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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4년 10월에 읽은 책
2024년 10월에 읽은 책들은 총 9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박신영,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역사 덕후’ 저자가 동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알려 주는 에세이. 내가 역사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극복해 보고 싶어서 상대적으로 말랑하고 쉬울 것 같은 이 책을 골랐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얼마나 저자가 전공자인지 여부를 중요시하는지만 깨달았다. 저자가 역사 덕후이긴 하지만 전공자는 아닌 게 조금 아쉬웠달까… 심지어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 역사 설명하는 부분은 스스로 흐린 눈으로 대충 필터링하고 넘어갔는데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문학 전공자라서 저자가 문학 전문가가 아님에도 <파리의 노트르담>이나 <돈키호테>, <베니스의 상인> 같은 작품들을 다루는 게 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이트키핑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문학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아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문학 작품을 실제로 느끼고 이해하는 데는 역사적 지식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앞에서 말했듯 내가 역사 설명은 대충 넘어갔기 때문에 딱히 크게 얻은 것은 없었다. 내가 그랬다는 거지 이 책 자체가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고. 그렇지만 다시 읽으면서 역사를 배울 의지는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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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소녀 A, 중도 하차합니다> ⭐️⭐️ ’소녀 A’라는 이름으로 <넥스트 아이돌 스타>에 참여한 김아름. 김아름을 TV에서 본 구유진은 어린 시절 그녀에게 왕따당한 기억을 떠올린다. 고민하던 구유진은 김아름, ‘소녀 A’가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하는데… 아이돌, 학교 폭력, 친우 관계 등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고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 답을 얻고 싶어 할 소재들은 잘 골랐으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게을렀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청소년 소설이다. 소설 속에 타로 카드라는 소재도 나오는데, ‘타로 언니’가 봐주는 타로가 어찌나 딱딱 잘 맞고 또 ‘타로 언니’는 카드의 상징성도 잘 설명해 주는지, 이건 청소년들을 멍청이로 보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마나 유치한지는 책 리뷰에 이미 썼으므로 더는 말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추천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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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 <탱탱볼> ⭐️⭐️⭐️⭐️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청소년 소설이라고 할까. 청소년들을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시선에서 쓴 소설이라는 게 티가 난다. 리라, 하나, 동우(각각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가 ‘향수문방구’의 주인 영욱(특: 전직 형사)에게 감겨서 영욱을 믿고 따르게 되는 모습이 참 귀엽고 훈훈하다. 세 아이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고민과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데 엄청난 추리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걸 풀어 나간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 특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가 읽으면 더 좋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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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발리, <엔터를 누르세요■> ⭐️⭐️ 옆집에서 전화가 10분마다 울려서 가 봤더니 옆집 주인은 죽어 있고 그 앞에 켜진 컴퓨터 모니터에서 뜻 모를 말이 명멸하고 있었다, 하는 흥미로운 앞부분 줄거리로 나를 사로잡은 SF 소설. 그러나… (말잇못) 왜 내가 말을 잇지 못했는지는 리뷰에 자세히 썼지만 여기에도 간략히 요약하자면, 나이 많은 백인 남자-그 남자 나이의 절반인 젊은 아시아계 여자의 구도가 너무 얼탱이가 없다. 오역도 많다. 아작은 제발 이런 건 신경 써 줬으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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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하디먼,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 입이 건 아일랜드 할머니가 주인공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족 이야기. 밀리 고가티는 가게에서 물건을 슬쩍하다가 들키고, 이런 일이 이미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아들 케빈은 엄마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가정부를 들여서 도움(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감시)을 받지 않는다면 기소당할 거라고. 어쩔 수 없이 실비아라는 미국인 가정부를 들이게 된 밀리는 처음의 저항과 달리, 미국인 특유의 긍정적이고 명랑, 발랄, 쾌활함을 갖춘 그녀에게 푹 빠지고 만다. 그렇지만 사실 실비아는 단순한 가정부가 아니었는데… 주인공 할머니인 밀리와 아들 케빈, 그리고 케빈의 자식들 중 하나인 에이딘(쌍둥이 딸 중 한 명)이 특히 제일 웃기다. 책 결말에는 약간의 감동도 있다. 재미있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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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넷 월스, <글라스 캐슬> ⭐️⭐️⭐️⭐️ 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 저넷 월스가 자신의 어릴 적을 회고하여 쓴 회고록. 번듯한 사회인이 된 그녀는 어느 날, 택시를 타고 파티를 가던 길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그 사정은 저자의 어린 시절에 있다. 그녀의 부모가 얼마나 아이들을 책임감 없이 방임했는지 읽다 보면 부모의 책임이나 자격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있는데(동명의 <The Glass Castle(더 글래스 캐슬)>(2017)) 영화는 원작만 못하다. 그 이유는 리뷰를 참고하시라. 어쨌거나 이 책은 강력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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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민,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 독일에서 생활하는 저자가 접한 독일어 단어 중 의미 있고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주는 단어들을 골라 소개하는 에세이. 가깝고도 먼 나라 독일의 문화를 알게 되는 데다가, 거기에 비추어 우리나라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은 책이라 하겠다. 재미있고 훈훈한 저자의 말투에서 오는 재미는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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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 Henry, <Beach Read> ⭐️⭐️⭐️ 내가 리뷰를 쓴 적 있는 <Book Lovers>를 쓴 저자 Emily Henry의 소설. 에밀리 헨리는 이전에 청소년 소설을 쓰다가 성인들을 위한 로맨스 소설로 노선을 바꿨는데 이게 그 첫 번째 데뷔작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늘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로맨스 소설 ‘Sandy Lowe’ 시리즈를 쓰는 작가 재뉴어리 앤드루스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암이 여러 번 재발해 고생한 아내를 두고 말이다! 재뉴어리는 이제 사랑에 대한 믿음도 잃고, 해피 엔딩을 쓸 자신도 없어졌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낸 재뉴어리는 아버지가 애인과 지내던 집으로 이사한다. 바로 옆집에는 어둡지만 ‘진지한’ 문학 작품을 쓴다는 평을 받는 작가 오거스터스 에버렛이 산다. 뚱하고 냉랭해 보이는 그는 사실 재뉴어리와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재뉴어리도 어거스터스가 현재 작가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은근히 마음속으로 그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서로 이웃집 적수로 지내던 어느 날, 둘은 내기를 하게 된다. 둘이 서로 장르를 바꾸어 글을 써서 출간을 하고, 좋은 평을 받는 쪽이 이기는 내기다. 그러니까 재뉴어리는 ‘진지한’ 순문학 소설을 쓰고, 오거스터스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두고 벌이는 이 내기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결론적으로 평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Book Lovers>가 더 재미있었다. 그게 좀 더 내가 공감이 잘되어서 그런 듯. 이건 뭐랄까, 나와 거리가 좀 멀다는 느낌? 오거스터스는 재뉴어리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로맨스 소설을 쓴다고, 또 대학 시절부터 봐 온 모습에 기반해 모든 게 밝고 행복하고 깜찍한 ‘공주님’이라 생각해 왔는데,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어서 그런가. 오히려 <Book Lovers> 속 여주인공(아이도 바라지 않고, 시골보다는 도시 타입이며, 쌀쌀맞다는 오해를 받는 여자)과 내가 더 비슷하다고, 더 공감이 잘 된다고 느꼈다. 오거스터스가 대학 시절 합평 시간에 재뉴어리의 작품에 대해 신랄한 평을 쏟아부었는데 사실 그때부터 재뉴어리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야말로 내가 이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때다. ‘적에서 애인으로(enemies to lovers)’ 트로프(트로프가 무엇인지는 이 포스트를 참고)는 로맨스 소설이라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고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 옛날부터 나를 좋아했다’ 이거는… 공감이 잘 안 된다고요, 이 기만자야! 😭 이 저자의 <우리의 열 번째 여름>도 비슷한 느낌으로 배신당한 느낌이긴 했다. 이 소설은 대략 1년에 한 번씩, 10년간 같이 여행을 가던 남사친이 결국 남친이 된다는 얘기인데, 이런 게 (남자 사람) 친구면 나는 친구가 없다고요! 이 기만자야22222 내가 이런 포인트를 별로 안 좋아해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준 걸 수도 있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취향임을 알아주시길… 여튼 저는 그냥 그랬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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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그라마치오,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 결혼을 앞둔 친구 엘레나를 만났다가 집에 돌아온 로렌은 자기 집에 웬 낯선 남자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남자는 로렌의 집이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편한 태도로, 오히려 로렌에게 안 들어오냐고 뭐 하냐고 되묻는다. 로렌은 내 집에 있는 이 낯선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싶어 경악하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자기 휴대폰의 잠금 화면을 보니 자기 눈앞에 있는 바로 그 남자가 자기의 허리를 다정히 감싸안고 찍은 사진이었다. 이 낯선 남자가 도대체 누구길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집 다락방에서 매번 새로운 남편이 내려온다는 신기한 설정의 소설. 이번에 내려온 남자가 마음에 안 들면 다락방으로 올려보내면 되고, 그러면 새 남자가 내려온다. 그때마다 집, 자기 삶(직업 등)도 바뀌며, 심지어 자기 주위 사람들(가족이나 친구들의 상태)까지 변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을 재미있게 잘 살렸고 전반적으로 읽을 만한데, 문제는 편집부에서 교정교열을 안 봤는지 오타나 맞춤법 틀린 게 너무 자주 보인다는 점. 그걸 제외하고 책 자체는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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