러 권 사서 가져왔다), 이북도 샀다. 선물 받은 책도 있어서 ‘기타’에 넣었다. 생각해 보면 휴가 기간이 있어서 책을 더 많이 읽었어도 놀랍지 않을 텐데, 여행 중에 책을 읽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했다. 음, 그래도 11권이면 적게 읽은 건 아니니까. 이번 달 통계 그래프도 아름답게 잘 나왔다.

 

2023년 9월에 본 책들 랭킹

이번 달부터는 챌린지 대신에 한 달간 읽은 책들의 랭킹을 정해서 보여 드리는 코너를 하기로 했다(참고로 왼쪽의 등급(’너무 좋아요’, ‘좋아요’ 등…)은 그때그때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서 보니까 내가 뭘 좋아했고, 뭘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좀 더 눈에 확 들어와서 좋다. 위의 책 리뷰들을 다 읽지 않아도 이것만 보면 직관적으로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지? ㅎㅎ 무척 뿌듯하다. ‘너무 좋아요’로 분류한 이 네 권만큼은 내 블로그 독자님들이 꼭 한번 눈길이라도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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